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여 명의 기독교복음선교회 신도들이 여의도공원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기독교복음선교회(구 국제크리스챤연합·일명 JMS) 신도 8,000여 명이 10월 25일 여의도공원에 모여 서울방송(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미방영)' 내용과 담당 PD 최태환 씨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기독교복음선교회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 최태환 담당 PD가 선교회 산하 교회들을 불시에 방문하여 협조도 구하지 않고 불법 취재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오전 11시경에 시작한 이날 집회는 △경과보고 △비상대책위 소개 △위원장 인사말 등의 순서를 거쳐 점심 이후에는 문화행사를 위주로 진행되었다. 여의도공원을 가득 메운 신도들은 '불법취재 왜곡방송 SBS 최태환 PD는 즉각 사퇴하라', '전국 여성단체는 여권을 침해하는 SBS 방송을 배격 총궐기하라' 등의 자극적인 피켓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은 어린아이부터 나이가 지긋한 중년까지 다양했으나 젊은 여성들이 가장 많았다.

▲최태환 PD를 비난하는 내용의 피켓 ⓒ뉴스앤조이 신철민

집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열기를 더해갔다. 집회가 열린 여의도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SBS에 대한 노골적인 협박과 강도 높은 막말도 터져 나왔다. 대학생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남성은 "지금 주변에는 전경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도 감정이 돌발적으로 폭발할까봐 경계하고 있다"며 은근한 협박을 했다. 그는 이어서 "SBS는 지금 두려워 떨고 있다. 99년 방송은 예수 정신으로 용서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평화적으로 집회를 마무리하기보다는 자율에 맡기겠으니 각자 할 일을 다하자"며 회원들의 개인 행동을 유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무대에 오른 다른 연사는 "SBS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건드렸다"면서 "만약 방송을 내보내면 책임지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집회 분위기는 마치 열광적인 부흥집회에 온 듯, 기독교 색채가 곳곳에 드러났다. '여리고를 무너뜨리자'는 지휘에 따라 참가자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자 한적한 여의도공원이 들썩거렸다. 연단에 오른 기독교복음선교회 목사는 "이곳은 본래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인데 오늘은 전혀 불지 않는다. 일기예보에 오늘 비가 온다고 했는데 비 한방울 오지 않았다. 하나님이 함께 계신다"며 규탄대회의 신앙적 의미를 강조했다.

▲갖가지 문화행사와 더불어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열광하는 참석자들이 찬양에 맞춰
손을 높이 들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이날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정명석 총재와의 관계를 구태여 감추려 하지 않았다. 문화행사 시간에 국악 공연을 한 팀은 공연을 마치고 "저희를 키워 주신 정명석 목사님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고 청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대학생 대표로 나선 한 사람은 "우리는 총재님(정명석)과 하나다. 결코 떨어질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기독교복음선교회의 집회를 구경하던 일반 시민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회를 유심히 지켜보던 한 시민은 "기독교의 이기적인 모습은 정말 끔찍하다. 저게 광신도 집단이지 뭐냐"라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월드컵 응원가를 개사한 '오 필승 하나님'이 울려 퍼졌다.

▲SBS측과 협상을 위해 기독교복음선교회 대표 7명이 경찰과 함께 방송국 뒷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협상은 평행선을 그은 채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SBS는
다음주 토요일 저녁 10시 50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JMS와 관련한 보도를 내보낼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이날 모인 인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기독교복음선교회 측은 1만 2천에서 1만 5천 정도는 된다면서 이 숫자는 전체 신도의 1/10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관계자는 대략 6천에서 8천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기독교복음선교회 대표 측은 오후 3시 현재, SBS 측과 방영 여부를 놓고 SBS 사옥 안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후기>

이날 집회를 진행한 기독교복음선교회 측은 언론의 취재 활동을 지극히 제한하는 태도를 보였다. 집회 현장으로 통하는 입구부터 노란띠를 두른 건장한 회원들이 지키고 서서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본지 기자도 본부석에 등록을 하고 나서야 겨우 취재를 할 수 있었다. 회원들에 대한 인터뷰는 금지되었고 사진 촬영은 제한적으로 허가되었다. 취재를 하는 동안 한 관계자가 계속 뒤를 따라다니며 일일이 감시를 했다. 취재 도중 집회를 구경하고 있는 한 시민에게 말을 걸자 금새 기독교복음선교회 회원 10여 명이 몰려와 아무 것도 묻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집회의 분위기가 절정에 달하면서 어떤 목사가 연단에 올랐다. 그는 목사지만 할 말은 하겠다면서 "이 씨방새 방송국은 사죄하라"라며 폭언을 퍼부었다. 그의 말을 수첩에 적고 있는데 노란띠를 두른 한 회원이 다가오더니 수첩을 기웃거리며 지금 뭐라 말했는지 아느냐고 묻는다. '씨방새'라고 대답했더니 그게 아니라 "쓰브쓰'라고 주장한다. 외국 사람들도 SBS를 다들 그렇게 발음한다는 친절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냐고 따지는데 연단에 오른 그 목사가 다시 한번 정확한 발음으로 '씨방새'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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