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광훈 목사(맨 왼쪽)가 9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가칭 기독자유민주당을 창당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창당에 참여하는 (왼쪽 두 번째부터) 김충립 사무총장(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이건개 변호사(전 대전고검장), 최병두 목사(전 예장통합 총회장)가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김태완
▲ 기독당 창당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탓인지 30여 명의 취재 기자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기독당을 지지하는 청교도영성훈련원 관계자들과 전광훈 목사가 담임하는 사랑제일교회 교인들도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뉴스앤조이 김태완
2004년과 2008년에 이어 세 번째로 기독교 정당을 창당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전광훈 목사(청교도영성훈련원)는 9월 2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창당 준비를 공식 발표했다. 정당 이름은 가칭 '기독자유민주당'(기독당). 하지만 기독당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창당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기독교 정당, 두 번의 실패

기독교 정당을 창당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한국기독교당이 출범했다. 창당에는 고 김준곤 목사, 조용기 목사, 김소영 목사, 신신묵 목사, 최병두 목사 등 교계의 '어른'들이 함께 했다. 교계 어른들이나섰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2만 표를 얻는 데 그쳤다. 한 명의 후보도 당선되지 못했다. 1.1%의 정당 지지율. 정당 등록이 취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한국기독교당을 이끌던 이들의 국회 입성에 대한 소망은 18대 총선까지 이어졌다. 간판을 '기독민주복지당'으로 바꿔 달았다. 이번에는 '사랑실천당'이라는 이름으로 창당을 준비하고 있던 전광훈 목사(기독교영성훈련원)가 가세했다. 두 단체는 '기독사랑실천당'으로 통합했다. 하지만 18대 총선에서 받아든 성적표 또한 초라했다. 45만 표를 얻고 2.5%의 지지를 얻었다. 단 한명도 원내에 입성시키지 못했다. 간신히 정당 등록이 취소되는 것은 면했다.

▲ 전광훈 목사. ⓒ뉴스앤조이 김태완
전광훈 목사는 2008년 기독사랑실천당을 만든 것이 고 김준곤 목사와 조용기 목사의 지시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선배 목회자들이 목회밖에 모르는 나와 장경동 목사에게 기독교 정당을 만들어 나라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선배들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전 목사는 이번의 창당 시도는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소신이 분명해졌고 정책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또 전 목사는 2012년에 있는 19대 총선 때는 기독당이 원내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 근거로 지난 총선에서 기독사랑실천당이 얻은 45만 표를 들었다. 그는 "45만 표를 얻었다는 것은 국민들이 기독교 정당에 충분히 공감했다는 표시"라고 해석했다.

"일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정책"

기독당 창당 발기인들은 기자회견에서 나라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에 창당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창당 취지문에서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국가 번영을 추구했다. 불행하게도 지난 10년 간 친북, 좌경을 옹호하는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 간의 이념 갈등이 증폭되고 좌파 세력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됐다"고 했다. 이들은 "나라를 사랑하는 기독교인들이 기독당을 창당하여 이념과 지역의 갈등으로 피로에 지친 국민에게 새로운 가치와 희망을 심어 주고자 한다"고 했다.

기독당의 정책 일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됐다. △친북, 좌경 세력을 척결하여 이념 논쟁을 종식시키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바로 세운다 △애국관, 민족관을 정립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윤리, 도덕과 미풍양속이 넘치는 행복한 사회를 구현한다 △자본주의 원칙에 충실한 가운데 빈부 격차를 줄인다 등이다. 또 창당을 준비하는 이들은 △일률적으로 무료 분배하는 사회주의적 복지주의 배격 △대학 졸업자에게 창업 자금 무상 대여 △스쿠크법, 동성연애법, 불교 자연공원법 저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독당이 추진하는 정책이 종교 간 갈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 전광훈 목사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십계명 중 5계명부터는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일반적인 내용이다. 이를 기초로 정책을 만들겠다"고 했다.

또 불교계가 기독당 창당에 우호적이라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애국 집회에 참석한 스님들에게 기독당을 만들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스님들은 자신들이 못하는 것을 기독당이 하겠다고 해서 잘 됐다며 좋아했다"고 했다. 그는 "1만 3,000명의 스님 중 우파 성향이 70%, 좌파 성향이 30%다. 애국 집회에 온 스님들에 따르면, 우파에 속한 스님들은 기독당에 찬성한다"고 했다.

일부 교계 인사들, 창당에 부정적

기독당 설립이 사회적인 공감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일부 보수적인 개신교 목회자들이 기독교 정당을 만들려고 한다는 언론 보도 직후 온라인에서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교계의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다. 유석성 총장(서울신학대)은 기독당 창당에 대해 "일부 교계 인사들의 이기심을 채우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8월 31일 자 보도에 따르면, 유 총장은 개교 100돌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에서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인사들이 자기의 잘못을 지켜 줄 안전판이나 도피처로 삼기 위해 예수의 이름을 팔려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했다.

미래목회포럼(대표 김인환 목사)도 기독당 창당 기자회견이 있었던 9월 2일, '기독교 정당의 출현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래목회포럼은 "기독교 정당이 정치에 대한 이해나 역사 인식과 철학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정치적인 색깔이나 이해관계에서 비롯했다. 시민사회와 한국교회, 교인들도 기독교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구교형 사무총장(성서한국)은 기독당 설립이 일부 목회자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대형 교회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일어났다. 교인 수도 줄어들고 있다. 대형 교회 지도자들이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교권을 넘어 정치권력을 탐내기 시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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