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순복음교회 금요 철야 기도회는 하나님께 원하는 바를 비는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1만 2000여 명의 교인들은 각자의 방언으로 목소리 높여 기도했습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이제야 가 봤습니다. 일명 '큰 목사님'이 계신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를 4월 27일 찾았습니다. 둥근 교회 건물 벽에 있는 출입문은 숫자를 달고 있었습니다. 장충체육관이 떠오르더군요. 예배 안내자들은 상의를 모두 하얀색으로 맞춰 입었습니다. 남자는 하얀색 재킷을, 여자는 흰 저고리. 장례식장과 삼일절 기념행사 말고 흰 저고리를 본 유일한 장소로 기억될 듯합니다.

저녁 9시, 금요 철야 기도회가 시작했습니다. 찬양 인도자가 호기 있게 외칩니다. "여러분, 오늘은 좋은 날입니다!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교인들은 인도자의 말을 따라 하며 좌우에 앉은 사람과 인사합니다. 벌써 좋은 일이 생긴 것처럼 양팔을 크게 흔들며 인사하는 분도 있습니다. 찬양을 시작하기도 전에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시쳇말로 파이팅이 넘쳤습니다.

"기도는 응답, 기적, 축복입니다." 엄신형 목사 말마따나 "기도의 영권이 있는" 이영훈 목사가 설교하는 날입니다. 예배당은 기적과 축복을 열렬하게 비는 1만 2000여 명의 다양한 외침으로 가득 찼습니다. 이 목사는 "주의 종은 특별히 마귀의 공격을 많이 받습니다. 주의 종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고 기도를 요청합니다. 장남에 이어 차남까지 검찰청을 들락거리는 큰 목사님이 들으면 위로가 될 말이네요.

뜨거운 기도회 공기와 달리 제 주변은 냉기가 가득했습니다. 교인과 교회 관계자 대여섯 명이 차례로 다가와 어디서 왔는지, 허락을 받고 온 건지 물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 교인이 등을 쿡쿡 찌르며 "아가씨 여기서는 사진 찍으면 안 돼", "플래시 좀 터뜨리지 마" 합니다. 나중에는 흰 양복을 차려입은 아저씨 두 분이 다짜고짜 팔을 잡아끌며 나가라고 했습니다. 결국 사진을 찍지 않고 앉아 있기로 했습니다.

황당했습니다. 이날 열린 기도회는 기독교기도운동본부가 주관하는 '2012년 한국교회와 국가를 위한 비상 특별 기도회'입니다. 4월 26일 자 <국민일보>에는 크게 광고도 냈습니다. 교회 내부 행사도 아니고 다른 기관이 같이하는 공식 행사인데 취재를 막다니 이해가 안 갔습니다. 더 황당한 건 교회 관계자들이 기독교기도운동본부 자체를 모른다는 사실. 의외의 허술함에 허탈했습니다.

사진 촬영권을 뺏기는 바람에 가장 인상적인 두 장면을 찍지 못했습니다. 하나는 부교역자들이 일제히 의자 위로 올라가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일하듯 교인들 머리에 안수기도하는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이사할 때 볼 수 있는 노란색 바구니에 가득 찬 헌금 주머니였습니다. 기도와 돈이 넘치는 곳. 여의도순복음교회 첫인상은 그렇게 새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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