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의 암수를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가슴에 까만 깃털이 있는 놈이 수컷이죠. 까만 깃털이 많을수록 힘세고 참새 사회에서 지위가 높습니다. 시버트 로워 교수(미국 워싱턴대)는 이 사실을 알고 짓궂은 실험을 했습니다. 지위가 낮은 참새의 가슴을 매직으로 검게 칠해서 참새 사회에 돌려보낸 겁니다.

처음에는 다른 참새들이 매직 칠에 속아 가짜 깃털을 단 참새를 슬슬 피했습니다. 매직 칠한 참새는 덕분에 마음껏 먹이를 먹었죠. 행복한 시간은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가짜 깃털을 단 참새를 한두 번 건드려 본 참새들이 실체를 알아버린 것입니다. 열 받은 참새들은 가짜 깃털을 달고 힘주던 참새를 쪼아 죽였습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길자연) 사태를 보면서 비명횡사한 참새 생각이 났습니다. 대표회장 선거를 자기 입맛대로 치르겠다고 쓰는 악다구니가 마치 매직으로 가슴을 칠해 달라는 참새의 짹짹거림 같았습니다.

한기총은 금권 선거로 오물을 뒤집어썼고, 해체 운동으로 대표성에 금이 갔습니다. 종교 지도자를 초청한 청와대는, 한기총 대표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길자연 목사 발언은 언론에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한기총 대표회장은 매직으로 칠한 깃털이나 다름없습니다. 실은 그보다 못하지요. 그럼에도 한기총 안팎에 들러붙은 목사들은 대표회장이 되고 싶다고 난리입니다. 한기총 사태가 목회자들의 '자리'에 대한 욕망에서 시작됐다는 게 고스란히 드러나네요.

한기총 대표회장 월급은 0원입니다. 오히려 당선되면 자기 주머니를 열어야 할 때가 잦습니다. 전 대표회장인 최성규 목사는 사비를 털어 한기총 사무실을 리모델링했고, 엄신형 목사는 한기총 회관 건립 기금으로 10억을 냈죠. 목회자들은 대표회장이 되면 돈보다 좋은 권력이 생긴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돈을 뿌려서 당선되고, 그 사실이 밝혀져도 부끄러운 줄 모릅니다.

감투에 혈안이 된 목사들에게 금권 선거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개혁을 외치는 이들도 금권 선거에 대한 회개나 문책은 뒷전입니다. 오히려 개혁을 빌미로 단체를 만들고 임원회 구성을 하는 데 신경 쓰더군요. 1월 12일 열린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기도회'에서 '한기총정상화를위한대책위원회'(한기총대책위)가 임원회를 조직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때는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감투를 쓰지 못해 쌓인 욕구 불만을 그 자리에서 해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한기총대책위는 "새로운 단체는 만들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그 말이 지켜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기총 감투를 쓰는 게 힘들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만들어서 쓸 기세니까요. 한기총대책위를 사실상 일부 총무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총무는 교단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총회장에 가려 있습니다. 총무들의 욕구 불만이 터져 이번 일이 생겼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참새는 가짜 깃털을 알아챘습니다. 한기총에 집착하는 목회자들은 가짜 깃털, 즉 거짓 권력을 구별할 능력도 없고, 가짜 감투를 단호히 거부할 의지도 없습니다. 목사들이 참새만도 못하니 참으로 딱한 일입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