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교회 정군찬 목사, 대사모 산파역의 김규석 집사. ⓒ뉴스앤조이 최재호

지난 2월 18일 경상북도 의성군 안평면에 자리한 대사교회(예장합동, 정군찬 목사)는 여느 때와 달리 설레임과 분주함으로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평일인 화요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예배당 안에서는 찬양소리가 들려오고 교회 앞과 마을 입구엔 현수막들이 펄럭였다. 동네 어귀에 있는 노인회관 주변에는 주민들이 마련해 온 음식을 함께 나누며 정담을 나누는 따스한 광경도 펼쳐졌다. 방 안쪽에는 여기저기 뜸을 뜨는 광경과 침을 꽂은 주민들이 누워있고 이들을 돌보는 손들도 분주하기만 하다.

이 교회 정군찬 목사는 얼굴 한가득 웃음을 머금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신이나 보이는 것을 감출 수 없다. 젊은이들이 모두 떠난 시골마을이지만 이날 교회당 안에는 젊은 얼굴들이 함께 하고 있다. 도대체 작은 시골 교회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대사모의 첫작품 찬송세미나. ⓒ뉴스앤조이 최재호

먼저 현수막에 걸린 문구. '치유와 복음을 위한 부흥회'라고 되어 있다. 이 시골교회는 부흥회를 하고 있었다. 주최를 보니 좀 의아스럽다. ‘대사교회’가 아니라 ‘대사모(대사교회를 사랑하는 모임)’가 주최다. 대사모. 보통 교회 이름 뒤에 사랑하는 이들의 모임이란 이름을 붙이는 것은 대개 문제있는 교회의 교인들이 힘을 결집하기 위해 결성하는 단체인 것으로 여겨온 기자의 선입견으론 생경하기만 했다.

봉사활동을 위해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김규석 집사(충현교회)는 “대사교회 출신으로 모교회를 걱정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말하고 “농촌교회의 재정적 빈곤, 인력부족으로 인한 행사개최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 대사모의 결성으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사실 농촌교회는 전도행사나 부흥집회 등을 생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젊고 활동력이 있는 이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연세가 많고 경제적, 사회적 활동이 힘든 노인들만 남아 지키는 농촌의 모습, 그대로를 교회로 옮겨놓았다고 보면 된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주일예배를 포함한 공예배 드리는 것만도 벅차다. 교인들을 교육하기 위한 프로그램 마련이나 별도의 전도 봉사활동은 생각하지도 못한다. 대사교회도 마찬가지다. 올해 68세 된 장로님이 전체 교인들의 표준 연령대이다.

정 목사는 “우리교회는 현재로서는 자립이 가능한 형편임을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인 교인들이 세상을 떠난 뒤가 되는 10여년이 흐른 뒤에는 누가 교회에 남아있을 것인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부임후 7년이 되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가까운 미래에 대한 우려와 막연한 책임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그러던 얼마전 명절이 되어 시골을 찾은 대사교회 출신들이 정 목사로부터 교회의 어려운 현실과 암담한 내일에 대한 전망을 듣던 중, 몇몇이 의기투합, 대사모를 결성하기에 이른 것이다. 대사모는 먼저 홈페이지를 만들어 소식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대사교회에 가장 필요한 일들을 발벗고 나서 돕기로 하고 먼저 이번 집회를 준비했다.

시골교회의 찬양은 음정과 박자가 곧잘 무시된다. 곡조가 다르지만 거의 모든 찬송가를 비슷하게 부른다. 남들이 부르는 것을 귀동냥으로 듣고 따라 부르는 것이니 한사람이 틀리면 다 틀리게 부른다.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이 진행되는 예배시간. 이를 정 목사는 안타깝게 생각했던 것이다.

▲충현교회에서 지원나온 침술봉사단. ⓒ뉴스앤조이 최재호

▲대사모의 요청으로 함께한 충현교회 침술봉사단이 주민들을 돌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재호

그래서 정 목사는 대사모에게 먼저 찬송세미나를 열어 줄 것을 부탁했다. 이런 정목사의 마음을 아는듯 교인들은 쑥쓰러워 하면서도 열심히 배우는 열의를 보였다. 또 마을 주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충현교회 침술봉사팀의 도움을 받아 노인회관에서 무료진료활동을 전개했다. 기자가 찾은 날도 한방 가득 환자들이 모여 침을 꽂고 뜸을 뜨고 있었다.

옆방에는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이 다과와 함께 펼쳐졌다. 자연스럽게 교회에서 하는 좋은 일에 화제가 집중됐다. 주민들은 교회가 이런 의미있는 일들을 하는 것을 매우 대견해하고 또 좋아했다. 30여호 되는 마을주민들 대부분이 대사교회 교인이지만 새로 이사온 주민들 중 몇몇은 아직 기독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봉사활동으로 교회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져 오는 주일에는 몇몇 주민들이 더 교회를 찾을 것 같다는 것이 교인들의 희망섞인 전망.

이 의미있는 일에는 주로 평신도들이 발벗고 나섰다고 한다. 대사모 태동의 산파역인 김규석 집사는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사교회는 약 1백여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있는 교회이다. 우리 교회 출신 목사만 33명에 이른다. 3.1운동 등 의성지역의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자랑스러운 교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교회도 10~20년 후면 존립 자체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우리 대사교회 출신들이 적극 나선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모교회를 위해 재정적, 인력적인 지원으로 도울 것이다. 대사모의 활동에 대해 이곳 출신인 정영환 목사와 이재영 목사 등과 긴밀하게 상의했다. 그것이 우리의 대사교회에 대한 사랑을 구체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번 집회에는 이 교회가 배출한 목사들인 이재영 목사(예장합동 총무)와 정광덕 목사(대신대학교 교수)가 집회인도차 방문해 자신들의 모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시골교회의 어려움에 대해 우리는 많이 듣고 있다. 재정적인 빈곤과 노령화된 소수의 교인들과 함께 기진맥진해 하는 목회자들의 사정에 대해 적잖게 우려하고 있다."

1909년에 설립되어 수많은 교인들을 배출한 대사교회는 이제 '어린 너희들을 이제껏 키워줬으니 이제 연로한 교회를 장성한 너희가 돌보라'는 명령?)을 받은 대사모 회원들의 열정으로 인해 새로운 선교적 전기를 맞고 있다.

도심에서 많이 떨어지고 쇠락한 작은 교회로 보일지 모르지만 대사교회의 1백년의 저력은 후배들의 사랑으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모습이다. 농어촌 교회의 현실의 주름은 깊어만 가지만 딱히 해결방안이 없는 이 시대의 고민을 의성군에 위치한 대사교회는 이렇게 풀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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