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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뒤뜰에 토마토 열 그루가 있습니다. 유순덕 할머니가 우리 먹으라고 양배추, 콩, 그리고 옥수수와 함께 심어 놓았습니다. 벌써 콩은 다 따먹었고, 이제는 토마토가 빨갛게 익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토마토 잎사귀에 무당벌레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비록 몇몇 잎사귀의 살점이 떨어져나갔고, 뼈줄기만 앙상하게 남게 되었어도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알기로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잡아먹고 사는 익충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무당벌레를 반기는 입장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 밭에 있던 배추에 엄청 많은 진딧물이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개운치 않은 기분 때문에, 저는 무당벌레가 토마토에 붙어있을지도 모르는 진딧물을 잡아주었으면 했습니다. 무당벌레가 하루에 잡아먹는 진딧물이 30마리, 어떤 놈은 거의 300마리까지도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놈의 벌레들이 토마토 잎사귀를 계속해서 먹는 겁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까, 진딧물은 하나도 없고 셀 수 없이 많은 무당벌레들이 토마토 잎사귀에 앉아 있었습니다. 얼마 후 책을 보고 알게 되었는데 무당벌레도 종류가 있습니다. 진딧물을 잡아먹는 놈이 있고, 식물의 잎을 먹고사는 고얀 놈들이 있습니다.

책에 나온 그림을 보니까 몸에 까만 점이 많은 녀석들이었습니다. 내 눈 앞에서 토마토를 괴롭히는 바로 그 불한당들입니다. 그 날부터 저는 며칠동안 무당벌레를 보는 대로 잡아 죽였습니다. 오늘도 몇 마리 해치웠는데 수 백 마리는 죽인 것 같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300마리 조금 안 됩니다.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겨우 열 그루밖에 안 되는 토마토 나무에 300마리가 달라붙어 있었다는 건 너무했습니다. 그동안 속썩으며 고생한 토마토에게 사과하는 뜻에서 마음껏 '살충'을 했습니다.

토마토는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을 겁니다. 그러나 내 귀엔 들리지 않았습니다. 토마토는 도망치고 싶었겠지요. 그러나 뛰어갈 다리가 없었습니다. 저는 토마토를 보면서 우리 교회 교인들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평생 한 교회만을 섬기면서 살아왔습니다. 살면서 수 없는 상처도 받았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비명 소리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토마토를 심어놓은 유순덕 할머니가 요즘 교회를 나오지 않습니다. 벌써 한 달째입니다. 오늘도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권사님, 믿음 없는 분도 아닌데 교회 안 나오는 것 힘드시죠, 주일날 나오기 힘드시면 새벽예배 때라도 나오셔서 기도하고 가세요"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입'으로 하는 사람의 권면은 좋아야 한 두 번입니다. 그러나 거룩한 손으로 한 놈, 두 놈, 이렇게 걱정 근심 괴로움을 잡아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은 이제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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