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겸손히 자신의 책을 '산책'이라고 이름 짓는다. 이렇게 어려운 산책은 쉽지 않을 듯하지만, 저자의 학술적 예리함은 날이 퍼렇다. 베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본문은 총 6장과 중요한 부록들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서론으로, 구약 내에서의 출애굽기의 위치와 출애굽기의 구조를 다룬다.

2장은 출애굽기 1:1~7을 다룬다. 이 단락은 창세기와 출애굽기의 가교 역할을 한다. 70명의 야곱의 아들들이 허다한 수를 자랑하는 이스라엘 민족으로 전환한다.

3장은 출애굽기 1:8~15:21을 다룬다. 이 단락은 요셉을 인정하지 않는 새로운 바로의 등장으로 이스라엘 민족이 겪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다룬다. 이스라엘의 고통은 요셉을 '알지 못하는' 바로의 출현으로 비롯된 것이며 이스라엘의 고통은 그것을 '알고 있는' 하나님의 구속적 역사로 마쳐진다. 모세의 물로부터의 구원은 이스라엘의 홍해로부터의 구원을, 모세의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만남은 이스라엘의 하나님과의 민족적 만남을, 그리고 모세의 아들의 할례 사건은 열 가지 재앙의 마지막 사건(장자의 죽음)을 예견한다. 또한, 부르심을 받았을 때의 모세와 하나님의 대화는 황금 송아지 사건으로 말미암은 멸망의 위기 때의 모세의 하나님과의 중보적 대화를 예견한다. 10가지 재앙은 이스라엘 구원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누구인가를 드러내는 역할도 잘 감당한다. 저자는 바로가 강퍅해진 원인(바로 자신과 하나님)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4장은 출애굽기 15:22~18:33을 다룬다. 시내산으로 갈 때의 광야 사건들과 시내산에서 나갈 때의 광야 사건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다. 예를 들면, 불평-시험-징계-회복, 하늘로부터 내리는 음식, 다툼, 아말렉과의 전쟁, 지도자를 세우는 일 등이다. 광야는 시험과 징계의 장소이며 하나님의 임재와 신실함의 장소다. 그러한 점에서 광야 사건들은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앙'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 준다.

5장은 출애굽기 19:1~24:11을 다룬다.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시내산에서 만나셨지만, 언약을 맺으시고 십계명을 주신 후에 그 (규례) 말씀이 이스라엘 사람들의 마음에 있고 귀에 들려지고 입에 남아 있게 되었으며, 성막과 제의의 규례를 통하여 시내산에서 말씀하시던 하나님은 이스라엘 가운데 회막으로 임하게 되었다.

6장은 출애굽기 24:12~40:38을 다룬다. 이 책의 백미는 출애굽기 33:7~11을 중심으로 한 저자의 전공 분야인 황금 송아지 사건과 그 배열에 관한 부분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황금 송아지와 관련된 모세의 중보와 이스라엘 진영을 떠나 있는 회막의 의미다. 사람들이 자기 처소에서 모세만이 홀로 회막에 들어가 하나님과 대화하는 것을 본다(33:7~11). 이 사건은 모세만이 유일한 이스라엘과 하나님의 중보자라는 것을 말해 준다. 모세의 몇 가지 중보는 황금 송아지 사건으로 말미암은 '하나님의 진노'를 가라앉힐 뿐만 아니라, 다시 이스라엘을 언약 백성 삼으시고 이스라엘을 떠나 계시던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다시 인도하사 약속의 땅으로 가시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데 그 궁극적인 목적이 있었다.

부록은 '하나님의 산'이라고 불리는 시내산의 의미를 살펴보고 유월절 설교, 회막이냐, 성막이냐의 문제, 그리고 출애굽기 19~40장의 신학적 의미를 살핀다.

저자는 우리가 출애굽기를 읽을 때 던질 수 있는 몇 가지 중대한 질문들에 대해 출애굽기 본문에서 발견되는 적절한 내용과 의미로 '시원하게' 대답해 준다. 물론 후반부에 가서 도표를 제공해 주고 끝에 중요한 논점을 정리해 주었더라면, 본문과 해석의 '광야'에서 자칫 미궁에 빠질 수 있는 독자들을 빨리 구원해 주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아쉬움은 뒤로하고, 출애굽기를 잘 이해하는 훌륭한 안내자가 여러분을 '착한' 가격으로 약속의 땅에까지 '안전하게' 인도할 줄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