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리공단 홈에서)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 현재 가입기간 중 평균소득의 60% 수준인 연금 수급액을 내년부터 55%로 내리고, 오는 2008년부터는 50%로 추가로 축소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19일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국민들은 보험료는 더 내야 하고, 받는 돈은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즉 현행소득의 9%인 연금 보험료가 2010년 10.38%로 1.38%포인트 인상되고, 이후 각 5년마다 연금 보험요율이 인상되어 2030년에는 15.90%까지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에 대해 사회단체들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지금 필요한 것은 무리한 보험수급액, 보험요율 조정이 아니라, 국민 불신을 해소키 위한 전면적 연금관련제도 개혁이다"라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대해 그동안 상당한 불신이 쌓여온 것은 사실이다. 국민연금은 미래의 사회적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소중한 자산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가적으로 급한 자금의 필요가 있을 때마다 마치 남는 돈처럼 사용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에도 증시부양을 위해 국민연금기금의 사용을 고려한다는 보도가 있었지 않았는가.

지금 국민연금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연금이 도입될 당시에 국민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즉 지속될 수 없는 형태의 보험형태를 도입한 것이 문제였다. 처음엔 보험료를 내는 사람에 비해 소수의 수령자만 연금을 수급했기에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차츰 연금수령자가 많아지면 결국 파탄이 날 수밖에 없는 문제였던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사회단체들이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을 포함한 '전면적 연금관련제도의 개혁'을 아무리 문제 삼는다 해도, 보험료의 과감한 인상과 연금수령액을 상당히 감소하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고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성질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 사회단체들이 제시한 성명서의 내용을 아무리 뜯어보아도, 그들이 주장하는 '전면적 연금관련제도의 개혁'에 관한 내용을 별로 찾아볼 수가 없다. 단지 현행대로 적게 내고 많이 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뿐이고, 성명서 발표에 관련된 사회단체의 이익을 반영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사회단체들이 주장한 열 가지 주장을 가만히 읽어보면 몇 가지 타당한 내용이 눈에 띈다. 우선 '국민연금 운용위원회' 위원의 구성 중 가입자 대표가 과반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내용이다. 가입자 대표가 국민연금을 운용해야만 이제까지처럼 국민연금이 엉뚱하게 운용되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될 것이다.

또 한 가지 과감한 세제개편을 통하여 장애인과 농어민의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국고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농어민이 아니라 전체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라고 주장해야 올바를 것이다. 또한 동일한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에 대해서도 장애자와 저소득층에 대한 국고지원이 있어야 형평성이 맞을 것이다.

결국 '국민연금 운용위원회' 부분을 제외하고는 성명서에 참여한 각 사회단체들의 이익을 반영한 내용일 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결국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적게 내고 많이 받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결국 장래에 뻔히 닥쳐올 국민보험의 파탄이야 어떻게 되든지, 당장에는 적은 부담으로 많은 혜택을 보겠다는 주장에 다름이 아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 사회단체들은 민주화과정에서 자신들의 희생을 무릅쓰고 많은 역할을 해 왔던 단체들이 아니었던가. 언제부터 이들이 이렇게 이익집단으로 변하여 버렸는지 이들의 성명서를 읽으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놀라운 것은 그동안 이해집단이 아니면서 많은 역할을 참여연대가 이 성명서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나는 '국민연금 운용위원회'를 가입자 대표의 입장에서 운용해야 한다는 점과, 장애인과 저소득층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무엇보다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철저한 소득조사의 방법이 마련되어서, 소득에 따른 누진적인 연금료의 징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 자영업자의 소득액수를 파악할 방법이 없어서 세금 탈루가 되는 것이 계속적인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이렇게 연금료를 올리고, 연금액수는 감소시키는 즉 '보다 많이 걷고, 보다 적게 지급하겠다'는 어려운 결단을 내린 보건복지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순환보직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는 동안에만 문제가 터지지 않으면 된다는 태도가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다소 늦었지만 욕을 들을 것이 뻔한 정책을 지금이라도 내놓은 그 용기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제는 이익단체로 변해버린 사회단체들이, 늦다고 개탄을 해야 마땅할 올바른 정책방향에 대해 반대를 하는 것을 보고 개탄을 할 수 밖에 없다. 고통스럽지만 올바른 정책방향에 대해 격려를 하지는 못할지언정, 억지에 가까운 주장을 함으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태도에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는 올바른 사회단체가 그만큼 줄었다고 개탄하는 것은, 나의 너무 성급한 생각일까? 내 판단이 틀렸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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