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 소재한 고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전경. ⓒ뉴스앤조이 최재호

최근 고신 교단 신학대학원 교수진과 총학생회 등이 학교법인 고려학원에 파견된 관선이사진을 학교측이 수용하고 과거 부정부패 행위 회개 및 개혁의 기회로 삼을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수와 학생들의 이 같은 입장은 관선이사 거부운동을 천명한 고신총회 지도부와 확연히 다른 것이다. 또 일부 노회에서 총회운영위원회의 결의내용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교단집행부의 현실인식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신대원 교수진, “관선이사 파송은 마지막 기회”
지난 4월 7일 고신대학교 신학대학원(원장 한진환 교수) 교수회는 관선이사 파견과 관련된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교단 신학적 도덕적 보루인 신대원 교수들이 비판과 경고의 음성을 발하지 못한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며 통절한 마음으로 회개한다”면서 이번 사태를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닌 지난 50년 동안 누적되어온 많은 과오와 부조리의 결과”라고 규정했다.

교수회는 또 “그리스도의 정신을 따라 구제와 복음 전도의 목적으로 설립된 복음 병원이 지난 2,30년 사이에 본연의 목적을 망각했고 병원 때문에 교단의 영성과 도덕성이 극도로 저하되고 세속화되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특히 “최근 최종 부도처리된 바 있는 김해복음병원이 교육부의 기채승인없이 악성부채를 차용하는 과정에 ‘병원과 가장 가까웠던’ 일부 목사 장로들이 고리채와 차명으로 깊이 관련되어 있는 등 부조리의 온상이 되어왔고 이에 따라 교단은 엄청난 부채를 안게 됐다”고 밝혀 일부 교단내 세력을 부정의 배후로 지목했다.

이어서 교수회는 “금번 관선 이사 파송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징계인 동시에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마지막 기회로 알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과거 우리 선배들의 신사참배 거부를 자신의 업적인양 자랑하면서 현재의 우상인 맘몬 신 앞에서는 무기력하게 무릎 꿇었던 죄를 자복하고 전 교단적인 진정한 회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교수회는 “복음병원과 관계하여 온갖 불법과 탈법을 저지른 교단 인사들은 하나님과 교단 앞에 공개 사과하고 교단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하고  “복음병원을 설립이념에 충실한 평신도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기고 목사들은 목회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주문했다.


학생회 “관선이사 파송은 차선책, 참여와 견제하자”
한편 고신대학교 총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 자연대학생회, 신학대학생회도 지난 4월9일 <학생회 공동성명서>를 발표해 관선이사 파견에 즈음한 학생들의 입장을 밝혔다.

성명문에서 학생회는 “우리는 건학이래 최대의 치욕을 동일한 가슴으로 아파하며 수구(守舊)적인 어제를 일거에 청산하고 불확실한 내일의 적극적인 참여자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작금의 형국은 그동안의 복음병원을 둘러싼 재정의 불투명과 무책임한 경영에서 왔다”고 주장하고 “차선책으로 선택된 관선이사의 실무집행에 우리는 분명한 원칙을 세워 참여하고 견제할 것임을 밝힌다”고 천명했다.

이어서 학생들은 △대학의 이념이나 정체성을 위협할 시에는 대(對)관선이사 투쟁에 돌입한다 △고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복음병원 등 학교법인 산하기관들은 (관선이사나 교단을 막론하고) 분할, 매각, 처분해서는 안된다 △지난 잘못된 관행, 불법, 편법을 일삼은 자와 잘못에 대해 책임규명과 처벌이 있어야 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관선이사진은 교육부의 지적사항이 완료되면 고신교단에 모든 권한을 환원하고 즉각 철수하라 △교단은 학교법인 구성원들에 대해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사과하고 경영권이 환원될 때를 대비하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또 “고려학원을 분열시키거나 대립 또는 와해하려는 의도를 가진 개인 또는 조직은 즉각 불순한 시도를 그만 두어야 할 것이며, 현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음모 역시 타도의 대상임을 분명히 한다”고 못박고 “고려학원의 모든 구성원은 이번 계기를 통하여 고려학원의 단결과 이념회복에 중점을 두어 함께 참다운 하나님의 나라건설에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고신대학교 총학생회 총무/정책국장 신동한 씨는 “이번 학생들의 성명의 핵심은 관선이사 파송 반대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동참하되 교단이념구현을 저해할 시에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표명”이라고 소개하고 “학생들은 이번 사태를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노회(노회장 신민범 목사)가 지난 4월 7일 남서울교회당에서 열린 정기노회에서 △관선이사 거부서명 유보 △고신대와 신대원에 보내는 상회비는 종전대로 보내기로 △한 주일 헌금은 학교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유보할 것 등을 결정했다.

이처럼 총회 운영위원회 결정을 따르지 않거나 관선이사 파송과 관련, 총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시각을 가진 수도권 일부 노회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민범 목사는 “젊은 목회자나 원로들에 이르기까지 이번 사태를 그냥 넘겨서는 안되며 하나님의 책망이자 마지막 기회로 냉정하게 바라보고 처신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운영위의 결정을 수용키로 한 대부분의 전국노회들의 경우도 장시간 논쟁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노회에서는 “책임자 규명과 처벌을 위해 특검제를 실시하자”, “이번 문제를 미봉책으로 덮으려 하지 말고 진정으로 바로잡는 기회로 삼자”는 등의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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