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목사가 분당중앙교회를 떠난 지 10여 개월 만에 교회로 돌아왔다. 그는 아직 강단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주일 칼럼을 쓰고 수험생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하는 등 서서히 교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교인들은 여전히 그의 복귀를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재정 비리 의혹과 사임, 교인들의 형사 고소와 검찰의 무혐의 결정. 그리고 노회의 사임 반려까지.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보낸 최 목사는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교회에 돌아왔을까.

▲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는 검찰에서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최 목사는 "논란의 대상이 돼 교인들과 한국교회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11월 9일 <뉴스앤조이> 사무실에서 최종천 목사를 만났다.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다.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와 정운형 편집장이 질문했다.

다음은 최 목사와의 일문일답.

- 검찰이 재정 횡령과 배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사법부가 때로는 교회 재정 집행에 사회적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서 혐의가 있다고 지적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교회의 재정 운용 관행을 관대하게 인정해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검찰의 이번 판단은 후자에 해당된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검찰의 판단 기준을 교회의 재정 집행 기준으로 받아들이면 교회의 수준은 한참 낮아지게 된다. 사회의 요구 기준보다 훨씬 엄격해야 교회가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자격을 얻는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을 마냥 기뻐할 것이 아니라, 환골탈태의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최종천 목사 (최) : 먼저 논란의 대상이 되어서 분당중앙교회 교인들과 한국교회에 심려를 끼친 점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렇게 회자된 것 자체가 나의 부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 이렇게 말하기 죄송하지만, 그동안 나는 잘하고 있는 줄 알았다. 우리 교회의 행정 체계가 잘 잡혀 있는 편이어서 재정 운영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 일이 터지고 나서야 교회 재정 집행 기준이 외부에서 볼 때도 합당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교인들이 그동안 목사를 절대적으로 신뢰했는데, 그만큼 실망이 컸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 같다. 자녀 유학비를 지원받았다는 사실은 경제적 이유로 자녀를 유학 보낼 수 없는 부모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 것 같다. 또 사실을 이해시키려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자극적인 이야기와 표현들이 나왔고, 그로 인해 교인들 감정이 상했다.

사람들 반응을 보면서 물질에 대한 나의 기준이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다. 목사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물질에 약해지기 쉽다. 그래서 물질에 신경 쓰지 않도록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해 주시든지, 경제적 사정이 어려울지라도 마음만은 풍요롭게 해 달라고 늘 기도해 왔다. 호화롭게 살고자 한 것은 결단코 아니다. '경제적으로 궁핍해서 교인들에게 촌지 받고 다니는 수준은 되지 않아야 한다', '밥값을 목사가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교회 교역자 급여 수준도 다른 교회보다 조금 더 넉넉하게 책정했다. 나 역시 감사하게도 교회가 모든 것을 책임져 주었다.

인류애 발전 실천 기금도 큰 규모의 재단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다. 건물에 투자할 것이 아니라 인재에 투자하고 싶었다. 개신교가 하는 장학 사업 대부분이 영세하다. 개신교도 재정을 넉넉하게 가지고 장학 사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독교 학교 중에는 학부모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받아서 건물을 짓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는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돈으로 완벽하게 준비해 놓고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15년 정도 기금을 준비하고, 내가 목회를 마칠 때쯤 기독교 이름으로 사회에 환원하려고 했다. 그때까지 장기간 돈을 보관할 수 있는 방안으로 펀드를 택했다. 마치 독단적으로 한 것처럼 알려졌는데, 금융 전문가들에게 자문했다. 재정위원들에게도 알리면서 협조를 구했다. 그리고 그 돈이 1,000억 원 정도가 될 때까지 그 누구도 손댈 수 없으며, 절대 다른 목적으로 쓸 수 없도록 했다.

▲ 최 목사는 "앞으로 재정 내역을 공개해 투명하고 깨끗한 수준을 넘어 모든 사람에게 은혜를 줄 수 있는 모범 답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담임목사가 큰 비전과 소명 의식을 가지고 장학 기금을 마련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목사의 비전과 성품이 아무리 좋다 해도, 공적인 영역에서는 철저하게 공적인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공적인 영역에서는 훨씬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용해야 하지 않나.

최 : 맞다. 내 교만이었다. 교계는 물론 사회도 교회에 기대하는 수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는 재정 내역을 공개하겠다. 교회 재정을 투명하고 깨끗하게 보여 주는 수준을 넘어서 모든 사람에게 은혜를 줄 수 있는 모범 답안을 만들겠다.

- 재정 집행의 형식적 절차는 모두 거쳤기 때문에 횡령·배임이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목회적 관점에서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인들은 장학금의 많은 부분이 담임목사 자녀 유학비에 사용되는 줄 모르고 있었다. 재정 내역이 완전히 공개되어 교인들 앞에서 유학비를 요청해야 한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최 : 그럴 필요가 있었다면 교인들 앞에서 있는 그대로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 했던 것이지, 교인들을 속이려 했던 것이 아니다. 나는 내가 개혁적인 사람인 줄 알았다. 나한테만은 이런 문제가 안 터지리라고 생각했다.

또한 내가 다른 사람 말을 듣지 않는 완고한 사람으로 보인 듯하다. 그 이유가 뭘까 고민했다. 어떤 사람이 일러 주길, 교회를 개척한 목사가 20년 동안 목회하고, 그 교회가 대형 교회가 되면 누구도 그 목사에게 충고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이 내게 말하기 어렵다는 걸 알았다. 그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몰랐다. 큰 교회 목사였지만 스스로 개척 교회 목사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내가 가진 힘도, 위치도 인식하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 교회는 나름대로 원칙과 시스템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람을 믿었다. 그 사람이 위원회에서 의논해서 결정하면 그대로 동의해 주었다. 그것이 가장 교회다운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을 믿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이번에 하게 되었다. 사람을 믿되 그 사람도 과신으로 오판하지 않도록 더욱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 헌금을 펀드에 투자한 부분도 많은 논란이 일었다. 헌금을 그런 방식으로 불려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성경적으로 옳은지 고민해 보았나.

최 : 그 당시에 적금을 부었다. 그런데 적금으로 모은 돈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 실질적으로 적자나 다름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여러 사람에게 좋은 장기간 보관 방법을 물었더니, 장기적 보관이라면 펀드가 제일 낫다고 했다. 어차피 15년 이상 돈을 묻어 둘 생각이었기 때문에 펀드를 택했다. 다른 생각은 없었다.

- 헌금을 모아서 크게 쓰는 방식과 그때그때 바로 쓰는 방식에는 철학적 차이가 있다. 최근에 대형 교회 목사들이 은퇴를 앞두고 재단을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현역 때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던 목사가 은퇴한 다음 재단 이사장으로 갈아타서 여전히 권력을 행사하거나, 후임이 재단을 관리하면서 본래 취지가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교회에 돈이 쌓여 있을 때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데, 그렇다면 아예 그때그때 써서 교회에 잔고를 남기지 않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최 : 장학 기금을 마련해서 기독교가 사회에 도움을 주는 촉발제가 되고 싶었다. 한국교회도 규모 있고 안정적으로 사회적인 일을 하길 바랐다. 그러나 이런 동기와 무관하게 개별 교회가 거액의 기금을 조성하는 것은 구조적인 위험성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내 성품을 믿었고, 나라면 구조적인 위험성을 이기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도 교만이었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 :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이제는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는 마음으로 교회가 하나가 되기를 소원한다. 나로 인해 마음 상한 교인들을 진심으로 품고 싶다. 나를 반대하는 분들이 원한다면 더 깊은 논의를 통해 최선의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누구나 동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수준 높은 재정 시스템을 마련해 보겠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목회하던 나를 하나님이 밖으로 이끌어 내셨고, 이번에 다시 목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셨다. 그 부르심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더욱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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