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는 지금 여기에서

오류동 끝, 기찻길 옆에 아담한 '지구촌 학교'가 1층 어린이집과 함께 마침내 6층 건물로 우뚝 섰다. 도시 한복판에서 기찻길과 숲길이 정겹게 어깨동무하며 동네 어귀를 감싸 안고 있었다. 기찻길 옆을 지나 굽이굽이 펼쳐진 숲길을 걷다 보니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다. 그 길을 따라 6세 아이들이 짝을 지어 산책하고 있다. 서로 모습은 다르지만 반짝이는 눈동자는 해맑기만 하다.

지난 11월 11일 당당TV 팀과 함께 세 번째 '수상한 교회 탐방'을 했다. 다문화 교회와 지구촌 학교 '다문화 대안 초등학교'를 설립한 김해성 목사를 만났다. 필자는 항상 이분을 뵈올 때마다 2010년 아프리카 톤즈에서 사역하시다가 별세하신 이태석 신부님이 생각난다. 그것은 누구도 감히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의 현장에서 김 목사는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동고동락(同苦同樂)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목사의 이웃 사랑은 지금도 더 낮은 마구간을 향해 흘러가고 있다.

▲ 김해성 목사는 이주 노동자의 자녀들을 위해 설립했다. (사진 제공 국인남)
현재 이 땅에 와 있는 외국인 체류 현황은 약 140만이지만, 날로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불법으로 눌러앉은 숫자가 많다 보니 그들은 더 열악한 3D 업종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로는 억울한 피해를 받아도 보상은커녕 더 큰 어려움에 주저앉게 된다. 또한, 악덕 업자들의 농간과 노동법의 사각지대에서 반한 감정의 담만 높아가고 있는 현실이라 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이 땅에서 2세가 태어나도 교육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당연히 아이들은 자라면서 부랑아로 전락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이들의 교육 문제를 가장 큰 우선 책으로 고민해 왔다. 이주 노동자들의 자녀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라면 결국 그 상처가 반한 감정으로 남아 한국 사람들에게 되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심 끝에 모두가 어렵다는 학교 설립을 과감하게 시작했다. 어찌 보면 이주 노동자 교육 정책은 정부가 감당해야 할 문제다. 지금 대한민국은 다문화 시대를 심각하게 대처해야 할 때다. 지금까지 미국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누리며 세계 1등 국가의 자리를 지켜왔지만, 서서히 불관용을 수용하면서 나라 전체가 갈등을 겪고 있다.

에이미 추아(예일대 교수)는 "관용이 사라지는 순간 제국은 몰락한다"라 했다. 고대 패권을 주름잡았던 제국의 몰락도 바로 불관용에서부터 시작됨을 입증했다. 오늘날 미국의 쇠퇴 원인도 관용을 상실하면서 환경, 인종, 종교 문제로 분열이 시작되었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로 성장한 대표적인 국가이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은 먼 곳에 있는 산이 아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가 미국 아닌가. 그들의 시행착오를 통해 우리는 지금 이 땅에서 열악한 삶을 사는 수많은 이주 노동자들에게 관용과 나눔으로 다가가야 할 때다.

▲ 김해성 목사는 "선교를 먼 나라에 가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가장 가까이 와 있는 이방인들을 섬기고 그들을 이웃으로 안고 함께 가는 것이 선교"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국인남)
김해성 목사는 이주 노동자의 대부로서 현재 이주 노동자 선교 센터, 무료 병원, 쉼터, 무료급식소 등 다양한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김 목사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선교를 먼 나라에 가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현재 가장 가까이 와 있는 이방인들을 섬기고 그들을 이웃으로 안고 함께 가는 것이 선교다. 그들을 무시하고 박대하는 것은 선교를 막는 반교 행위다. 바로 세계 선교의 때가 눈앞에 와 있다. 농어촌과 도시 교회 전체가 이주민 선교에 눈을 돌려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머잖아 이주민 500만, 1,000만 시대가 멀지 않았다. 지금이 바로 이방 선교가 시급한 때다"라 했다.

지금 우리는 이 땅 어느 곳을 가든지 이방 사람들을 쉽게 마주치며 살고 있다. 식당, 가정부, 교사, 요리사, 보모 등 각종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여러 나라 민족들을 가까이 접하고 있다. 그들은 지금 우리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고, 우리 아이들을 돌보고, 산업 일꾼으로 땀을 흘리며 코리안 드림의 꿈을 키워 가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꿈을 빼앗거나 짓밟아서는 안 된다. 이주민을 배척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넘어지는 어리석은 짓이다. 복음을 먼저 믿은 장자로서 은혜를 받았으니 마땅히 감당해야 할 본분이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관용과 포용으로 다가가야 한다.

다가오는 미래 시대에는 단일 민족이 아닌 다민족이 서로 어우러져 더불어 살아야 하는 시대가 펼쳐진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기정사실로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다. 김 목사는 이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 시급한 마음으로 학교를 세운 것이다.

오바마를 꿈꾸는 지구촌 학교

잠시 후 공부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교실 방을 기웃거렸다. 어느 사이 인기척을 느끼고 금세 장난기를 발휘하는 아이들이 소중하기만 하다. 몇몇이 둘러앉아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그들의 미래가 밝아 보였다. 김해성 목사는 이렇게 모두가 버린 돌을 모아 모퉁이 돌로 세우고 있다. 김 목사는 "교육만이 희망이며 복음은 거저 주어야 할 선물이기에 아이들의 소망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 다문화 대안 초등학교는 '오바마 학교'로 부르기도 한다. 아이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인물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사진 제공 국인남)
자칭 '오바마 학교'라고도 부른다기에 그 의미를 물었다. 다문화 아이들 모델링이 바로 오바마 대통령이라 한다. 그의 어린 시절이 지금 이곳에 와 있는 다문화 아이들과 닮은꼴이 많았다. 케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여러 문화의 충돌 속에서도 꿋꿋하게 꿈을 향해 달려왔던 오바마 대통령을 닮고 싶다 했다. 3학년 성연이가 직접 오바마 대통령에게 편지도 보냈다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이곳 '지구촌 학교' 자칭 '오바마 학교'를 꼭 방문해 주라는 부탁과 함께 대통령의 꿈도 키워 가고 있었다.

아직도 이곳은 많은 것들이 열악하기만 하다. 앞으로 채워 주어야 할 것들만 수북하게 남아 있다. 바라기는 대형 교회의 헌금이 이곳으로 흘러들어올 수는 없을까, 언감생심(焉敢生心)이지만 잠시 기대해 본다. 그동안 대형 교회들의 부패도 잘못된 헌금에서 비롯되었다. 헌금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자연히 물질이 우상이 되었고 그들의 배부름과 위선이 던진 돌멩이에 결국 작은 교회들만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는 성도들이 깨어나야 한다. 이기적인 개 교회 주의를 벗어나 어디든지 열악한 곳에 예물을 은밀하게 나눌 줄 아는 것도 행함이다. 목회자들을 탓할 수만 없지 않은가. 바벨을 향해 가는 그들의 방향은 더 높이, 더 큰 것을 외치며 작은 교회들을 삼키고 있는데 누가 외쳐야 할 것인가.

호텔족들은 헌금을 종잣돈으로 착각하며 고급 호텔 모임이나 조직을 키우는 데 몸과 마음과 뜻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어김없이 십자가를 앞세운다. 지금도 여전히 지도층 같은 귀족들이 호화 호텔이나 고급 빌리지에서 총회나 세미나를 수시로 개최하는 일이 상례가 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호회족(호텔에서만 회의하는 족)이다. 과연 이 잔치에 쓰이는 돈의 정체는 어디에서 왔을까. 헌금이 이렇듯 조직들의 결집을 키우는 데 물 쓰듯이 낭비되고 있는 또 하나의 현장이다. 여전히 호텔족들은 한목소리로 "나라를 바로 세우자, 기독교 언론의 길을 꿋꿋하게 가자, 한마음으로 총대를 메자, 바이블 엑스포를 세우자"는 등 자신들의 밥그릇을 채우며 하나님의 역사와 섭리를 운운한다. 또한, 이 시대 맘몬들은 수시로 호텔에 모여서 축사나 격려사를 남발하며 자신들의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참으로 가관(可觀)이다

큰 자들이 뭉쳐서 싸고 다니는 분뇨 냄새로 한국교회는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성도들은 교회를 떠나고 있는데 애통할 뿐이다. 언제나 철이 들고 귀가 열리려는지, 이들이 철드는 날 아마도 주님이 오실 것 같다. 큰 자들이 철이 들려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지금도 바벨의 끝을 향해 올라가며 밥그릇 싸움으로 호텔족 모임은 여전하다. 김해성 목사가 가장 애통해하는 문제점도 "지금 이곳 이주민 센터와 학교, 병원 등, 이 모든 후원의 손길들도 교회가 아닌 기업과 이름 없는 천사들의 도움으로 연명하고 있다. 교회는 오직 내 교회 확장과 편리를 위해서만 헌금을 쓰고 있다. 성도들도 내 교회가 아닌 곳에는 절대로 헌금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지금 한국교회가 앓고 있는 중병이다"라 했다. 이제 그만 저 높은 곳에서 속히 내려와 마구간으로 달려가야 할 텐데 감투싸움과 교회 사업 확장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도 마구간에서 이방인들이 울부짖고 있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개신교는 이주민 선교와 세계 선교가 시급한 때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해 외쳐야 할 곳은 호텔이 아닌 마구간이다. 그곳에는 소외받은 버린 돌들이 복음의 소식을 기다리며 이렇게 외치고 있다. "대한민국은 큰 교회도 많다. 또한, 십자가도 많고 교인도 많다. 그러나 이방인인 우리가 머무를 곳은 없다."

교회의 사명은 호텔에서 누리는 잔치가 아닌 마구간 사역이다. 지금 즉시 호텔을 떠나 아픔이 있는 마구간을 향해 떠나라. 제발 이제 그만 끝내자, 호텔에서 꼼수를.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