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장로 ⓒ뉴스앤조이 이승균
최근 곽선희 목사의 설교·목회철학·교회행정 등을 날카롭게 비판한 책이 나와서 눈길을 끈다. 변호사이기도 한 이진우 장로(69)가 쓴  [한국교회 이대로 좋은가-소망교회 연구]가 그것이다.

이진우 장로는 자신의 집에서 몇몇 교인들과 함께 소망교회를 시작했고 곽선희 목사를 청빙했던, 그야말로 소망교회 초창기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곽 목사에게 실망했다. 그래서 종종 교회의 진로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에서 곽 목사와 대립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10여 년 전부터 소망교회를 떠나 지금은 주님의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이진우 장로는 그 동안 틈틈이 메모했던 내용들을 토대로 43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터운 분량으로 곽선희 목사의 설교·목회철학·교회행정 등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면서 비판했다. 그는 곽 목사의 설교가 가지고 있는 신학적 문제점을 중심으로, 목회철학에 일관성이 없고 교회행정 역시 독단적이라는 점까지 연결시켰다. 그 동안 소망교회와 곽선희 목사에 대해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수준의 글과 책만이 난무했던 상황인지라, 이 책은 눈길을 끈다.

연세대 민경배 교수가 표현한 대로 곽선희 목사는 "한국교회가 그 역사 백여 년에 걸쳐 그 이름을 방불함을 찾기가 힘든 아주 특출한 설교가이고, 이미 그의 목회로 그 이름이 세계에 알려진 소망교회는 현대교회의 한 상징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같은 대학의 이양호 교수도 "곽선희 목사의 설교 세계는 그 깊이가 무궁무진하며, 그 넓이가 끝이 없다"고 극찬했다. 감신대 김홍기 교수 역시 "한국교회사상 이렇게 깊이 있는 신학적 통찰력을 갖고 설교한 설교가들이 드물다"고 하니, 곽선희 목사에 대한 이들 세 신학자들의 평을 읽고 있노라면, 이진우 장로의 책은, 고작 주의 종을 음해하고 주의 몸 된 교회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사탄의 작품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이 모두 진실인가 하는 점이다. 그 점을 밝히는 일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몇 권의 책만 훑어보는 노력만으로도 진실성 여부를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이진우 장로의 책을 다 읽은 뒤, [한국교회 설교가 연구](한국교회사학연구원), 소망교회 부목사 출신 임윤택 목사가 쓴 [소망교회 이야기](베드로서원), [왜 청중들은 그들의 설교에 매료되는가?](베드로서원)를 읽은 다음, 곽 목사가 한목협 수련회 때 강연했던 내용을 다시 들어보면 그림이 좀더 분명하게 그려진다.

이진우 장로는 우선 곽선희 목사의 설교를 비판했다. 이진우 장로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곽선희 목사의 설교는 예화로 시작해서 예화로 끝난다고 할 정도로 풍성한 예화가 장점으로 꼽힌다. 이양호 교수도 '심원한 감동적인 예화'를 칭찬했다. 곽선희 목사가 설교에 쓰는 예화들이 목회자들에게 꽤 인기가 많은 것은 분명하다. 그의 예화는 다른 목사들의 설교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진우 장로는 수 십 개의 예화를 끄집어내어서 그 예화들의 역사적 진실성, 현실 가능성 등을 부인했다. 가령, 주기철 목사와 그 가족과 관련한 매우 감동적이고 드라마틱한 얘기도, 생존한 유족의 증언에 의하면 그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링컨 대통령과 노예해방 문제와 관련한 몇 개의 예화도 역사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청중들에게 은혜만 끼치면 사실이건 허위건 무사통과인 것이 설교자 세계에서는 불문율이다. 교인들 역시 그 예화의 진실성 여부에 관심이 없다. 은혜롭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어쩌면 예화의 문제는 목회자 개인의 윤리적 수준을 보여준다는 정도에서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는 것이 지금 한국교회의 풍토다. 더 큰 문제는, 설교 안에서 뿜어 나오는 자신의 설교와 목회에 대한 자긍심을 넘어선 교만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몇몇 설교에서, 외국의 교회 지도자들이 소망교회 새벽기도회에 참석한 뒤 당회장실 바닥에 꿇어 엎드려 "이렇게 위대하신 목사님이 한국에 계신 줄은 미처 몰랐다"고 하거나, 중국의 유력 인사들이 소망교회를 방문하고는 "위대한 지도자"라고 감탄했다고 했다.

국내의 여러 목회자 세미나에서 인기 있는 강사이기도 한 그는 '설교가 교회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한다. 소망교회 성장에 자신의 설교가 절대적으로 작용했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그러면서 한국교회 설교의 80% 이상이 복음적이지 않고 율법적인 설교라고 비판한다. 물론 그가 말한 율법적일 뿐 전혀 복음적이지 않은 설교의 예로 '인권·생태계·환경 등을 강조하는 설교'를 꼽은 것은 희극 수준에 머문다. 더군다나 그것을 자유주의신학과 연결시키는 무모함도 감행한다. 이 대목 때문이었는지, 한목협 수련회가 끝난 뒤 일부 참석자들의 항의전화가 한목협 사무실에 걸려오기도 했다.

그는 복음적인 설교를 할 때 교회가 성장하고, 당회나 제직이나 골치를 썩이지 않고 아주 평안해진다고 주장했다. 소망교회 역시 90여 명의 장로들이 있지만 교회가 아주 평화롭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이진우 장로의 책 내용은 곽 목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반증한다. 소망교회는 아주 오래 전부터 곽선희 목사를 비판하는 사람들 때문에 크고 작은 소란이 있었다. 예배당을 증·개축하는 문제로 일부 제직과 일부 장로들간에 마찰이 있었고, 그때 "우리 목사님 괴롭히는 자들은 사탄이다. 이들을 교회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고 했다. 이 즈음 곽 목사의 설교에서 "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 "목사를 괴롭히는 이웃 교회 장로가 '꽥' 하고 쓰러졌다"는 표현이 등장했다고 이 장로는 증언했다.

최근 분당에 교회를 짓고 곽 목사의 아들이 그 교회 담임이 된 것에 관해서도 교인들이 마냥 너그러운 것은 아니다. 소망교회 안에서 워낙 곽 목사의 지배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반발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온 가족이 소망교회에 10년 넘게 출석했으며 헌금도 적지 않게 내고 있다는 최 아무개 집사는 "분당에 있는 교회 건축 규모가 수백억 원에 달한다는 소문도 들려서 좀 찜찜한데, 건축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일정 규모의 건축헌금을 내지 않으면 눈치가 보이는 분위기가 있어서, 친한 몇몇 집사들끼리 모여서 고민을 나눈 적이 있었다"고 다소 체념적인 투로 설명했다.

아무튼 자신의 설교에 대한 자긍심을 넘어선 오만은 '목사의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이다'라는 주장으로 비화된다. 이 장로는 "목사의 말씀=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믿으라는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목사도 사람인데, 그 말(설교) 가운데는 감정도 들어가고 자기 주장도 들어가고 남에 대한 매도도 들어가는데, 그 모든 말이 모두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신성모독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목사의 설교=하나님의 말씀'은 '목사=목자, 교인=양'이라는 논리로도 연결된다. 목사의 설교 내용에 대해 딴 소리를 하는 교인에 대해서 "양이 목자에게 이 물 달라, 저 물 달라 하는가. 목자가 끌고 가는 대로, 목자가 주는 대로 먹지 않는가.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 한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목사의 절대권위를 확립하기 위한 논리라고 이 장로는 지적했다.

하지만 "이 시대의 설교와 그 신학의 명쾌한 지도(地圖)가 그에게서 작성되었다"는 민경배 교수나, "곽 목사의 설교들은 한국교회를 깨우는 생명의 나팔과 같은 복음으로 가득 차 있다"는 김홍기 교수의 평가 앞에 이 장로의 주장은 기를 펴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주장이 한국교회의 대세이고, 수많은 젊은 목회자들이 곽선희 목사의 설교 내용, 스타일에 매료되어 무작정 그 뒤를 좇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