▲마리아상 사진을 안고 매일 기도하는 사람.

저는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 근처에 있는 암러(Amler)라는 작은 소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한 달 쯤 전부터 제가 사는 집으로 돌아서는 어귀에 이상한 사람이 등장했습니다.

매일 오후 5-7시 사이에 나타나 조용한 찬양을 틀어놓고는사진처럼 무릎을 꿇고 있었습니다. 기도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가슴에 성모 마리아 사진을 소중하게 안고 있었습니다. 궁금함을 이기지 못한 나는 어제 저녁 드디어 그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어보았습니다.

"신부님이십니까?"

"아닙니다."

"그렇다면 평신도란 말씀이십니까?"

"예, 저는 그저 이 동네에 사는 평범한 카톨릭 신자입니다."

"왜 이렇게 매일 길가에 나와 기도합니까?"

"저는 낙태에 반대합니다. 미국 사회의 도덕적 타락을 반대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시간까지 기도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곳입니까? 성전에서 기도할 수도 있고, 혹은 더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으로 가시는 건 어떻습니까?
이곳은 혼자 기도하기에는 시끄럽고 많은 사람들에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기에는 사람들이 너무 적게 다니지 않습니까?"

"저는 이동네에서 태어나서 평생 이 동네에서 살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이곳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저는 평신도이고 한 가장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사는 이 동네의 청소년들이 성모 마리아의 순결한 삶을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에게 저의 기도의 제목이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그를 뒤로 하고 돌아서면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 갔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 사회가 가진 거대한 문제를 안고 자신이 사는 바로 그곳에서 기도하면서 문제와 씨름하기를 소원하는 한 경건한 크리스천을 만나게 된 것 같아서 정말 기뻤습니다.

비록 그와 내가 신앙의 작은 차이는 있지만 그의 기도와 결단, 그의 헌신과 소원에 하나님께서 응답하기를 소원했습니다.

오늘도 그는 길 모퉁이에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저의 마음도 그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필라델피아에서 이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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