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교회? 빚내는 교회!

600억! 400억!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와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가 교회당 건축을 앞두고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다는 액수이다. 과연 교회가 진 빚인지, 기업이 진 빚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액수다. 이 정도 규모의 빚이면 1년에 이자로 나가는 돈만 수십억이다. 이 두 교회만 큰 빚을 진 게 아니다. 새문안교회(이수영 목사) 208억, 지구촌교회(진재혁 목사) 188억, 주안장로교회(나겸일 목사) 130억, 인천숭의교회(이선목 목사) 107억. 지난해 <시사저널>이 몇몇 대형 교회의 등기부 등본을 통해 파악한 이들 교회에 설정된 근저당 규모다. 한국의 대형 교회들이 얼마나 큰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는지 보여 준다.

대출에 열을 올리는 것은 큰 교회만이 아니다. 교계 보수 인사들을 앞세워 대형 집회를 열고 "제1금융권에 교회가 주주로 참여하는 기독교은행을 설립하자"며 목회자들을 선동했던 강보영 목사(한국사회복지뱅크 대표). 그는 지난해 284명으로부터 23억 80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그런데 이 신종 금융 사기극의 피해자 대부분이 미자립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다. 대출에 눈이 멀어 투자하면 '우선 대출권'을 주겠다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것이다.

교회 대출은 금융권 틈새시장?

교회의 대출 규모가 급속히 늘어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다. 그전까지 제1금융권은 교회에 돈 빌려 주기를 꺼려 왔다. 담보물인 교회당과 부지가 공익 목적을 띠고 교인 총유의 개념이기 때문에 대출금 상환에 문제가 생길 경우 처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금융권의 대출 경쟁이 한창 격화되던 2001년, 농협이 최초로 교회 전용 상품인 '미션대출'을 출시했다. '미션대출'은 출시 한 달도 안 돼 100억 이상, 10개월 만에 380건 1716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미션대출'의 수요가 늘어감에 따라 농협은 전국 영업점을 통해 적극적인 교회 마케팅을 시작했다. 현재 농협이 '미션대출'로 교회에 빌려 준 돈은 9000억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은 농협보다 한발 늦게 뛰어들었지만, 현재 금융기관 중에서 교회 대출 실적이 가장 좋다. 2001년 12월 '샬롬대출'을 출시한 수협은 상품 홍보를 위해 전국을 돌며 목사·장로 등을 대상으로 순회 설명회도 열었다. 장병구 전 수협 대표가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수협은 "시중 은행에 비해 점포 수가 적기 때문에 새로운 틈새시장을 뚫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 불모지나 다름없던 교회 대출 시장을 공략"했다. 그 결과 2001년 29억 원 정도였던 수협의 교회 대출액 규모는 2010년 기준 전체 대출액의 약 10% 수준인 1조 7000억 원이 되었다.

이렇게 농협과 수협의 교회 전용 대출 상품이 잘 나가자 다른 은행들도 '플러스교회대출'(신한은행), '실로암대출'(우리은행) 등을 출시하며 교회 대출에 경쟁적으로 가담했다. 소규모로 교회 대출을 해 오던 제2금융권 저축은행들도 대출 한도를 늘리는 등 교회 대출 시장은 점차 확대되었다. MBC '뉴스후'는 2008년 2월 2일 방영분에서 현재 한국교회가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돈의 규모가 4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신뢰할 인물은 아니지만, 기독자유민주당 창당을 주도한 전광훈 목사(청교도영성훈련원)가 지난해 10월 교계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한국교회는 은행에 진 빚의 이자로만 일 년에 3조 원을 내고 있다"고 한 걸 보면 한국교회의 금융권 대출 규모가 엄청남을 눈치챌 수 있다.

▲ 2100억을 들여 교회당 건축을 하고 있는 사랑의교회. 서초동 대법원 앞 부지 매입을 위해 은행에서 600억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제공 <복음과상황>)
교회 지으려고, 교인 신앙을 담보하다

교회의 대출 규모가 이렇게 커진 것은 빚을 내서라도 건물을 짓고 싶은 뭇 교회들의 욕구와 대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일부 금융기관의 여신 확장 목표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교회 대출 상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교회 건물을 신·증축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빌려 주는 것이다. 그것도 일반 대출보다 0.5~1% 정도 낮은 금리로 말이다.

실제로 수협의 '샬롬대출' 아이디어는 교회가 건물 용지 매입이나 건축을 위한 자금을 시중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기독교인 직원으로부터 나왔다. 수협 본점에 교회를 상대로 한 대출 상품을 출시하자고 건의한 이종명 당시 여신마케팅팀장(새하늘교회 협동목사)은 교회 건축을 하려는 목회자들을 찾아다니며 대출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이 목사는 2007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500여 교회가 수협의 도움을 받아 건축을 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수협이 교회 건축에 중추적 역할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권의 교회 대출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비정상적인 대출 특혜를 받는 사례도 있었다. MBC '뉴스후'가 고발한 한 교회는 교회 부지 구매가 80억 원 중 70억 원을 은행에서 빌릴 수 있었다. 이는 일반 대출에서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특혜다.

애초 담보물 처분이 어렵다는 이유로 교회에 돈 빌려 주기를 꺼렸던 금융기관들은 어떻게 이 한계를 무릅쓰고 교회에 많은 돈을 빌려 줄 수 있었을까. 몇몇 언론의 인터뷰에 응한 금융기관 관계자들의 발언에 답이 나온다.

"교인들이 헌금을 내니까 현금 유동성이 풍부하고, 그러다 보니까 연체 비율은 일반 대출에 비해 1/10정도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농협중앙회 주철호 차장)."
- <MBC> '뉴스후' 2008. 2. 2 방영 내용 중

이우종 농협 여신개발팀장은 "교회 대출은 경기가 불황이어도 종교 단체는 괜찮다는 역발상에서 나온 대출 상품으로 대출해 줄 때 20세 이상 성년 신도 수, 교회 내분 여부, 헌금 규모 등 체크리스트를 거치면 연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2005. 5. 30 기사 '교회 대출 연체율 0%' 중

일반적으로 기업이나 개인이 자산 안정성이나 신용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교회의 경우 교인들과 그들의 신앙고백인 헌금이 담보로 잡혀 대출을 받는 것이다.

▲ 교회 전용 대출 상품인 샬롬대출을 선보인 수협. 교회 상대 대출액 규모가 1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수협 사이트 갈무리)
빚 때문에 잡음 일고, 신음하고, 파산하는 교회

일단 교회는 교회당을 짓기로 하면, 헌금을 확보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교인들로부터 헌금을 끌어낸다. 교회당을 새로 짓기로 하고 장로, 권사, 안수집사를 대거 뽑아 거액의 건축헌금을 작정하도록 종용하는 교회, 솔로몬이 일천 번제를 드리고서 지혜와 부, 명예를 얻었다며 교인들에게 교회당 건축을 위해 '일천 번제 헌금(천일 동안 매일 일정 금액을 내는 헌금)'을 하라고 권하는 교회, 새로 지을 교회당 앞에 나무 천 그루를 심어 각 나무에 1000만 원을 헌금하는 교인의 이름과 번호를 부여한다는 '천수림 헌금'을 만들어 낸 교회도 있다. 이렇게 거둔 헌금 덕에 교회에 대출을 해 준 금융기관들은 이자와 원금이 연체 없이 상환된다고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교회 안에선 잡음과 신음이 끊이지 않는다.

무리한 건축 추진과 과도한 대출로 교회가 오랜 분쟁에 휩싸이거나, 헌금의 대부분을 대출 이자 갚는 데 쓰는 경우도 있다. 인천의 계양중앙감리교회는 교회당을 새로 지으면서 은행에서 23억 원을 빌렸다. 그런데 10년간 빚이 계속 늘어나 43억 원에 달하게 되었다. 이 교회는 매월 교회 수입 중 절반인 4000~4500만 원 정도를 대출 이자 갚는 데 써야 했다. 교회의 이러한 재정 상황을 교인들에게 알린 재정위원은 위원직을 박탈당했고 교회는 갈등에 부닥쳤다.

서울 동작구의 상도감리교회는 2002년 담임목사의 독단적 주도로 교육관을 무리하게 지으면서, 은행에서 21억 원을 빌려야 했다. 매월 이자로 1000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 교육관 건축 과정에서 장로 15명 중 8명, 권사·집사 200여 명이 교회를 떠났고, 2000여 명이던 교인은 절반으로 줄었다. 이후 교회는 담임목사와 그에 맞선 교인들의 갈등 속에 10년 넘게 분쟁 상태에 놓여 있었다.

교회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담보를 선 교인이 큰 피해를 입는 일도 있다. 서울 양천구의 신월중앙교회에서 재정부장을 역임한 한 장로는 교회가 증축 공사에 필요한 비용을 대출받을 때 연대보증을 섰다. 무리한 공사라고 생각해 처음엔 거절했으나 매일 일터로 찾아와 "순종하면 복 받는다"는 담임목사의 청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러나 공사가 끝난 후 교회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장로의 집은 압류되었고 교회는 경매로 넘어갔다.

잡음과 신음을 넘어 파산하는 교회들의 소식도 들려온다. 지난 1월 말 남한 최초의 침례교회 강경침례교회가 건축을 위해 빌린 돈의 이자를 갚지 못해 경매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어 침례교단 내에 충격을 주었다. 어디 이 교회뿐이랴. 기독정보넷(www.cjob.co.kr) 등 인터넷 사이트에 가 보면 번듯한 교회 건물들이 융자를 안은 채 부동산 매물로 올라와 있는 것을 매우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빚내서 건물을 짓거나 얻어 놓고, 그 빚을 감당하지 못해 교회당을 팔아야만 하는 교회들이 곳곳에 널려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심지어 교회를 매물로 올린 목사 중에는 교인들까지 권리금을 받고 넘기는 이들도 많다. 열심히 헌금해 교회 빚과 이자를 갚아 온 교인들이 교회가 망하자 함께 팔려가는 것이다.

▲ 기독정보넷(www.cjob.co.kr)에 매물로 올라 온 대전의 한 교회. 번듯한 교회 건물들이 융자를 안은 채 매물로 올라와 있다. (기독정보넷 사이트 갈무리)
성경이 말하는 빚과 헌금

박정윤 영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기독교윤리연구소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교회가 성경이 가르쳐 주는 빚에 대한 교훈을 성도들에게 잘 교육할 필요가 있지만 교회의 목회자를 비롯한 지도자들이 성경의 가르침에 역행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함으로써 성도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성경은 빚에 대해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그는 네게 꾸어 줄지라도 너는 그에게 꾸어 주지 못하리니 그는 머리가 되고 너는 꼬리가 될 것이라."
"부자는 가난한 자를 주관하고 빚진 자는 채주의 종이 되느니라."

빚지는 것을 하나님의 저주 현상 중 하나로 기록한 신명기 28장 44절, 잠언 22장 7절이다. 이 구절들을 빚내는 일에 서슴없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적용해 보자. 평소 '머리가 될지언정 꼬리가 되지 말게 하시고'라는 기도하는 목사들이, 교회가 꼬리가 되도록 하는 데 앞장선 것이고, '하나님의 종'을 자처하는 이들이 금융기관의 종이 되려고 줄을 선 셈이다. 성경 어디에도 빚내는 것을 긍정적으로 기록한 내용은 없다.

"평생 가정부로 일해 왔던 이수정 집사는 1980년 강남은평교회가 지금의 사랑의교회 부지를 구입하고 건축을 할 때 대지헌금을 했던 숨은 성도 중 한 명이었다. 어린 나이 때부터 남의 집에서 가정부 일을 하며 지냈던 이 집사는 … '가진 것은 없습니다만 주께서 주신 모든 것과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주님의 영광과 우리 교회를 위해 죽도록 충성하며 헌신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3년 동안 적금한 백만 원. 그것을 타게 되면 다 대지헌금으로 바치겠습니다.' 주님의 교회를 위해 푼푼이 모아 두었던 이 집사의 대지헌금은 작지만 자신의 전부를 드렸던 성경 속의 과부처럼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사랑의교회가 건축 상황을 알리고 있는 홈페이지에 게시해 놓은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처럼 가난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많은 돈을 헌금한 교인들의 이야기를 복음서에 나오는 두 렙돈을 헌금한 과부 이야기와 접목시켜 교인들에게 헌금을 종용하는 것은 교회 건축을 진행하는 교회에서 흔하게 듣는 레퍼토리다.

그런데 이 레퍼토리에는 문제가 있다. 복음서는 이 여인이 '성전 건축'을 위해 자신의 생활비 전부를 하나님께 바쳤다고 기록하지 않는다. 예수께서 이 여인을 칭찬하신 것도 생활비 전부를 '성전 건축'을 위해 바쳤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누가복음 21장에는 두 렙돈을 바친 과부 이야기에 이어 화려하게 지어진 성전을 저주하는 예수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어떤 사람들이 성전을 가리켜 그 미석과 헌물로 꾸민 것을 말하매 예수께서 가라사대 너희 보는 이것들이 날이 이르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리우리라"(눅 21:5~7).

미국 대형 교회의 상징이었던 로버트 슐러 목사의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 Ministries)가 파산 끝에 지난해 교회당을 가톨릭에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화제였다. 빚과 헌금, 교회 건축에 대한 성경의 교훈을 따르지 않을 경우, 한국에서도 크고 작은 교회의 파산 행렬은 계속될 것이다.

참고 자료
<시사저널> 1134호 '대형 교회 빚에 눌리다'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 김상구 지음, 해피스토리 펴냄
<MBC> '뉴스후' 2008. 2. 2 '세금 안 내도 되는 사람들 II'
기독교윤리연구소 '목회자 윤리' 연속 심포지엄 <목회자와 돈>(2011. 10. 10) 자료집
<국민일보> 2002. 2. 28 "교회 건축비 빠르고 쉽게 대출해 드립니다"(함태경)
<한국경제> 2006. 11. 2 "목사님, 대출 조건 잘해 드릴게요"(정인설)
<뉴스천지> 2007. 2. 13 '수협銀, 교회 관련 금융상품으로 교회 성장 도와'(백승인)
<뉴스앤조이> 2007. 10. 16 '43억 원 빚더미 교회, 이자 갚는 데만 헌금 절반'(김동언)
<뉴스앤조이> 2003. 12. 23 '번듯하게 지은 건물 속에서 망가지는 공동체'(주재일)
<뉴스앤조이> 2009. 11. 21 '순종하면 복 받는다고 해서 보증 섰더니'(유연석)

김은석 / <복음과상황> 기자
이 기사는 <복음과상황> 2012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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