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최소란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한기연)·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새민족교회 청년회·동성애자인권연대(동인련)·인권단체 '다함께'는 7월 22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사무실이 있는 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동성애자 죽음에 대해 침묵하는 한기총의 각성을 촉구하는 규탄집회를 열었다.

궂은 장마비가 내리는 가운데 한기연 등 단체 회원 40여명은 "육우당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 "동성애자 죽이는 보수기독교 누가 죄인인가", "동성애 편견 조장하는 한기총은 사과하라" 등의 푯말을 들고, 석달 전 고(故) 육우당 추모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였던 기독교연합회관 앞 도로에 다시 모였다.

이날 집회는 동성애자인 고(故) 육우당의 죽음과 관련, 한기총의 공식적인 유감표명을 촉구하며 3차에 걸쳐 한기총에 항의방문했던 경과를 보고하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동성애자 인권을 위한 활동을 모색하기로 다짐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들은 경과보고와 단체별 발언을 한 후 공동선언문을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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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 김바울 연합회장은 "그 동안 한기총에 항의했던 것은 동성애자의 죽음과 관련한 한기총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하라는 상식적인 요구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기총은 형식적인 말만 앞세우며 사과 촉구를 묵살했다"고 밝혔다. 또 얼마 전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김홍도 목사에 대해 선처를 호소하는 진정서를 한기총 이름으로 검찰에 제출한 사실을 두고 "육우당의 죽음 앞에서 침묵하고, 비리는 옹호한다"고 비판했다.

김바울 회장은 한편 그 동안의 활동 덕분에 "기독청년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면서 "자신의 신앙과 성적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KSCF 대학부장 노경신 목사는 "이 세상은 정상과 비정상을 갈라놓고 있다"면서 다수를 정상인으로, 소수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낙인찍고 사회 아웃사이더로 내모는 사회 현실을 개탄했다. 또 "신학의 문제는 목사님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면서 동성애에 대한 올바른 성서 해석을 제안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정욜 대표는 지난번 한기총과의 만남에서 어느 목사가 "동성애자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했던 얘기를 전하며, "그들이 얘기하는 부끄러움이 과연 무엇인가"하고 되물었다.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확립한 것보다 잘못된 기독교적 신념을 갖고 있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라는 지적이었다.

한기연 등 단체들은 앞으로도 동성애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교회의 변화를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다음은 공동선언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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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이자, 독실한 천주교신자였던 故 육우당이 죽음을 맞이한 지도 이제 세 달이 가까워간다. 그 동안 동성애자인권연대·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새민족교회청년회 등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중 동성애차별조항 삭제권고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고 동성애자들을 죄인으로 규정한 성명서를 발표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유감표명과 사과를 요구하며 활동해왔다.

한기총의 성명서가 사건에 대한 단순한 입장이 아니라 유서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유황불 심판, 에이즈 원인 등의 문구를 사용해 육우당을 죽음으로 몰아간 간접원인이었기에 사과와 유감표명을 요구한 우리들의 요구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6월 5일 1차 한기총 앞 '고 육우당 추모예배'를 시작으로 3차에 걸친 한기총 방문을 통해 얻은 성과는 한 사람의 죽음 앞에 최소한의 사과와 유감표명은 상식적이라는 우리들의 생각이 우리들만의 비상식이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었다.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한기총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그 죽음이 한기총의 성명서와는 전혀 상관없고 기관차원에서 사과는커녕 유감조차도 표명할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3차 방문 시에 제안한 공개적인 토론회에 대해서도 '서로의 입장을 알고 이해한 것을 성과로 삼자'라고 하는 정도의 방어적인 대답으로 거부하였다.

동성애를 죄악으로 보는 한기총의 태도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이 요구했던 것은 동성애를 죄악으로 보는 한기총의 신학적 입장과 태도를 바꾸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죽음과 관련한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를 할 수 없다면 유감 정도라도 표명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신앙인이라면 당연히 가져야할 상식을 확인시켜주는 지극히 소극적인 요구였다. 그러나 그토록 쉽게 성명서를 작성했으면서도 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간 사실에 대해 유감의 표명은 할 수 없다고 닫힌 문처럼 이야기하는 한기총의 태도 앞에서 우리는 비통함을 금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얼마 전 비자금 비리 등으로 검찰조사를 앞둔 김홍도 목사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진정서를 한기총의 공식이름으로 검찰에 제출한 사실이다. 죽음에 대한 도의적 책임으로 유감의 성명을 내는 것에 이리도 민감한 한기총이, 비리에 대해서는 한기총의 이름으로 선처를 호소함은 교계를 대표하는 한기총의 활동내용이 무엇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

지금 우리는 그 동안의 활동이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고 하는 비통한 심정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서있다. 그러나 우리의 활동이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먼저 故 육우당의 죽음 이후 기독청년들을 중심으로 해서 동성애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반 사회적인 관념 속에서도 편견으로 인해 공론화 된 논의조차 하기 힘들었던 동성애자들의 상황을 기독청년들이 먼저 고민하게 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둘째, 동성애자들 또한 교회와 신앙이 주는 죄의식으로 인해 쉬쉬해왔던 자신들의 신앙이 소수자들, 그리고 이 시대의 인권을 품어내는 해방과 자유의 신앙일 수 있다고 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던, 보수적이라 여겨지는 기독청년들과 동성애 활동가들, 또 여러 학생, 사회단체들이 허물없이 이 자리에 함께 있다는 만남과 연대의 소중한 경험을 중요한 성과로 남기고 이후 동성애자인권연대·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새민족교회 청년회 등은 이 땅의 모든 인권과 성적, 사회적, 소수자들의 모습에 관심을 가지며, 올바른 하나님의 말씀과 실천이 어떤 것인지 기도하고 실천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


우리의 다짐

하나, 우리는 동성애자들이 정죄 받아야 할 심판의 대상이 아니라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사랑 받는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을 고백한다.

하나, 우리는 앞으로 신앙 속에서 동성애자들을 올바로 바라보기 위한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서로를 편견 없이 만나려 했던 소중한 연대를 바탕으로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하나, 우리는 육우당의 죽음 앞에서 침묵하고, 비리는 옹호하는 한기총을 규탄한다.

2003년 7월 22일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 새민족교회 청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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