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1백주년기념관에서는 <2002년도 교회의 건강한 예산편성을 호소하는 기독교
단체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기독교시민단체, 학생선교단체, 교계언론사 등 17개 단체는 11월 27일(화) 종로5가에 있는 1백주년기념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2002년도 교회의 건강한 예산편성을 위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예·결산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해줄 것 △전체 예산에서 구제와 사회봉사에 할당되는 비율을 전향적으로 증가시켜줄 것 △선교·교육비 증가를 위해서도 더욱 힘써줄 것 등 크게 세 가지를 주문했다. 특히 재정운영에 관한 공적 자료를 교인들에게 공개하고, 자료의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해 복식회계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단체 대표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가칭 '건강한 교회재정 실천연대'라는 조직을 구성했다. 실천연대는 교회의 투명성과 건강성을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교회규모별 재정사용 내역을 모니터하며, 교회규모에 따른 모범적인 재정사용 모델을 제시하기로 했다. 또 각 교단 목회자 그룹과 연대해서 이 운동이 구체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영등포에 있는 두레교회(오세택 목사)가 건강한 예산편성 모범 교회로 소개됐다. 오세택 목사는 "두레교회 헌금은 나눔의 수단이라고 하는 기본원칙을 갖고 사회봉사비의 비율을 조금씩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두레교회 오세택 목사가 두레교회 예산편성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오 목사가 이날 발표한 수입·지출보고서에 의하면, 목회자 사례비는 전체 예산의 21% 정도 된다. 오 목사는 "목회자 사례비는 절대 30%를 넘기지 않으며, 사례비도 생계비 개념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직급에 따라 차등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숫자에 맞춰 책정한다"고 밝혔다.

전체예산의 46%를 목회자 사례비와 자체 운영비로 쓰고 54%를 바깥으로 쓰고 있다는 두레교회 재정현황을 항목별로 보면, 국내·외 선교비 9%, 전도비 3%, 교육비 7%, 구제비 17%, 장학비 10% 등으로 책정됐다. 두레교회는 노숙 실직자를 위한 쉼터와 학사를 운영하고, IMF 때는 5% 헌금 더하기 운동도 벌였다.

또 예산을 편성할 때도 제직회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재정위원회의 검토를 거친 뒤 다시 제직회에서 다룬 다음 예산안 자료를 교인들에게 공개한 일주일 후 공동의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2002년도 교회의 건강한 예산편성을 위한 호소문'

갈수록 어려워지는 여건에도 불구하고 올 한 해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고 실천하기 위하여 온 힘을 기울여 온 한국교회 위에 하나님의 위로가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새해예산을 확정짓는 일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보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고 하셨듯이, 예산은 교회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한국교회 성장과정에서 따뜻한 하나님의 사랑을 이웃과 함께 나누며, 때로는 사회의 불의에 용감히 항거하고, 교회갱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하나님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교회의 건강하지 못한 재정운영 실태입니다. 이에 다음과 같이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합니다.

1. 예·결산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해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모든 교인들이 교회의 재정운영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예ㆍ결산 확정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공적자료를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공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공적자료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하여 복식회계를 도입해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교회재정 운영의 투명성이 상실될 때 부패의 소지가 있는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하나님은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죽음 사건을 통해서 과정의 투명성과 정직성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명백히 보여주셨습니다.(행 5:1-11).

2. 전체 예산에서 구제와 사회봉사에 할당되는 비율을 전향적으로 증가시켜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물론 어려운 형편 중에도 구제와 사회봉사를 위해 교회 전체 예산의 30% 이상을 사용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교회는 필요 이상으로 교회유지 및 운영에 집중함으로써, 구제·사회봉사비의 비중이 평균적으로 현재 교회 전체 예산의 5%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입니다. 교회와 사회의 약자를 위해 재정을 아낌없이 지출하는 구체적인 삶이 하나님의 백성들과 교회의 정통성을 가늠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형식적인 종교생활에는 열정적이었지만 고아와 과부를 돌보지 않았을 때 하나님께 이방인 취급을 받았습니다(사 1:10-17). 결국 이스라엘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우상숭배와 가난한 자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멸망하고 말았습니다(렘 22:1-9). 이런 하나님의 정의는 오늘날 교회에도 요구되고 있음을 성경은 분명히 가르치고 있습니다.(딤후 3:16).

3. 선교·교육비 증가를 위해서도 더욱 힘써주시기를 호소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하는 일과 미래의 일꾼을 길러내는 일은 교회의 중차대한 사명입니다. 해외선교의 사명이 갈수록 막중해지고 있습니다. 또 한국교회의 50% 이상이 미자립 형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편들을 감안할 때 국내ㆍ외 선교비 증가는 너무나 중요한 과제입니다. 아울러 미래의 일꾼을 양육하는 교회교육현장의 열악한 조건을 개선하는데 힘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국교회가 건강한 교회재정을 확립하기 위해 자신의 뼈를 깎아내는 아픔을 기꺼이 감당함으로써 다가오는 새해에 세상을 향하여 밝은 빛을 던지는 축복을 누리기를 기원합니다.

2001년 11월 27일
개혁SCE기독학생운동, 기독경영연구원, 기독교대학생총연합,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교학문연구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독시민사회연대, 남북나눔운동, 뉴스앤조이, 복음과상황, 죠이선교회(JOY), 청년매거진<새벽이슬>, 학생신앙운동(SFC),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 한국기독교여성협의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학원복음화협의회 17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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