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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 디자인실장이 굴비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아침에 나갔다가 점심 때 사무실에 들어오는데 아래층에서부터 생선 지글지글 타는 소리와 냄새가 진동합니다. 냄새와 소리 때문인지 추석이 진짜로 눈앞에 와 있는 느낌이 확 듭니다. 어제 저녁 신문 편집 작업이 한창인데, 굴비가 가득 담긴 박스가 왔습니다. "드디어 왔구나." 지난 번 기사가 효과를 발휘했나 봅니다. "기사는 이렇게 쓰는 거야."

주일날 방문했던 교회에서 어느 분이 교인들에게 "뉴스앤조이는 쌀이랑 김치 좋아하니까 많이 보내세요"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교회 교인 중 한 분이 보냈나 싶었습니다. 보낸 분 이름을 보니, 인터넷으로 자주 들어오셔서 의견 나누시던 자매인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한쪽에선 생선 굽고 있고 또 한쪽에선 생선을 묶는 단위가 무엇인가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축 아니냐" "못 믿겠어, 확인해봐" "축은 오징어 단위고요, 생선은 20마리를 한 두름이라고 하네요."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확인을 했습니다. 정확히 두 두름 반, 그러니까 50마리입니다.

왜 논쟁이 벌어졌냐구요? 지난번 쌀을 보내주셨을 때 제가 두 가마니라고 썼지 않습니까? 기사를 쓰기 전에 농사꾼의 아들 주 아무개 기자에게 물어봤죠. 가마니라고 써도 되냐고? 그 친구 말이 "10키로 짜리 한 가마니, 20키로 짜리 한 가마니, 이런 식으로도 부른다"고 하더라구요. 농사꾼 아들의 말이니 믿고 썼는데 망신을 당한 거 아닙니까. 하긴 목사의 아들인 제게 성경 얘기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남 탓할 일 아니죠.

그날 밤에 한 가마니가 40키로다, 60키로다, 80키로다, 별 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독자께서 "뉴스앤조이 사람들의 마음에는 20키로 쌀 한 포대도 가마니로 여겨지니 그런 표현을 썼을 것"이라고 하셨지요. 꿈 꾼 사람도 도저히 생각하지 못한 완벽한 해몽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마음은 두 가마니 이상으로 즐겁고 재미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점심을 먹고 나면 편집회의를 합니다. 추석이 끝나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각 교단 총회가 열립니다. 기자들 모두 총회 현장에 투입될 것입니다. 지난 번 양정지건 기자가 처음 교단 총회를 보고 느낀 것을 썼듯이, 다음 주에 후배 기자들은 또 한국교회 교권주의자들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들을 목격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에 힘입고 추석 잘 보내고 다음 일주일 힘겨운 싸움, 잘 싸우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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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겠습니다." 마냥 행복해 하는 주재일 기자. ⓒ뉴스앤조이 신철민

밥 먹을 시간이 됐습니다. 점심 때는 카레라이스 해먹는다고 신철민 기자가 뚝딱뚝딱 채소 써는 소리가 요란했는데 마침 손님이 오시는 바람에 식당에서 사먹었습니다. 낮에 만들어놓은 카레라이스 먹자고 하던 참이었는데 "김종희 씨 택배요" 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뭐예요?" 하고 물으니 "김치"라고 하더군요. 웬 김치? 순간 어리둥절했습니다. 박스 두 개가 왔는데, 정말 김치였습니다. 메모가 있더군요.

"사무실에서 손수 밥을 지어 드신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어서요. 작은 것이지만 풍성한 한가위 되면 좋겠습니다. 매 끼니가 주님의 피와 살을 나누는 성찬처럼 풍성하시길…."

보낸 곳 주소를 보니 충북 청원이었습니다. 순간, 지난번 신문 커버스토리로 다룬 농촌교회 목사님 중 한 분이 보내오신 일종의 '뇌물'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청원에 간 적이 없으니 그건 아닐 거고…. 운송장에 핸드폰 번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앳된(실례를 무릅쓰고) 여자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어느 목사님이 아닐까 했는데 말입니다. 뭐라 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공연히 횡설수설하다가 이름이라도 알려달라고 했는데 그냥 웃고 말더군요. 순간 또 한번 어색함. 그냥 온라인·오프라인 정기구독자라고 하십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택배로 온 쌀 두 가마니도 이 분이 보내신 것이지 뭡니까. 저는 해남에서 농사지으시는 주재일 기자 부모님이 보내셨나 하고 제대로 확인도 안 했는데, 알고 보니 이 분이 보내신 게 아닙니까. 온 마음을 담아서 보내주신 한가위 선물인데, 저의 무심함 때문에 쌀 두 가마니가 하루 종일 사무실 바닥에 방치돼 있었던 셈입니다. 미안합니다. 그나저나 당분간은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에 따라오는 김치를 따로 챙길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20kg 쌀 두 가마와 아이스박스 안에 총각김치와 배추김치가 그득하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총신대 기사 쓰느라고 하루 종일 골치를 앓고 있었는데, 한 순간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추석 전에 밀린 봉급 해결해야 할텐데' 하면서 머리를 쥐어짜면서 살고 있지만, 정말 예상치 못했던 귀한 선물을 받는 이런 재미 때문에 단순무식하고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겁니다. 또 저희에게 한가위 선물을 보내주신 자매도 저희 때문에 며칠은 틀림없이 즐거울 겁니다.

우리 모두 그런 즐거움을 만들어나가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세상이 주는 즐거움은 내 주머니 꾹꾹 채우는데 있을지 몰라서 하나님이 주시는 즐거움은 조금씩 조금씩 나누는 거기에 있을 겁니다. 내일 저녁에는 한종호 목사, 박명철 기자, 민지희 기자 등 같이 고생하다가 각자 흩어져 또 다른 사역을 하시는 <뉴스앤조이> 가족들이 옵니다. 헤어져 살던 가족들이 명절 때 해후할 때 생기는 설렘이 오늘 받은 선물 덕분에 더 많이 우러나옵니다.

글을 마무리하려니까 갑자기 먹고 싶은 게 왜 이리 많아지지요? 사과도 먹고 싶고, 배도 먹고 싶고, 포도도 먹고 싶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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