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 임시총회가 수개월 만에 열렸다. 명예회장들은 축제 분위기에서 회의하자고 했지만, 임원 자리를 두고 교단 간 갈등만 빚은 채 회의가 끝났다. 임원단 구성에 반대하는 총대가 나와 발언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9월 27일 오후 2시 길자연 목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에 복귀한 뒤 첫 임시총회가 열렸다. 안건으로 △신규 가입 교단과 단체 재인준 △임원 및 위원장 인준이 상정되었지만 하나도 처리되지 못했다. 특히 임원 구성을 두고 총대들이 반발하여 항의 발언이 이어졌다.

길자연 목사는 임원 선출을 위한 전형위원회(위원장 : 길자연 목사, 위원 : 이광선·이용규·이강평·임종수·강구원 목사)가 결정한 제22회기 임원 및 위원장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을 받아 든 총대들은 여기저기서 발언을 요청했다. 정관에 맞지 않는 임원 구성일 뿐만 아니라 교단별 안배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장 거세게 항의한 곳은 예장백석(총회장 유중현 목사)이었다. 예장백석 이경욱 사무총장은 "임원 조직에 실망스럽다. 무슨 근거로 임원을 조직했는지 모르겠다. 예장백석은 한기총에서 세 번째로 회비를 많이 내고 협조에도 앞장섰다. 그런데 공동회장에 예장백석이 한 명만 들어갔다. 대표회장이 법과 정관에 따라 하겠다고 해서 믿고 참았는데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 사무총장 외에도 총대들이 나와 임원회 조직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했다. 길자연 목사는 "김용호 대표회장 직무대행이 임원들 자리를 줄여서 문제가 생겼다. 연구해서 필요하다면 자리를 늘리는 방법도 생각하겠다"고 했다. 지난 7월 7일 특별 총회에서 정관이 개정되어 공동회장 수는 35명에서 25명으로 줄었다.

임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처리하기로 한 신규 가입 교단, 단체 재인준은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지적 때문에 다시 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재인준을 받지 못한 단체에는 북한옥수수심기범국민운동본부가 포함되어 있는데, 홍재철 목사가 이 단체 대표 자격으로 공동회장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특별 총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에 따르면 공동회장은 회원 교단의 총회장, 회원 단체의 대표여야 할 수 있다.

문원순 목사가 이 점을 지적하자 홍재철 목사가 나왔다. 홍 목사는 "마치 내가 대표회장 사랑으로 임원에 이름을 올린 것처럼 말하는데, 그건 아니다. 나를 음해하기 위한 주장이다. 내 이름을 빼면 된다"고 했다. 문 목사는 음해라는 말에 항의하듯 "유소년위원장에 올라간 내 이름도 빼라"고 했다.

임원회 구성은 대표회장에게 일임하고 교단들과 상의해서 다시 정하기로 했다.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열린 예배에서 명예회장들이 "오늘은 기쁜 날, 축제의 날"이라고 표현했지만, 감투를 두고 교단이 갈등만 빚은 채 회의가 끝났다.

한편, 수개월 만에 한기총 회의를 열면서 한기총 해체 운동을 비판하고 한기총이 건재함을 과시하는 발언들이 나왔다. 설교를 맡은 지덕 목사는 "타이타닉은 파선해도 한기총은 절대 파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지난 국가 조찬 기도회에서 우리 대표회장님 기도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무릎을 꿇나 안 꿇나 지켜봤다. 내가 그분 초등학교 7년 선배다. 안 꿇으면 한마디 하려고 자세히 봤다. 그런데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것을 보고 '한기총 대표회장이 기도 영권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길자연 목사도 "한기총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한국교회 지도자로서, 사회 지도자로서 합당치 않은 언행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사랑하는 두 남녀가 보기 싫다고 사랑을 속삭이는 방앗간을 불 질러야 되겠느냐"면서 "한기총을 수선, 개혁,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 임시총회에서 뒤늦은 대표회장 인수인계가 있었다. 이광선 목사는 성경, 정관을 길자연 목사에게 넘겨주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