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야말로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분은 자신의 몸을 바쳐서 유대인과 이방인이 서로 원수가 되어 갈리게 했던 담을 헐어 버리시고 그들을 화해시켜 하나로 만드시고 율법 조문과 규정을 모두 폐지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을 희생하여 유대인과 이방인을 하나의 새 민족으로 만들어 평화를 이룩하시고 (에베소서2:14-15)

이라크 전쟁은 미·영 연합군의 대규모 폭격과 지상군의 전투로 간단히 종식됐다. 12년 전 걸프전쟁 당시 보다 강력해진 미군의 미사일이나 정밀유도폭탄이 이라크의 정치·군사 거점을 파괴시켜 군사력을 과시했다.

미국과 영국에 의한 공격이 시작된 직후 부시 대통령은 개전연설에서 전쟁의 목적을 '이라크의 대량 살상무기의 무장을 해제하여 국민을 해방시키고 세계를 중대한 위험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라고 말했다. 전쟁을 하지 않아도 대량 살상무기를 폐기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시 정권은 무력행사의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 자폭 테러가 발생, 수많은 희생자가 나오고 말았다.

일본의 고이즈미 수상은 지난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후 '정치가로서 제일 소중한 것은 두번 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수상은 그간 '가령의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 '국제 정치는 복잡하고 기괴한 것', '그 자리의 분위기로 결정한다'라며 확실한 입장표명을 계속 피했었다. 일본은 전쟁이 시작된 순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미국을 지지했다. '일본은 무력 행사를 하지 않는다. 전투 행위에 참가하지 않는다' 라고 말했던 수상의 태도로부터 전쟁 지지라는 결론에 이르는 괴로움이나 고민은 엿볼 수 없었다. 또 8월 19일 일어난 바그다드 유엔본부의 폭탄테러 이후 일본은 먼저 이라크에 조사단을 보내고 나서 새해가 되면 자위대를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후세인 대통령이 있는 동안은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라크의 정권 전복을 정당화시켰다. 이것은 미국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나라는 강대한 군사력으로 정권을 넘어뜨려도 상관없다고 하는 논리가 된다.

9·11 이후의 미국에서는 군사력이라는 힘의 신봉이 강해져 왔다. 부시 정권의 단독행동은 멈출줄을 모르고 미국의 일국지배가 강해질 뿐이다. 그 결과 아랍·이슬람 세계의 반미 감정을 자극해 테러의 온상이 퍼지게 된다.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악화되면서 그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고 말아 테러가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현실 앞에 이라크 국민과 세계에 있어 바람직한 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전후 감시체제의 상태를 일각이라도 빨리 끝내는 것이다. 전후 이라크의 치안 유지나 국경 감시에 최대 20만 명의 병사가 몇 년간은 주둔해야 한다고 한다. 국내의 안정과 부흥에 드는 비용 역시, 매년 2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대단한 숫자이다.

복잡한 민족·종교 사정을 안고 있는 이라크를 안정시켜 '민주화' 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유엔을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여러 나라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번에 유엔 본부가 있는 카나르호텔에서 폭탄 테러로 인해 유엔 특별대표를 비롯해서 10명이 사망한 사건은 가슴 아픈 일이다.

중동지역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된다. 외관만의 민주화에 민중이 반발해 정치적 혼란이 일어나면 세계는 더욱 더 불안정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지배자뿐만 아니라 아랍 민중의 복잡한 생각에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화를 향한 제 일보가 된다.

하루빨리 전쟁의 상태가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평화의 기도를 드린다. 기독교의 정신을 정확하게 실행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예'라고 할 바에 대해서는 '예'라고 대답해 나가는 그리고 아닌 것에 대해서는 '아니오'라고 대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평화이다. 그는 자기 자신의 몸을 바쳐서 유대인과 이방인이 서로 원수가 되어 갈리게 했던 담을 헐어 버리고 그들을 화해시켜 하나로 만드시고 보복하지 않고 용서와 화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자기 자신을 희생하여 유대인과 이방인을 하나의 새 민족으로 만들어 평화를 이룩하신 분임을 기억하며 하나님이 주시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며 평화스런 지구촌의 생활을 이루어 가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박수길 목사/ 재일대한기독교회 총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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