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조이하라, 11살 소년이여

"야, 정말 오랜만에 영적인 재충전을 받았다. 두 분(손봉호 박사, 한완상 박사) 토론을 듣고 보니 귀도 열리고, 마음의 문도 저절로 열리네."

"그동안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세 사람이 장로 대통령을 했는데 그 사람들이 기독교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좋지 않았어."

"그래서 현 장로 대통령을 위해서 기도 많이 하라 하시잖아. 지금도 '고 소 영'이나 '강 부 자' 소리를 들어서야 하겠어? 요즘은 만사형통(형을 통하면 만사가 형통하다) 소리까지 들려."

"결론은 정치나 교회를 타락시키는 요인이 바로 돈이라 하시잖아. 한국교회도 물질이 커지면서 점차 공룡의 모습으로 변해 가고 있으니까."

지난 10월 26일 <뉴스앤조이>가 빈한 살림 가운데서도 어엿한 11살 소년으로 성장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가난해도 조촐한 생일잔치를 숭실대학 '한경직기념관'에서 가졌다. 이 자리에 이 시대 선지자 두 분을 초청해서 좌담회 시간을 가졌다. 두 분은 그동안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 전반에 개혁을 향한 외침을 감당해 주신 분들이다. 우리 세 자매도 모처럼 만나 <뉴스앤조이> 11주년 초청 자리로 달려갔다. 관청하는 동안 두 분의 창발적인 발언에 깊은 공감대를 보내며 셋이서 돌아오는 길에 한마디씩 나눈 대화다.

예수님은 좀팽이가 아니다

두 분의 공통점은 학자 출신이며 대학 총장, 그리고 모두 신학을 공부한 신학자들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 약자들을 위해서 보이지 않는 반사체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손 박사님은 기독교윤리위원회와 시민 단체에서 미래 세대를 위해서 외치고 있다. 또한, 한 박사님은 지난 시절 유신 정권 아래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렀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통일부 장관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다. 두 분의 신앙관은 보수적이면서도 개혁을 위해서는 진보적이다. 그리고 항상 청년들을 위해서 미래의 꿈을 심어 주는 우리 사회 어른으로 남아 있다.

한 박사님은 "교회는 가장 약하고 가난하고 고통 받은 자들이 주인이 되어야 하는데 자신이 섬기는 교회도 의사나 교수들만 모이는 교회가 되었다" 한다. 그만큼 한국교회의 담은 더 높아졌고 자본주의 빈부의 격차가 교회 안에 골 깊게 파고들어 가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예수님의 사랑은 모든 인간이 만든 어떠한 제도적인 종교와 조직보다 더 크신 분이다. 사람이 만든 관습에 묶지 마라. 성령의 역사와 영적인 파워를 크게 보고 예수님을 인간의 편리 안에 가두지 마라. 하나님의 사랑은 우주보다 더 크고 사람이 감히 측량할 수도 없다. 예수님을 자잘한 좀팽이로 만들지 마라" 하셨다.

▲ 한완상 교수는 한국교회의 담이 더 높아지고 자본주의 빈부 격차가 교회 안에 골 깊게 파고들어 간 현실을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김태완

'아멘'이 저절로 나왔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교리 주의, 교권주의를 외치며 하나님을 담보로 물질과 권위를 앞세워 조직을 키워 왔다. 만사형통의 설교와 능변의 기도로 언어의 인플레이션이 날로 높아 가고 있다. 여전히 말이 말을 만들어 말쟁이, 뚜쟁이, 협잡꾼들은 말의 시대가 끝난 줄도 모르고 기도원이나 대형 교회를 누비며 녹음테이프를 돌린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 땅에다 보물을 쌓지 말고 하늘에 쌓아라, 교회와 목사를 비판하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빨갱이들이 나라를 사탄에게 바치려 한다, 우리 아들 잘난 제사장이다. 그래서 세습은 당연하다. 아멘 하는 자만이 그 입으로 복이 들어간다."

이 교회, 저 교회, 기도원에서 흔하게 들어 본 말들이다. 그동안 거침없이 쏟아붓는 언어폭력에 얼마나 황당했는가. 그리고 각종 미사여구(美辭麗句)로 입에 침이 마르게 토해내는 말 "서로 사랑하라, 형제간에 화목하라,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 영혼이 잘되고 범사가 잘되며 강건하리라, 복 받기를 원하거든 내 것을 먼저 버려라, 내 이웃을 사랑하라…."

이렇게 가르치고 선포했으면 선포한 자는 말의 책임을 져야 하고 말 대로 살아야 하는 것이 바로 복음이다. 마치 강대상이 과시와 권위를 휘두르는 무대로 착각하는 어리석은 자들이 예수님을 좀팽이로 만들고 있다. 오죽하면 목회학을 없애고 실천학을 만들자 하겠는가. 개혁을 외치는 가난한 목회자들은 저들을 보면서 이렇게 탄식한다. "저 배부름 안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오겠는가"라고.

사랑의 예수

한편 손 박사님은 교회는 지금 개혁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교회가 물질, 성적 타락, 권위까지 내세우며 우상을 만들어 타락의 끝에 와 있음을 지적했다. "가장 큰 타락이 우상숭배인데 그 우상이 바로 돈과 쾌락이다. 물질을 섬기며 돈 많은 교회, 연봉 많은 교회, 십일조가 많은 교회가 바로 성공한 교회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 다시 종교개혁을 통해서 철저하게 가난해져야 하고 비워야만 다시 출발할 수 있다"라고 외쳤다.

또한 "건강한 민주주의가 형성되려면 항상 시민이 감시자가 되어서 깨어 있어야 한다. 더불어 건강한 교회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성도가 목회자와 교회를 감시하는 것만이 교회도 살고 목회자도 사는 사역이다. 오늘날 교회의 타락 원인도 바로 무관심에서 비롯되었다. 반드시 견제와 비판이 있는 곳에는 부패가 뿌리내릴 수 없다"라 했다.

▲ 손봉호 교수는 2013년에 WCC 부산 총회에서 기독교다운 보수를 지키자고 했다. 화이부동의 정신으로 기독교의 정의와 예언자적 사명을 잘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김태완

손 교수는 2013년에 제10차 WCC 총회가 기독교다운 보수를 지키자고 했다. 화이부동(和而不同) 정신으로 기독교의 정의와 예언자적 사명을 잘 감당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것은 자칫 WCC 총회가 기득권자들의 말잔치로 끝나기 쉽기 때문이다. 이곳도 당연히 감투와 돈이 투자되는 곳이다. 투자는 반드시 이익을 계산하고 투자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다면 과연 WCC 총회를 통해서 한국 기독교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계산해 보아야 한다.

주제는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인도하소서'다. 슬로건은 참으로 은혜롭다. 장장 9일간 전 세계 교회 총대들이 총대를 메고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인다. 이 큰 행사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것은 신실한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다. 그 정의와 평화는 과시와 권위, 물질과 웅장함이 아니기에 버릴 것이 분명해졌다. 설마 번영과 성공의 기복 주의자들이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앞세워 말잔치, 돈 잔치, 기득권 세력의 과시로 손해 보는 투자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두 분 모두 <뉴스앤조이> 11살 소년에게 미래의 꿈과 소망을 심어 주었다. "처음 <뉴스앤조이> 시작은 근본주의자들이 시작해서 오늘날의 <뉴스앤조이>가 탄생했다. 앞으로 복음의 기쁜 소식을 더 크게 외쳐라. 그리고 용기와 담대함을 담아 항상 그 자리에서 외쳐 주심에 감사드린다"고 한 박사님이 권면했다.

손봉호 교수는 "참 선지자는 아첨가가 아닌 항상 비판적이다. 앞으로 사실과 비판이 더 정확성을 향하고 반드시 대안 있는 비판을 해야 한다. 개혁의 현장은 위태롭다. 그러나 하나님이 항상 함께하시니 정의와 평화를 향해 달려갈 길 달려가라" 당부했다.

사회자 황병구(한빛누리 본부장)의 선창으로 한 교수의 애찬곡 '겸손히 주를 섬길 때'와 손 교수의 애찬곡 '내 모습 이대로'를 합창했다. 우리의 모습 이대로 겸손히 주를 섬길 것을 가슴에 새기며 모처럼 사랑의 예수님을 만나 엔조이한 저녁을 보냈다.

▲ 좌담회에 참석한 150여 명은 손봉호·한완상 교수의 삶과 신앙에 대해 귀를 기울였다. ⓒ뉴스앤조이 김태완

'<뉴스앤조이>'는 말 그대로 새로운 소식을 알리는 뉴스다. 지금 현 정치가, 지금 현 한국교회가 저 내리막 끝에 서 있을 지라도 새 소식을 담아 아주 작은 빛의 역할을 잘 감당하기를 바란다. 필자 또한 <뉴스앤조이>를 소중한 내 이웃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한 사람이기에.

국인남 / <크리스찬이여, 핸들을 꺽어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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