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규탄대회에 모인 군중들. ⓒ뉴스앤조이 신철민
기독교복음선교회(구 국제크리스챤연합·일명 JMS)가 지난 10월 25일 여의도공원에서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저지를 위한 규탄대회를 가진 이후, 이 문제를 둘러싸고 기독교복음선교회와 SBS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기독교복음선교회는 지난 규탄대회에서 "SBS는 1999년 3차례에 걸쳐 선교회에 대한 왜곡보도를 하였고, 이 방송에 대한 반론보도 청구소송에서 선교회 측이 승소했다"라고 밝히고, 이는 "SBS의 보도가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보도였다는 것을 법원에서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SBS 최태환 PD는 반론보도와 정정보도는 엄연히 다르며 반론보도에서 이겼다고 해서 법원이 방송 내용 자체가 틀린 것이라고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최 PD는 "1999년 방송에 대해 기독교복음선교회 측이 반론보도 청구를 내서 승소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반론보도는 쌍방의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서 상대방에게 반론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지 보도 내용 자체가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대만에서도 기독교복음선교회 관계자가 'SBS가 정정보도를 하고 사과했다'는 거짓말을 했다. 이에 대한 증거 자료도 가지고 있다. 이 방법을 한국에서도 써먹으려 해서는 안 된다. 반론보도 청구는 웬만한 사안이면 대부분 들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독여성들은 총궐기하라! ⓒ뉴스앤조이 신철민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기독교복음선교회 측은 법원의 결정이 SBS 방송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독교복음선교회 양승남 대변인은 "반론보도 청구소송도 하나의 소송이고 SBS 측도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반론보도를 하도록 허락하는 결정은 법원도 쉽게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방송사 입장에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아닐 것이다. 반론보도가 자주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난 TV에서 반론보도를 자주 접하지 못했다. 우리는 법원의 판결이 SBS가 공정성을 잃었다는 것을 법원에서 인정한 것으로 본다. 일반적인 시사프로그램이라면 제작 단계부터 반론의 기회를 주었어야 한다."

법원의 반론보도 판결에 대한 쌍방의 해석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언론중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반론보도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당사자에게 피해가 있다고 생각될 경우 반론·해명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방송 내용의 사실성과는 무관하다"라고 밝혔다. 지난 1981년부터 현재까지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에 실패해 법원까지 간 총 358건의 반론보도 신청 중에 40% 정도가 반론보도를 하라는 판결이 났고 17% 정도가 기각 판정이 났다. 나머지는 취하·화해·각하 등이다. 법원이 반론보도 신청을 받아들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회장 입구에 서 있는 안내 요원. 여성 인권 문제를 제기한 현수막이 보인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기독교복음선교회가 제기한 최태환 PD의 위장 취재에 부분에 대해서 최 PD는 일단 이를 인정하면서도 당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대만에서 위장 취재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신변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또한 대만에서 나의 신분이 밝혀지면 제보자의 보호가 어려워지는 상황이었다. 비록 신분을 숨기고 인터뷰했지만 상대방의 뜻에 반해서 한 것은 아니었다. 내용을 왜곡하려는 의도도 없었다."

취재 도중 최태환 PD가 욕을 했다는 기독교복음선교회측 주장에 대해서는 양쪽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최 PD는 "욕은 내가 더 많이 얻어먹었을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욕을 한 적은 없다."라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양승남 대변인은 "교역자가 '싸가지 없는 놈'이라는 욕을 최 PD로부터 들었다고 증언했다. 결코 꾸민 말이 아니다. 기독교복음선교회 관계자가 최 PD에게 욕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양승남 기독교복음선교회 대변인은 "아직 재판이 진행중인 상태에서 이 문제를 방송에서 다루는 것은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옳지 않다. 중요한 사안들은 이미 법원에서 다루어지고 있으므로 법원에 맡기라. 방송이 나서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 사회고발 프로그램이라면 법원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를 대변해서 고발하는 일에 의미가 있을 것이다. 여론 재판의 가능성이 있는 방송은 반대한다."라며 방송을 반대하는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자리에서 일어나 문화 공연을 관람하는 JMS 회원들. ⓒ뉴스앤조이 신철민
기독교복음선교회가 규탄대회에서 집중적으로 제기한 여성인권 문제에 대해서 최태환 PD는 "우리가 문제삼는 것은 기독교복음선교회 회원이 아니라 정명석이다. 이단·사이비라는 종교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정명석 총재의 한국·대만·중국·일본에 걸친 섹스 스캔들을 밝히는 것이 방송의 목적이다. 우리 팀은 이 부분에 대한 확증도 가지고 있다. 우리들이 기독교복음선교회나 교인들을 모독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정명석 씨는 종교지도자이고 공인이다. 그러나 현재 기소중지 상태로 해외 도피중이다. 기소중지는 사실상 수배 상태라는 의미다. 정명석 씨는 아직까지 자신의 의혹에 대해 아무런 해명 없이 해외에 머물고 있다. 1999년 방송 이후에는 사과문까지 보냈으나 섹스 스캔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들은 정명석을 고발하는 것이지 종교의 자유를 침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1999년에 출국해서 지금까지 주로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명석 씨는 99년 이후로 3∼4 차례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양 대변인은 "정명석 총재님은 지난 2∼3년 사이에 수 차례 한국에 들어와서 잠시 조사를 받고, 또 다시 나가서 선교 활동을 하시곤 했다. 현재 도피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선교 일정에 따라 움직이시는 것이다.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한국에 들어오셔서 조사를 받으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엑소더스 회장 김도형 씨는 "정명석은 2001년 5월 준강제추행·강간·폭행·사기 혐의로 기소중지 된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정명석은 현재 지명통보 상태로 만약 그가 한국에 들어와서 검문에 걸리면 48시간 내에 조사 받으라는 통보를 받게되고 이를 어기면 곧장 지명수배에 들어간다"며 검찰이 이 문제에 대해 좀더 강력히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

▲SBS 사옥 전경. ⓒ뉴스앤조이 신철민
정명석의 해외 체류와 관련하여 최태환 PD는 "물론 기독교복음선교회 평신도들이 이런 사실들을 전혀 모를 수도 있다. 정명석에 대한 의혹들이 법정에서 확증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대만·중국·일본에 걸쳐 수많은 피해자가 있고, 이들은 남이 아니라 한때 같이 신앙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다. 한번이라도 이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눈과 귀를 열기 바란다. 정말 기독교복음선교회를 위한다면, 기독교복음선교회가 정명석의 사유물이 아니라면 이제는 신도 스스로가 선생님께 해명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를 둘러싼 갖가지 추문에 대해 당당하게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해야 한다. 정명석 씨도 그 자신이 떳떳하다면 당당히 한국에 들어와서 진실을 밝히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SBS와 기독교복음선교회는 규탄대회 이후에도 계속 양측 관계자들이 만나 방송 여부를 놓고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기독교복음선교회 측이 '그것이 알고 싶다' 에 대해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여서 법원의 결정과 협상단의 협상 결과에 따라 조만간 방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복음선교회 양승남 대변인은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질문에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결백을 밝히는 활동을 할 것이다. 여기에는 규탄대회까지 포함된다."라며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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