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병을 나눠주는 김명혁 목사(사진제공 강변교회)

나는 지난 7월 15일부터 26일까지 11일 동안 국제기아대책기구의 부회장인 정정섭 장로와 수자원 개발 전문가 두 사람 등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선교여행을 가능케 하신 하나님께 그리고 강변교회 성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선교보고의 제목을 정한다면 “고생과 수고로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방문”이라고 정할 수도 있고 “고난에 참예하지 않는 죄”라고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사도 바울은 고난에 참예하는 것이 은혜라고 규정했고(고후8:1, 11:9) 고난에 참예하지 않는 것이 죄라고 규정했다. 예수님도 먹을 것과 마실 것과 입을 것이 없는 고통에 참예하지 않는 것이 저주 받을 죄라고 규정했다. 이제 선교여행 보고를 세 가지로 나누어 한다.

1. 한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

▲박수치며 즐거워하는 아프가니스탄 아이들. (사진제공 기아대책)

나는 그 동안 세계 여러 곳을 많이 여행하고 다녔지만, 이번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여행만큼 힘든 여행은 거의 없었다고 하겠다. 한재와 기근과 불볕 더위의 땅 부르키나 파소 여행도 힘들었지만, 이번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이번에 주로 방문한 아프가니스탄 쿤두즈 지역의 4,5 개월 동안 계속되는 여름의 기온은 40도와 50도를 오르내린다. 밤에도 열기가 뜨거워 아무 것도 덮을 필요가 없다. 쿤드즈 지역은 물론 아프간 나라 전체가 짙은 흙먼지에 쌓여 있다. 포장된 도로는 수도 카불을 제외하고는 아무 곳에도 없다. 나귀 한 마리가 지나가도 뽀얀 먼지가 일어나 시야를 가린다. 차를 타고 이동하든지 길을 걸어갈 때 물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지 않고는 움직일 수가 없다. 우리가 타고 다니던 차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차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뜨거운 열기와 흙먼지를 그대로 뒤집어 쓸 수밖에 없었다. 에어컨이 있는 자동차는 거의 없다. 모두 흙집과 먼지투성이 속에서 살고 있다.

깨끗한 물은 없다. 거의 모든 사람이 우물에서 길어 올리는 물을 사용하고 있는데, 식수로는 물론 양치하기에도 부적합하다. 그러나 우리는 우물물을 퍼 다가 소량의 물로 목욕 아닌 목욕을 하곤 했다. 23년 동안 계속된 전쟁의 피해와 불볕으로 내려 쬐는 뜨거운 태양이 온 나라를 메마른 땅으로 그리고 먼지투성이로 만들었다. 쿤두즈 공항에서(사실 전기도, 전화도, 화장실도, 앉을 의자도, 공항 직원도 없으니 공항이라고 말할 수도 없지만) 수도 카불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위해(물론 예약이 되어있는)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 까지 8시간을 기다렸지만, 먼지가 너무 많아 비행기가 올 수도 뜰 수도 없었다. 결국 우리는 저녁 6시경 쿤두즈를 출발하여 자동차로 굴곡과 요철이 극심하고 험준한 먼지투성이의 산길을 24시간 달린 후 카불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낭떠러지로 이어지는 험준한 산길을 달리는 것은 장애물 car race를 연상케 하는 아슬아슬한 모험의 연속이었다. 충격이 너무 심해 사람들이 몸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여행 중 저녁은 라면으로 점심은 살구로 해결했다. 길가에 차를 잠시 세우고 3시간 잠을 잔 후 다시 달렸다.

흙먼지 속에서 한 주간을 지내다 보니 신도 옷도 머리도 몸도 짐도 모두 먼지투성이가 되었고 목은 계속해서 아팠다. 작년에 아프간을 방문했던 어떤 사람은 “두 번 다시 가지 못할 곳”이란 말을 했다고 한다. 타직에서 사역하고 있는 어떤 선교사 사모가 이런 말을 했다. "아프간에서 타직에 가면 타직이 천국 같고, 타직에서 우즈벡으로 가면 우즈벡이 천국 같고, 우즈벡에서 한국으로 가면 한국이 천국 같아요."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 한 가지만 가지고서도 한국 사람들은 항상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한다는 말을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는 보통 천국이 아닌 4층 천국에서 살고 있다고 말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연적이고 천연적인 축복을 너무 많이 받고 있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분야에 심각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는 너무 많은 축복을 누리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에 살면서도 불만과 불평과 비방의 말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벌을 받고 또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살아야만 할 것이다.

2. 고통의 삶의 현장에 참예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

▲무료배급. (사진제공 강변교회)

나는 이번에 아프가니스탄을 돌아보며 그들이 처한 고통스러운 삶의 현장에 참예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성육신에 근거한 기독교적 삶과 선교적 삶은 참예의 삶인데, 나는 이번에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아프간 사람들의 삶의 처지에 부분적으로 나마 참예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사도 바울은 참예의 삶을 살았던 빌립보교회 성도들을 칭찬한 반면 참예의 삶을 살지 못했던 고린도교회 성도들을 책망한 일이 있었다. “너희가 내 괴로움에 함께 참예하였으니 잘 하였도다”(빌4:14, 고후11:9). 저들은 지금 먹을 것도, 마실 물도, 살 집도, 입을 옷도, 치료할 시설도 없다. 이번에 저들의 고통스러운 삶의 현장을 찾아보고 참예할 수 있었던 것을 감사한다.

특히 재난에 처한 아프간 사람들의 육신적이고 영적인 삶의 향상을 위해 극복하기 힘든 고통과 희생을 감수하며 사랑의 수고를 아끼지 않는 몇몇 한국 선교사들과 현지 사역자들의 삶과 사역의 현장을 목격하고 깊은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우리 한국 선교사들이 살기조차 힘든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선교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서도 우리는 우리의 선교사들을 존경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타직의 두산베에서 사역하면서 아프간 곳곳에 사랑과 복음을 전하고 있는 최모 선교사는 FHI의 지부장으로 FHI의 지원을 받아 쿤두즈의 극빈자 8백 여명에게 매일(주일은 제외) 고기 섞은 볶은 밥과 빵을 분배하고 있었다. 나는 무료 급식 현장을 목격하고 나서 하루 분의 식량을 강변교회의 이름으로 분배하라고 부탁하며 $400을 최 선교사에게 전해주었다. 한국교회가 FHI를 통해 쿤두즈주에 3개의 학교(초,중,고등학교를 겸한)를 지어 주었는데 3학교에서 각각 1,500여명의 학생들이 행복하게 공부하고 있었다.

▲(사진제공 기아대책)

직접전도가 금지된 모슬렘국가이지만 예수님의 이름으로 사랑의 빵과 복음을 전달 받은 쿤드즈 지역의 어린이들과 지역의 유지들이 길게 줄을 서서 손뼉을 치며 우리를 환영했고, "할렐루야”라고 소리를 지르며 연호하기도 했다. 어린이들에게 학용품과 과자가 들은 가방과 비타민 병을 나누어 주었을 때 저들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가방 안에 들어 있던 초코과자를 어린아이 대신 아버지가 먹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이번에 강변교회, 경동교회, 송월교회, 화평교회가 헌금한 헌금으로 1,700만원 상당의 학용품과 1,000만원상당의 비타민을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쿤두즈와 카불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전달했다.

▲(사진제공 강변교회)

▲(사진제공 강변교회)

쿤두즈 지역의 국회의원이며 국경수비대장인 압둘라우 씨는 한국교회가 학교를 지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공식석상에서 말하며, 학교를 더 많이 지어줄 수 없느냐고 나에게 거듭거듭 호소하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아프간의 내일의 소망인데 지금 반수에 달하는 어린이들이 학교가 없어서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하나를 건축하는데, 8만 불 가량이 소요된다. 그리고 지금 지어진 학교에도 책상과 의자가 부족하며 학용품도 부족하다.

쿤드즈 지역에서 사역하고 있는 어느 선교사는 20여명의 현지인 제자를 양육하고 있는데, 그 현지인 제자들은 쿤두즈 지역 곳곳에 흩어져 다시 10여명이상의 소제자들을 양육하고 있었다. 모슬렘 현지인들을 사랑과 복음으로 제자를 삼아 현지인 제자들로 하여금 또 다른 현지인들을 신자와 제자들로 만들어가는 역사는 가히 사도행전적 역사라고 하겠다. 주일 아침 쿤두즈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뜨거운 방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며 설교를 했는데 한국에서 온 목사가 설교한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사실 모슬렘 지역에서 한국 사람으로 직접 선교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의 선교사들이 타직과 아프칸 곳곳에서 한 손으로는 빵을, 다른 한 손으로는 예수의 복음을 전하므로 모슬렘들의 영혼과 육체를 구원하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놀랍도록 아름답고 거룩한 모습이었다. 급식소를 세우고,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세우고, 교회를 세우며 예수의 이름을 모슬렘 문화권에 힘있게 전파하고 있는 모습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 장애물이 겹겹이 쌓이고 캄캄한 어두움이 앞을 가로 막을 때 오직 기도의 무릎과 사랑의 손과 발로 그것들을 뚫고 나가는 우리 선교사들의 모습은 참으로 거룩한 모습이었다. 어느 선교사 사모의 매일매일 거듭되는 음식 봉사의 모습은 마리아, 마르다, 루디아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모 사모선교사는 나그네들과 현지인들을 대접하는 것이 자기의 큰 기쁨이라고 수줍은 모습으로 행복하게 고백했다. 메마른 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와 같은 놀라운 선교의 사역은 첫째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로 이루어지지만 둘째는 우리 선교사들의 희생적인 수고와 우리 한국교회의 기도와 도움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번에 국제기아대책기구가 빵만을 전하는 구제사역에 그치지 않고 복음을 전하고 제자를 양육하며 교회를 세우는 전인적이고 총체적 선교사역에 임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마음에 큰 감명을 받았다.

3. 한국교회가 세계를 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

▲(사진제공 강변교회)

나는 우리 한국이 세계를 품고 도울 수 있는 처지에 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 저 개발국가들과 모슬렘 세계는 한국에 대한 동경과 호의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경제발전을 동경하면서 한국의 기독교에 대해서도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이 지금 정치, 경제, 문화, 사회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오늘의 한국처럼 천연적인 혜택과 함께 정치, 경제, 문화, 사회적인 축복을 누리고 있는 나라도 별로 없을 것이다. 지금 한국 교회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 만큼 큰 축복을 누리고 있는 교회도 별로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는 세계를 품고 세계를 도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9.11 사건 이후 더욱더 그렇다. 지금 미국 사람들은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기 힘든 반면 한국 사람들은 세계 어느 곳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정치를 조금만 더 잘 해주기를 바란다. 교회를 조금만 더 잘 해 주기를 바란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조금만 더 잘 대해 주기를 바란다.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아래 한국 교회들이 국제 NGO들과 한국 NGO들을 통해 재난을 당한 세계 곳곳의 지역 또는 마을들과 자매결연을 맺어 그 지역 또는 마을을 위해 지속적인 기도와 사랑의 손길을 펴므로 하나님 나라와 평화의 실현은 물론 대한민국의 위상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번에 많은 수고와 어려움을 겪으며 아프가니스탄 여행을 했다. 이슬라마받, 라홀, 방콕을 경유하여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카불 공항에 가서, 출국수속을 마치고 비행기가 뜨기를 기다렸지만, 마지막 순간에 비행기가 취소되었다고 해서 다시 카불 시내에 들어와 하루 밤을 자고 이튿날 비행기를 4번 갈아타고 간신히 고국 땅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번 여행에서 여러 가지 수고와 불편과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따지고 보면 내가 스스로 원한 것을 주님께서 허락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최근 사도 바울과 성 프랜시스와 이기풍 목사 등을 자주 언급하며 나도 저들처럼 수고와 고난을 조금이라도 몸에 지니기를 원한다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모든 것을 감사하는 것 뿐이다. “말할 수 없는 그의 은사를 인하여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 뿐이다(고후 9:15).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핍박과 곤란”을 기뻐할 것 뿐이다(고후 12:10).

나의 제자중의 한 사람인 윤모 선교사는 주님이 지금 이 땅에 오시면 제일 먼저 가시기를 원하시는 곳이 어디일까를 생각하다가 그 곳이 바로 아프가니스탄일 것이라고 생각되어 수년 전에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서 지금도 그 곳에서 사역하고 있다. 나는 최근 마25장 말씀을 새롭게 묵상하게 되었다.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 영접하였고, 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아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마 25:35-36). 지금 아프칸 사람들에게는 먹을 것도, 마실 물도, 살 집도, 입을 옷도, 치료할 시설도 없다. 나는 이번에 감옥 한 곳을 방문하여 청소년 죄수들이 묶고 있는 한 방을 돌아보았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한 청년이 앉고 누울 수 있는 카펫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동행했단 한 선교사에게 $50을 주며 카펫을 사서 넣어주라고 부탁했다.

우리대신 고난의 땅에 찾아가서 수고하는 우리의 선교사들과 고난당한 사람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펴는 NGO들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사랑을 표한다. 그리고 이번 선교여행을 위해 기도와 물질로 후원을 아끼지 않은 강변교회 성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오 주님! 나를 평화의 도구로 사랑과 위로의 도구로 써 주시옵소서!” “빌립보교회 성도들처럼 주님의 고난에 참예하게 하시옵소서. 오 주님!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과 수고를 나의 몸에 조금이라도 채우게 하시옵소서!"

김명혁 목사 (강변교회 담임목사, 한복협 회장, 한국세계선교협의회 공동회장, 소련선교회 부이사장)

*이 글은 강변교회 홈페이지(http://www.kbpc.or.kr)에 오른 글로 필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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