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선 사건 보도 뒤에는 소송이 필연처럼 따라붙습니다. 소송은 억울한 쪽에서 선택하는 주요 수단이지만, 기자에게는 피하고 싶은 현실입니다. 소송을 하는 순간부터 기자는 귀찮아집니다. 취재 자료를 모아서 답변서를 만들고, 취재 시간을 쪼개 법정에 서야 합니다. 행여 질 경우 감당해야 할 비용은 사람을 처음부터 비굴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다시는 그런 일에 발을 담그지 않으려는 소심한 기자가 됩니다. 소송을 즐기는 사람들은 기자의 나약한 심성을 파고듭니다.

<뉴스앤조이>는 소송을 달고 삽니다. 민감한 사안을 피해가지 않았고, 실명으로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이름을 쓰지 않거나 가명을 쓴다면 소송을 면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적당히 타협하면서 금전적인 이득을 보기도 합니다. 반대쪽에서 얻은 정보를 무기로 이쪽을 찌르면 두툼한 봉투가 열립니다. 불행한 현실이지만 그렇게 연명하는 기자들이 있고, 그들에게 돈을 뜯긴 목사와 장로들은 다른 곳에서 분개합니다.

4년 만에 복귀해 처음으로 받은 문의 전화도 <뉴스앤조이> 사칭 기자 이야기였습니다. 목사가 원로로 물러나면서 아들에게 세습하려했는데, 저희 기자가 취재 와서 물거품이 됐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 기자는 원로목사에게도 금품을 요구했답니다. 전화를 준 교인은 저희 기자가 취재하러 왔는지 몇 번이고 물었습니다. 저희는 그런 '짓'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돈이 오가는 경우 보도하더라도 어디서 누가 벌인 일인지 알 수 없는 기사가 나옵니다. 돈을 받지 않더라도 기자는 실명으로 보도하지 않으면 소송을 피할 수 있어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사건 당사자도 애매한 보도 뒤에 숨어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됩니다. 한국교회의 타락과 몰락에 기독교 언론의 언론답지 못한 행태가 한몫 거들었습니다.

학자로서 죽었다던 그는 지금 잘 삽니다

올해 2월 김성욱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청구를 했습니다. 소송으로 가기 전 단계를 밟은 겁니다. 제자가 쓴 논문을 자기 이름으로 발표했다고 보도한 게 명예훼손 이유였습니다. 김 교수는 언론중재위원들 앞에서 자신은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상처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학자로서 생명은 이미 끝났다며 저희를 '지적 살해자'로 몰았습니다. 그렇지만 언론중재위 한 마디에 김 교수는 소를 취하했습니다. "그 논문 당신이 썼나요? 아니면 제자가 썼나요?"

한참을 침묵한 김 교수는 "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진퇴양난은 이럴 때 나오는 말입니다. 저희를 걸고넘어지려다가 자기가 더 크게 깨질 것 같아 소송을 포기한 것이겠지요. 김 교수는 표절 백과사전입니다. 스승의 책을 베끼고, 유명 목사의 설교를 도용하고, 인터넷에서 떠도는 글까지 긁어다 썼습니다. 그래도 그는 지금 고개를 빳빳이 들고 학자로서 당당히 학생들을 가르치며 보직을 맡아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 언론중재 청구는 유명한 목사들 이름을 내세우며 사업을 펼치다가 사기 혐의로 재판 중인 나눔나라국민운동본부 박찬수 장로가 4월에 걸어왔습니다. 명의를 도용한 일도, 사기를 친 일도 없다고 했습니다. 언론중재위원들이 사실을 확인하려 묻는 말에도 화를 참지 못하고 자신에게 취조하지 말라고 고성을 질렀습니다. 모든 게 잘못되었으니 우리가 보도한 내용을 조사하라고 윽박질렀습니다. 대화가 불가능했습니다. 당연히 조정 건은 불성립 결정이 났습니다.

사실 박 장로는 우리에게 품은 불만은 없다고 말합니다. 자신에게 이름을 쓰라고 허락했던 바로 그 유명한 목사들에게 분노했습니다. 이름을 쓰라고 친필로 서명까지 하고선 어려워지니까 전화 한 통화로 발뺌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박 목사는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전화로 빼 달라고 빼 줄 수 있는 일이냐며, 탈퇴하고 싶으면 자필로 탈퇴서를 가져오라고 했답니다. 지금까지 두 명이 탈퇴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나머지 목사들은 여전히 자기 조직의 임원이라는 것입니다. <뉴스앤조이>는 박 장로의 주장을 근거로 후속 보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두 건이 진행되는 사이 작년에 걸린 소송 결과도 나왔습니다. 총신대학교 직원 인사 과정에서 일어난 뇌물 수수 사건을 총신대 운영이사 유장춘 목사가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방검찰청에 작년 10월 고소했습니다. 이 사건을 조사한 동작경찰서는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올해 2월 결론 내렸습니다. 경찰은 총신대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볼 정도의 기사라고 판단하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뇌물 수수 사건으로 김영우 재단이사장과 정일웅 총장이 배임 수재 혐의로 4월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면서 불명예를 뒤집어썼습니다. 이 내용은 일반 언론도 다루면서 총신대는 더 큰 망신을 당했습니다. 저희가 처음 보도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사건을 기독교 내부에서 정직하고 공평하게 처리하지 못해 생긴 문제입니다. 이런 사건을 대할 때마다 우리 안에 자정 능력이 있는가를 되묻습니다.

폭로하지 말라고요?

최근에도 총신대와 엮인 일로 저희가 고소를 당했다고 합니다. 아직 고소장은 받지 못했지만, <국민일보>를 보고 4월 26일에 알게 되었습니다. 에스더기도운동본부(에스더운동) 이용희 대표가 <뉴스앤조이>와 <마르투스>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답니다. 에스더운동은 신사도운동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저희가 신사동운동 단체로 분류되어 있다고 허위 보도해 명예가 실추되었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저희를 교계의 각종 문제를 폭로하는 대표적인 '폭로 언론'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폭로는 '나쁜 일이나 음모 따위를 알리는 일'인데, 비리를 드러내 교회를 개혁할 수 있다면 폭로도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폭로는 음모를 꾸미는 자들이 그들을 막으려는 언론에 붙이는 딱지입니다.

폭로라는 말에는 자신이 알게 된 진실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것은 기사를 대하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기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재작년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을 보도하면서 더 쓸 수 있는 내용이 많았지만, 전 목사가 삼일교회 목회를 내려놓고 성찰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때 더는 '폭로'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저희 보도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는 독자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비단 삼일교회 사태만이 아니라 기독교계의 주요한 문제를 다루면서 저희가 취하는 일관된 자세입니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은폐하는 관행입니다. 회의나 결정을 비공개로 처리하고 결과도 언론사를 봐 가며 발표하는 교단과 단체가 많습니다. <마르투스>가 취재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 대표적입니다. 취재를 못하도록 거짓말도 서슴지 않습니다. 총신대 재단이사회를 취재하러 간 <마르투스> 기자에게 김영우 재단이사장이 <마르투스>의 취재를 거부하기로 총회 임원회가 결의했다며 기자를 내보내려했습니다. 결의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기자가 미리 확인했다고 일러 주었고, 현장에 총회장이 있어 바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무작정 나가라고만 합니다.

어느 문제를 취재하나 비슷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알 것 없다, 나가라, 취재하지 마라, 너희와 무슨 상관이냐, 고소·고발하겠다 등등. 그러는 사이 온갖 더러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예장합동 은급재단이 불법적으로 납골당 사업에 투자했다가 수십억 원을 까먹고, 총회세계선교회가 선교사들에게 돌아가야 할 지원금을 다른 곳에 써서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지진으로 고통당하는 아이티 사람들을 위해 교회가 모금한 30억 원의 대다수를 엉뚱한 곳에 썼습니다. 누구도 견제하지 못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앞으로도 이런 비리를 들춰낼 것입니다. 한국교회를 개혁하려는 이들에게 진실을 알려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폭로 전문 언론이라고 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전문가이고 싶습니다. 어설픈 비판이 아닌 정확하고 예리한 지적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 가겠습니다.

이단을 비롯해 몇몇 곳에서 저희에게 소송하겠다는 으름장을 이미 들었습니다. 소송당하는 건 두렵지 않습니다. 진실을 은폐하고 보도를 막으려는 교권으로부터 독립하려고 <뉴스앤조이>가 출범했습니다. 금권과 가까워지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늘 가난하게 살았지만 독자들의 격려와 지원으로 10년 넘게 버텨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소송을 준비하고 법정에 서는 일은 그들을 통해 우리가 더 철저하게 단련하도록 하나님이 주시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용희 대표도 "책임 있고 올바른 언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소하였다"고 말했습니다. 저희도 같은 마음입니다. 그곳이 법정이든 인터뷰 장소이든 기자로서 정성껏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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