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변보호구역에 건설된 통일교 타운. 왼쪽이 청평천성왕림궁전, 오른쪽이
최근 개원한 청심병원이다.ⓒ뉴스앤조이 이승규

통일교(교주 문선명)가 경기도 가평군 송산리 일대 25만㎡를 개발하면서 환경영향평가 등을 받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통일교는 지난 1997년부터 이 곳에 청평천성왕림궁전, 500병상 규모의 청심병원, 박물관, 대학원, 대규모 주택타운 등의 건물을 지어 하나의 거대한 통일교 타운을 건설하고 있다. 청평천성왕림궁전과 청심병원은 이미 완공을 해 병원의 경우 진료를 시작했고 박물관과 대학원, 대규모 주택타운은 오는 2004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환경영향평가 및 지표조사 제대로 받지 않아

청평천성왕림궁전과 청심병원은 수변보호구역으로 개발허가 규제 지역이다. 또 박물관, 대학원 등 그 밖의 지역 역시 자연보전지역으로 3만㎡ 이상의 인구집중유발시설은 건축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통일교측은 이 일대를 개발하면서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 지표조사를 받지 않고 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공사를 진행중인 대학원과 박물관 부지는 옛날에 절터가 있던 곳으로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통일교측은 2001년 같은 재단 산하인 선문대를 통해 지표조사를 했으나 이를 가평군 등 관계기관에 제출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 뒤늦게 문화연대 등 환경단체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경기문화재단에서 지표조사를 실시했지만 이미 70% 이상의 공사가 진행된 상태에서 조사가 진행돼 지표조사의 의미가 상실됐다.

▲붉은 원으로 색칠한 곳이 박물관 부지. ⓒ뉴스앤조이 이승규

지표조사와 관련, 가평군청의 박인택 주사는(허가민원과) "(건축)허가를 하는 데 있어서 지표조사가 시행됐는지 여부를 확인 못한 것은 우리의 잘못"이라고 밝혀 잘못이 있음을 시인했다.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공사를 강행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통일교가 이 곳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사는 모두 12곳. 12곳 모두 환경부 고시와 법개정 이전에 허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아무런 제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을 보면 형질변경 대상 면적이 20만㎡ 이상일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통일교측은 공사 대상 면적을 작은 단위로 쪼개 공사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박 주사는 이와 관련 "이 지역은 건축주도 틀리고 공사현장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하나의 토지로 볼 수 없는 곳"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통일교 관련 건축현황표. 녹색으로 색칠한 곳이 통일교가 개발하고 있는 지역이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가평군청이 공개한 건축허가 현황표를 보면 12곳의 건축주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통일교대책협의회 박준철 사무총장은 "건축주를 보면 이들은 모두 통일교와 관련된 인물들"이라고 주장했다.

지역공동화 현상 우려

지역공동화 현상도 발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 목사는 "통일교가 70년대 초부터 이 곳에 왕국을 건설할 목적으로 부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며 "결국 이 지역은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목사에 의하면 문선명 교주가 오는 2004년까지 통일교 신자 5만 명을 이주시킬 목적으로 가평 일대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 실제 송산리 설악면 주민들은 2~30여명 밖에 거주하고 있지 않아 박 목사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설악면에서 목회를 하는 최덕규 목사(장락교회)는 "통일교의 개발을 반기는 주민은 없다"면서 "오히려 지역발전의 저해요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목사는 "이미 이 지역의 땅 1/3을 통일교가 잠식했다"며 "이곳 주민들은 땅은 이미 다 팔고 거주만 하고 있어 지역기반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덕규 목사. ⓒ뉴스앤조이 이승규
통일교의 가평 개발에 대해 한국교회의 무관심을 질타한 최 목사는 "교단에 이야기를 해도 별 다른 반응이 없다"며 "대다수의 교회들이 그들과 부딪치는 걸 싫어한다"고 밝혔다. 또 "이런 상황에 대해 (한국교회가)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조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계가 관심이 너무 없다"고 한탄했다.

또 통일교는 지역 주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장학재단의 건물을 지어주고 공사장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지역사회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런 현상에 대해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갈등을 하지만 예수를 믿지 않는 일반 사람들은 아무거리낌 없이 통일교가 제공하는 일자리를 찾아간다"고 했다.

취재후기

6월 25일 오후 4시 경 취재팀은 가평군 송산리 일대 공사현장에 직접 들어가 보기로 했다. 최덕규 목사는 "최근 몇 몇 언론의 보도로 공사장 주변 사람들의 신경이 매우 날카로와져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CBS 취재팀과 함께 공사현장을 찾아 청평천성왕림궁전과 병원, 박물관 등을 취재하고 있는 도중,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다가와 우리에게 "아저씨들 뭐 찍어요?"라고 물어봤다.

▲취재팀이 취재를 시작하자 병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바리케이트가 설치됐고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검문을 하기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취재팀이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자 그 남자는 어디론가 전화를 했고 곧 이어 취재팀이 탄 차량을 회색 갤로퍼 한 대가 미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청심병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바리케이트가 쳐졌고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검문을 하기 시작했다.

취재팀이 촬영을 마칠 때까지 갤로퍼 차량은 우리를 미행했고 취재를 끝마치고 돌아가려고 하자 갑자기 취재차량 앞으로 갤로퍼 3~4대가 나타나 길을 막았다. 차량 두 대로 길을 막은 후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들 10여 명이 나와 취재 차량을 에워싸고 뭘 찍었는지 보자고 요구했다.

취재팀이 차량문을 잠그고 대꾸를 하지 않자 그들 중 한 명이 차 앞에 올라타 운전자의 시야를 가렸다. 취재팀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당황했고 최덕규 목사는 "할 말이 있으면 설악면으로 오라"며 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

20여 분간 실랑이를 벌인 취재팀은 보내 줄 것을 요구했고 그들은 필름을 보여주면 보내주겠다고 했다. 10여 분이 더 흐른 후 그들은 취재 차량의 번호판을 찍은 뒤 취재팀을 보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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