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에서 표 이사장이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강당 2층에서는 비대위 회원들이 "민
족의 자산, Y를 사유화한 표 이사장은 퇴진하라"는 현수막을 펴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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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YMCA 창립 제99주년을 맞는 10월 28일. 빛나는 역사를 자축해야 할 날이 이사회의 파행적인 회장 선임과 표용은 이사장에게 쏟아진 비자금 운용설 및 김수규 회장 사퇴 배후조종설 등으로 얼룩진 서울Y의 초라한 현실만을 드러낸 채 막을 내렸다.

99번째 생일을 맞은 서울Y는 화려한 축하 대신 회원들의 시위로 하루를 열었다. 기념행사 보다 두 시간 빠른 9시부터 '서울Y 개혁과 재건을 위한 비상대책회의(이하 비대위)' 소속 회원과 간사 50여 명은 표 이사장을 저지하기 위해 서울Y 회관을 둘러싸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불법 날치기 이사회가 웬 말이냐"며 "하나님 나라 확장을 가로막는 표 이사장은 사퇴하라"고 외쳤다.

이른 아침 집회에는 황명문 노조위원장 등 CBS 노조원들도 동참했다. 이들은 "CBS 노조도 함께 하겠다"며 "청년 정신을 살려달라"고 힘을 실었다. 김윤식 신임회장과 함께 신입 간사교육을 함께 받았던 박계현 전 간사도 "김 국장은 개인적으로는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서울Y를 회원과 시민에게 돌려줄 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안타깝다"며 김 신임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표 이사장이 11시에 비대위 회원들의 경계망을 뚫고 회의장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기념행사가 시작됐다. 단상에서 표 이사장이 근속직원을 표창하고 기념사를 낭송하는 동안, 강당 2층에서는 비대위 회원들이 "민족의 자산, Y를 사유화한 표 이사장은 퇴진하라"는 현수막을 펴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김윤식 신임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기념식 참석자들과 침묵시위를 벌이는 비대위 사이에 불안한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김윤식 신임회장이 인사말을 전했다. 그는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회장이 됐고, 정관을 개정하면 사무총장으로 임명될 것이다"며 말을 열었다. 사무총장으로 선임됐다고 발표했다가 회장으로 번복 발표한 것에 대해 정당한 절차로 선임됐음을 당사자가 직접 변론한 것이다. 회장 선임 과정이 서울Y 직원들에게 동의를 못 얻었을 뿐 아니라 이사회에서도 충분한 검토 없이 급박하게 진행됐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류시범 총무과장 이름으로 작성된 두개의 회람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10월 22일자 회람에서는 이사회를 통해 김윤식 회장직무대행자가 사무총장(총무)에 선임됐음을 알렸다. 그러나 각종 보도를 통해 사무총장 선임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음이 드러나자, 24일 다시 회람을 통해 사무총장 대신 현행대로 '회장'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권고한바 있다.

기념식 내내 긴장을 유지하던 침묵시위는 양총재 이사(한서교회)의 축도가 끝남과 동시에 폭발하고 말았다. 강당 2층과 1층 뒤쪽에 있던 비대위 회원들이 "Y 개혁 우롱한 표 이사장은 사퇴하라" "비자금 조성이 웬 말이냐, 100년 역사 부끄럽다"며 표 이사장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했다.

▲포효하는 표용은 이사장. ⓒ뉴스앤조이 주재일
이에 뒤질세라 표 이사장도 강단 마이크를 잡고 "가만히 있어. 나도 53년부터 회원활동 했어. 내가 뭘 사유화했다고 이 난리야. 내가 저것들을 못(쫓아)내면 내가 살지 못해"라고 호통쳤다.

강단에서 내려온 표 이사장은 분이 덜 풀린 듯 전대련 전 서울Y 회장에게 "자네 잘못이 커"라며 꾸짖기도 했다. 최근 전대련 전 회장이 비대위에 참가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행사장을 떠나려던 표 이사장은 최근 사태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비대위 회원들의 항의에 밀려 황급하게 회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 사이 비대위 회원들은 회장실 앞에서 '서울Y 개혁과 재건을 위한 창립 99주년 열린예배'를 드렸다. 예배가 끝난 후 오후 1시가 넘어서야 표 이사장은 황급히 회장실을 빠져나갔다.

한 간사는 표 이사장의 초라한 뒷모습을 보며 "선배들이 'Y 운동을 더 잘하려고 Y를 떠난다'고 한 말을 이제 알 것 같다"고 절규했다. 그는 "표 이사장이 떠날 때까지 우리 모두 쉽게 일이 잡힐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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