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처럼 기도하라》, 제임스
멀홀랜드, 옮긴이 강주헌.
벌써 8년 전의 일이다. 중견도시에서 치과의사로 편안한 삶을 살고 있던 동생이 어느 날 시골에 있는 나를 찾아왔다. 치과의사를 그만두고 다른 삶을 살겠다는 것이었다. 해외 선교사로 평생을 살겠다는 것이었다. 그 도시에서 외제차를 가장 먼저 타고 다닐 정도로 뽐내기를 좋아하고 물질적 풍요를 누렸던 동생이 전혀 다른 선교사의 삶을 살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동생은 미련 없이 치과를 정리하고 선교사 훈련을 떠났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소도시에서 거의 5년을 보냈고 지금은 혹독한 추위가 있는 몽고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야베스의 기도》라는 책이 미국과 우리 나라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을 때 나는 그 책을 읽어보았다. “원컨대 주께서 내게 복에 복을 더하사 나의 지경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라는 간단한 기도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것이 아닌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내게 복을 주고 지경을 넓혀달라는 기도, 나를 도와 환난과 근심을 벗어나게 해달라는 기도를 연결시킬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다시 내 동생 이야기를 해보자. 동생은 우크라이나의 조그만 도시에서 치과의사로서 봉사했다. 그곳 사람들에게 의술을 베풀었고 고려인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온갖 오지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꿈을 키웠다. 그들에게 좀더 나은 혜택을 주기 위해서 병원을 짓고 싶었다. 그곳의 한 신부가 건물을 흔쾌히 내주셨다고 한다. 의료장비는 미국 선교단체에서 기증받기로 약속받았다. 그후 동생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허가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심지어 수도인 키에프까지 8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보사부 장관을 만나기도 했다. 그 장관이 동생의 얼굴에 서류를 집어던지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때 동생 부부는 기도를 했고 우리 식구에게도 똑같은 기도를 부탁했다. 바로 내 동생의 지평을 넓혀달라고!

《야베스의 기도》는 내가 원하는 기도의 설명이 아니었다. 내게 복을 달라는 것이 내게 물질적 축복을 달라는 기도가 될 수는 없었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기도하지 않기 때문에 부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내 아이들은 가끔 내게 묻는다. “아빠, 성경에서 서로 다른 말을 하면 어떻게 해야 돼요?” 나는 신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성경적으로 분석해 주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대로 하면 돼!”라고 대답한다.

연초에 엔크리스토 출판사에서 《Praying Like Jesus》라는 책의 검토를 내게 의뢰했다. 나는 조심스레 읽었다. 첫장을 여는 순간부터 나는 숨이 막혔다. 내가 원하는 기도에 대한 설명이었다. 우리가 주기도문이라 일컫는 예수님의 기도를 완벽하게 설명해낸 책이었다. 제자들이 예수님에게 기도하는 법을 물어보았을 때 가르쳐 주신 기도였다. 따라서 그 순서까지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기도였다. 멀홀랜드 목사는 바로 그 점을 정확하게 지적하면서 현재의 우리 교회를 따끔하게 나무란다. 멀홀랜드 목사의 약력에서 교파를 초월해서 설교하고 집없는 사람들과 교도소에 갇힌 죄수를 위해 목회하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예수님처럼 기도하라》는 《야베스의 기도》를 정면으로 반박한 책이다. 요즘처럼 물질이 우선되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해석이라고 빈정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된다면 우리는 주일 아침에 교회에 모여 주기도문을 암송할 필요가 없어진다. 주기도문에 담긴 내용을 철저히 배신하면서 그 기도를 하나님의 성전이며 그리스도의 신부 안에서 어찌 중얼댈 수 있겠는가? 나는 《예수님처럼 기도하라》가 새로운 모습의 교회를 원하는 사람들, 예수님의 명령대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완성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리라 믿는다. 그리고 예수님처럼 기도하면서 예수님을 닮으려 노력하게 되리라 믿는다. 사랑하는 내 동생처럼!

강주헌 / 《예수님처럼 기도하라》옮긴이.

* 한동안 《야베스의 기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더니 그 뒤를 이어 '기도'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하나가 《예수님처럼 기도하라》였다. 그래서 "제목으로 장사하는 거 아닌가" 하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마음 때문에 책을 아예 열어보지도 않았다. 요즘 이런 저런 문제 때문에 기도에 대해서 '생각'하고 기도를 '하다'가 이 책을 읽게 됐다.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옮긴이 강주헌 씨의 번역후기가 내 맘에 빨려들어왔다. 출판사에 부탁해서 강주헌 씨의 글을 받았다. <뉴스앤조이>는 이 시대에 우리가 하나님께 드려야 할 기도에 대해서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다. 그 전에라도 우리 마음의 일부라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서둘러 옮긴이의 글을 싣는다. / 김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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