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길 목사가 50-60년대 세계적 미술전에서 여러차례 상을 받은 함창연의 판화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승균 |
대북 구호를 위한 대표적 기독교 민간단체인 남북나눔운동이 한국 미술사의 잃어버린 페이지를 복원하는 일에도 크게 기여하게 됐다. 남북나눔운동 회장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밀알학교 교장)는 해방 후 월북했던 유명 화가들의 예술성 높은 작품을 여러 경로를 통해 입수, 4월 12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일원동 밀알학교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월북 후 북한 화단을 풍미하던 화가 30여명의 그림 중 주체사상이 강조되면서 북한 내에서 그 흔적을 찾기 어려운 50-60년대에 그려진 것들이다. 북한은 1970년대 이후 주체사상의 영향으로 김일성 일가에 관한 것만을 그림으로 인정하고, 그 이전의 것들은 부르주아 계급의 기호품이나 구시대의 유물로 배척했다. 따라서 50-60년대 작품은 사실상 북한 미술사에서 지워진 페이지에 해당한다.
홍 목사는 10년간 남북나눔운동을 통해 500억원 상당의 생필품과 식량을 북한에 지원하면서 "틈나는 대로 중국 연변 미술관 등에서 북한 미술전을 개최하는 방법으로 50-60년대 미술작품을 발굴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남북나눔운동의 동포애에 입각한 지원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미술작품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 목사가 이렇게 발굴한 작품은 모두 500여 점. 이중 작품 가치가 있는 것은 300여 점 정도이며,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그 중에서 엄선된 70여 점이다. 전시회의 작품 중 한국 미술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친숙한 김관호 이석호 배운성 길진섭 김용준 김주경 최연해 리팔찬 염도만 리쾌대 같은 화가들의 그림은 특히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기독인이라면 길선주 목사의 아들 길진섭 화백의 자화상과 풍경화를 만나는 감동도 맛볼 수 있다. 또 현 총신대 정혜옥 교수의 부친 정종여의 참새 그림도 특별한 감흥을 주는 작품이다. 따로 떨어진 어미 참새 1마리가 5마리의 참새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이 그림은 정 교수가 보자마자 '아버지의 작품'이라며 눈물을 흘린 작품.
▲홍정길 목사. ⓒ뉴스앤조이 이승균 |
이 참새 그림은 모두 5명의 자녀를 남겨 둔 채 북으로 건너간 정종여의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분단의 아픔이 그림 속에 절실하게 배여 있다. 이외도 운보 김기창의 동생으로 2000년 이산가족 상봉 때 서울에 온바 있는 김기만(1929-), 60년대 이전 세계적 권위를 가진 비엔나 모스크바 라이프치히 미술대회서 큰 상을 수상한 함창연의 판화 작품 등도 소개된다.
함창연은 러시아 미술백과사전에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3명의 화가로 소개될 정도로 세계 화단에 잘 알려진 인물. 홍 목사는 함창연의 작품을 발굴하는데 특히 주의를 기울여 수상작 등 약 100여 점의 작품을 모아 특별전도 함께 마련한다.
한편 홍 목사는 "북한 구호활동을 하며 그림을 발굴하는 과정은 다 밝힐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하고 "하지만 우리 미술사의 잃어버린 페이지를 복원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하며, 민족 정서를 하나로 묶는 이 일은 통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02)3411-4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