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노구(老軀)의 몸을 이끌고 있는 목사님 한 분을 뵈었다. 은퇴를 코앞에 둔 목사님이었다. 그분은 29세 때 버거스 병에 걸렸다고 한다. 그 병은 욥처럼 살이 곪아 들어가고, 이내 썩어 들어가고, 심할 경우 그 부위를 절단해야 하는 질환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그분은 불교에 심취해 있었고, 아버지를 비롯하여 집안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경향이었다. 단 한 분, 친척 누님이 교회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분의 권유로 경북에 있는 기도원에 들어갔다.

그분은 그곳에서 산 기도에 집중했고 한밤중에도 하나님을 만나려고 무진 애를 썼다. 하지만 쉽사리 하나님의 응답은 임하지 않았고 처절한 몸부림 끝에, 회생의 한을 접은 채 유서를 썼다. 그런데 그 다음날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찾아왔고 성령님의 은총으로 깨끗이 나았다고 한다. 이후 20년 동안 줄곧 공직 생활에 몸을 담았다.

나이 50이 되어, 그는 공무원 삶을 접고 목회자의 길에 들어섰다. 창립 준비 예배를 드릴 때만 해도 400여 명이나 모였던 사람들이, 1주일이 지나자 달랑 가족 식구 6명만 모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를 악물고 말씀과 기도에 집중했고 40일 금식 기도에도 매달렸다. 금식을 시작한 지 38일째 되던 날 시야가 멀어졌고, 그로부터 3일간 옥상에서 기도하는데 3일째 되던 날 성령님께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시력도 회복시켜 주었다고 한다.

몇 주 지나지 않아 하나님께서는 사형선고 받은 30대 가장(家長)도 그 목사님에게 붙여 주셨다. 그는 그 목사님께 안수 받은 뒤 1주일 만에 건강이 완쾌되었고, 교회는 순식간에 300명이나 늘어났다. 하지만 사단도 대역사를 벌였다고 한다. 사형선고에서 살아난 그가 그 목사님에게 감사의 인사로 승용차를 사 주려고 했고, 목사님은 차를 세워 놓을 주차장도 없었고 운전면허도 없던 터라 차를 극구 사양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을 오해하여, 그 목사님이 더 좋은 차를 원하고 있다는 헛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그로 인해, 밀물처럼 밀려들었던 교우들이 썰물처럼 몽땅 빠져 나갔다고 한다.

"지금에 와서는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그때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요? 목사님."

"지금 그렇게 한다고 해도, 나는 똑같았을 거예요. 교회 봉고차도 있는데, 내게 무슨 승용차가 필요하겠어요. 그땐 운전면허증도 없었어요."

잠시 숨을 고른 뒤, 그 목사님은 20년 목회 사역 가운데 가장 후회스런 이야기를 꺼냈다. 교회를 개척하고 난 뒤 연세대학교 상대를 나온 유능한 초신자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의 아내는 집사였지만, 그는 신앙의 문턱을 갓 넘은 상태였다. 그는 600명을 거느리던 금융회사도 문을 닫은 터라 절실하게 하나님을 만나고 싶어 했다. 놀랍게도 새벽 기도 3일째 되는 날에 망토를 입으신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 뒤 그 목사님은 예배당 대출 건으로 찾아 온 은행 직원 한 분을 그 부부에게 연결시켜 주었고, 그때부터 시작한 음식점 사업이 날개 돋치듯 어마어마하게 잘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뒤였다. 목사님은 한 달에 한 번꼴로 그 음식점에 들러 기도를 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따라 그의 아내 되는 집사님의 눈빛은 이상했다. 이제는 더 이상 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투도 뒤따랐다. 그 모습을 바라 본 그 남편은 그 목사님에게 무릎을 꿇으며 사죄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목사님은 그 즉시 음식점 밖을 나섰고 그곳에 붙여 놓은 교패까지 떼 버렸다고 한다. 그 뒤로 그 남편은 무호흡증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 딸과 결혼한 사위도 운동장에서 쓰러진 채 의식불명에 처했고, 이내 그의 아내와 딸은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한다. 그때 그 교패를 떼어 버린 혈기가, 자신의 목회 일생에 가장 큰 치명타였다는 것이다.

"저도 이제 개척 3년을 넘어서고 있는데, 초보 목회자인 제게 해 줄 말씀은 없으신가요?"

"왜 없겠어요. 있지요."

그 목사님은 내게 같은 노회에 소속돼 있는 원로 목사님 한 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목사님도 개척을 하여 아무런 교인도 없이, 월세도 못 내는 형편이었고 오로지 하나님만 바라봤다고 한다. 어느 날 그곳 지하 교회에 척추 장애인 한 사람이 들어왔고, 예배가 끝나고 그가 안수기도를 요청하자, 그럭저럭 손을 얹고 기도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지하에서 밖을 나오는 동안 기적처럼 허리가 펴지는 은총을 맛보았다고 한다. 하나님의 놀라운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척추 장애인이었던 사람이 알고 보니, 일본에서 어마어마한 부자로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까지 그는 자신의 질병을 고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힘을 쏟았고 도저히 가망이 없다는 걸 알고, 마지막으로 그 지하 교회를 찾았던 것이다. 그곳에서 그만 하나님의 대역사를 만났던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그 목사님에게 교회를 세우라고 600억을 드렸다고 한다. 가히 전설적인 이야기인 것 같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 은총이 나에게도 임했으면 하는 생각 때문인 듯했다. 그리곤 이내 큰 울림이 밀려왔다. 개척 교회에 사람을 보내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것, 그러니 어떤 사람이 오든지 모두 주님의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울림이었다. 설령 그 사람이 등이 곱은 사람이든, 술주정뱅이든, 조직폭력배든, 그 누구를 막론하고 주님의 마음으로 품으라는 주님의 음성이었다. 교회의 부흥은 그 다음에, 주님이 하실 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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