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을 보면, 굳이 지식인들의 도움을 빌리지 않는다 해도, 성경 출애굽기 18장에 나오는 모세와 많이 닮은 것 같다. 그렇다고 모세의 훌륭하고 탁월한 지도력을 닮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애숭이 청년.
이 당시 모세는 지도자가 된 지 얼마 안 되는 애숭이 청년이었다. 물론 그가 나이 사십에 소명을 받고 결혼하여 지도자가 되었기 때문에 못 되어도 근 80은 넘었을테니, 애숭이라고는 하기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나이적인 면에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험적인 면에서 이야기를 하려 한다. 물론 나이로 보면 모세나 노 대통령이랑 닮은 듯하다. 또 지도자의 경험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서로 닮았다고 할 수 있다. 둘이 다 지식적으로는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하나 실무 경험은 처음이니 말이다.

이 당시 모세도 젊음과 패기가 넘치는 지도자였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도 인수위 시절부터 아주 열정적으로 일을 시작하였다. 너무 앞서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그래도 열정적이고 열심이었다. 모세도 자신의 젊음을 한껏 자랑하듯이 아주 열정적으로 일을 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출애굽기 18장 13절에 보면, 모세가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였는가를 볼 수 있다. 앉아서 백성들을 재판하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세의 곁에는 백성들의 늘어선 줄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하려든다는 것은 너무 무모한 짓이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젊음과 패기도 과로 앞에서는 당할 장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드로의 충고에 귀를 기울여라.
모세의 장인 이드로가 일가친척들을 데리고 모세를 방문했다. 방문한 이유는 모세가 기적적으로 애굽을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모세는 자신을 방문한 일가친척들과 이드로 앞에 자신이 겪은 기적적인 간증담을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이튿날 이드로는 모세의 재판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때 이드로가 모세에게 충고하기를, 17절에서 "그대의 하는 것이 선하지 못하다"라고 말하였다. 모세와 백성들까지 모두 함께 지칠 것이라는 충고였다. 이유는 일이 너무 많아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여기서 노무현 대통령과 모세의 닮은꼴을 찾으라면, 모세가 기적적으로 애굽을 나온 것 같이 노무현 대통령은 기적적으로 대통령이 된 것이다. 또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하는 고집스런 면이라고 할 수 있다. 모세가 백성들의 송사를 혼자 다루려 했던 것처럼, 노 대통령에게 있어서도 언론정책, 검사와의 대화 방법, 최근 문제가 된 KBS 노조와의 직접 대화 등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대통령 스스로 직접 나서서 대화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은 국민들에게 신선하고 더 친숙하게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고흥길 의원이 지적하였듯이 만약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다 대통령 스스로 실수하여 문제가 더욱 커진다면 그때는 누가 해결하느냐는 것이다.

즉 모세나 대통령이나 귀담아 들어야 할 공통점은 지도자는 최종적인 문제 해결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자가 직접 나서는 것도 좋겠지만, 일의 처리에 있어서도 지혜롭지 못하고 문제 해결보다는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모순점이 많다는 것이다.

일은 순서 있게 분담하라.
모세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드로가 생각해낸 묘안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 제도였다. 물론 이들을 뽑는 기준은 재덕이 겸전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진실무망하고, 불의를 미워하는 자라고 하였다.

지금도 그렇다. 이런 인물들을 뽑아서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과 같이 일을 분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아니면 기존에 만들어진 제도를 잘 다듬어 지혜롭게 활용하면 된다. 그리고 이런 인물들에게 과감하게 일을 분담시키고 맡겨야 한다. 십부장이 할 일은 그가 해야 하고, 천부장이 할 일은 그가 하도록 맡겨야 한다. 이름만 천부장이고 일은 지도자가 다하는 모양새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도 그 지도자에게 충성하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이란 지도자는 마지막으로 천부장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만 맡아서 처리해야 한다. 물론 나머지 책임자들이 한 일에 대해서 보고가 뒤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하나, 일을 맡기는데 있어서는 때론 그들이 하는 실수까지도 너그럽게 이해해 줄 수 있는 아량이 지도자에겐 필요하다. 왜냐하면 실수 없이 전문가가 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실수는 그가 지금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 실수했다고 해서 나무가지 자르듯이 한다면 그것 또한 훌륭한 지도자의 덕량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일을 하는 책임자들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노력과 함께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영웅주의를 버려라.
이드로가 모세를 찾아와, 백성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어선 이유를 물었을 때 모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백성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나님께 물으려고 자신에게만 온다는 것이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이렇게도 들릴 수 있는 문제이다. "백성들이 저만 찾아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가려하지 않습니다". 즉 모든 일은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 영웅주의, 백성들은 자신만 좋아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도자 자신의 오만이요 교만이다. 왜냐하면 시시콜콜한 일을 가지고 지도자에게까지 가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열심있고 자상한 지도자라고 세인들이 볼 것이 아니라, 잔소리 많이 하는 시어머니 형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떠한 일이든지 많은 일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왜냐하면 일이 한곳으로 집중되고 과중되다 보면, 지도자는 스트레스에 쌓이게 될 것이고 판단력이 흐려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드로의 충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오늘 이 정권도 주변에 장로(長老) 같은 많은 지식층들과 석학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들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역사의 증인이요, 우리의 선배요, 이 시대에 얽힌 실타래를 푸는데 큰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드로의 충고는 곧 하나님의 충고였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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