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5일 서울 홍대 앞의 한 소극장에서 열린 '교회 2.0 컨퍼런스'에서 폴 스티븐스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왼쪽은 통역을 맡은 전성민 교수(웨신대 구약학). ⓒ뉴스앤조이 성낙희 
서울 한우리교회는 전임 목회자 없이 장로 2명이 공동 목회를 한다. 위계 구도를 막기 위해 단독 지도자를 세우지 않고, 교단에 속하지도 않는다. 설교는 장로들과 청년 1명이 매주 돌아가며 한다. 모두 '초대교회와 성경의 원리를 따르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12월 5일 IVF 일상생활사역연구소(소장 지성근 목사)와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원장 김형원)가 공동 개최한 '교회 2.0 컨퍼런스'에서 소개된 교회의 모습이다. '21세기 교회 개척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한우리교회와 같은 평신도 공동체에 관심 있는 교인들 100여 명이 모여 교회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회를 맡은 지성근 소장은 위기에 처한 교회의 현실을 지적하며 "한국교회 평신도가 위기 속에서 어떻게 교회를 꾸려 갈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강사로 나온 폴 스티븐스 교수(캐나다 리젠트 대학)는 국내에 '한 백성 신학'을 소개한 사람이다. 한 백성 신학은 모든 교인이 똑같은 한 백성, 사역자라는 정신으로 신앙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평신도와 사역자로 구분되는 기성 교회의 제도를 벗어나 목회자를 따로 두지 않고 모든 교인이 사역자가 된다.

스티븐스 교수는 왜 한 백성 신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설명했다. 스티븐스 교수에 따르면 본래 성경이 말하는 교회는 사역자와 평신도로 구분하지 않는다. 사역자가 특별히 거룩하다는 생각은 틀리다. 모두가 똑같은 한 백성이므로, 그에 기반한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교회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 게 아니다. 모두 한 백성이다. 모든 교인이 풀타임 사역자고, 일상에서 행하는 모든 일이 사역"이라고 했다.

▲ 한우리교회 공순흥 장로가 강연을 하고 있다. 공 장로는 "성경에 나온 직분 중 장로가 가장 많다. 장로라는 단어가 69차례 나오는데, 그중 62번은 '장로들', 즉 복수형으로 기록됐다. 이것은 공동 목회를 뜻하고 있어 우리도 그대로 적용해 지금 장로 2명이 함께 목회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성낙희
이어서 한 백성 신학을 적용한 교회들이 소개됐다. 신현기 씨는 가족 같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새가족교회를 소개했다. 새가족교회는 몸이 아픈 지체가 있으면 집으로 데려와 함께 생활하며 회복하도록 돕는다. 모임에서 설교는 따로 없고, 모든 교인이 성경을 묵상하고 나눈다.

이 밖에도 전주 그루터기교회 김성수 씨와 대구 평신도교회 최승호 씨가 한 백성 신학을 적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들 교회의 공통점은 모두 기존 교회의 틀을 벗어나는 것이다. 사역자와 평신도가 따로 있지 않고 공동체라는 것에 가치를 두어 한 몸, 한 백성을 강조한다.

사례 소개가 끝난 뒤 스티븐스 교수는 마무리 강연에서 만인제사장직의 원리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걸어다니는 성소이자 제사장이다. 목회자만 제사장이 아니다. 학교, 직장 어느 곳에서든 제사장직을 수행하고 하나님의 성소를 확장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이들은 대체로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이창민 씨(36)는 "한국교회 안에서 이런 모임이 흔치 않은데 참석해 보니 신선하고 좋았다. 이런 모임들이 더욱 확장되어 한국교회에 일상적 사역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만표 씨(38)도 "신학적으로 너무 진보적이지도 않았고, 조직론 면에서 보수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균형 잡힌 강의들이어서 유익했다"고 밝혔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박준용 씨(42)는 "평신도 공동체 사역 중 좀 더 특별한 사례를 듣기 위해 왔는데 새로운 게 없었다. 내용들이 대체로 피상적이고 이미 많이 들었던 것들이다. 다음에는 평신도 공동체의 모델이 될 만한 사례들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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