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기독교환경연대가 주최한 '구제역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응' 토론회는 한국교회가 구제역 사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 줬다. ⓒ뉴스앤조이 윤희윤
구제역 파동으로 모두들 당황하고 있다. 정부도 제때 정책을 내놓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농민도 아픈 가슴을 달래며 소·돼지를 땅속에 묻을 뿐이다. 한국교회도 다르지 않다. 연합 기관과 교단에서 특별 기도 주간을 선포하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지만, '구제역은 소비와 향락에 젖어 사는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경고이기 때문에 기도해야 한다'는 것 이상의 입장이나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영주 목사)와 기독교환경연대(기환련·사무총장 양재성 목사)가 주최한 '구제역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응'이란 토론회에서도 한국교회가 주목할 만한 신학적 입장이나 대응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김영주 총무 등 참석자 대부분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발제자들에게 많은 질문을 하는 등, 적어도 한국교회가 구제역 사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 줬다. 토론회는 1월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했다.   

김기석 교수(성공회대)는 '동물 사육과 살육에 관한 신학적 성찰'을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가축을 대량으로 살육하는 행위는 하나님께 반역하는 죄라고 했다. 하나님이 대홍수 후 '어떤 생물도 멸망시키지 않겠다'고 동물과도 언약하셨기에, 인간이 동물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하나님이 세운 언약을 깨뜨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또 창세기의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말씀이 인간이 자연과 동물을 함부로 다루어도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했다.

김 교수는 가축을 대량으로 살육하는 것을 멈추기 위해서는 절제하는 식생활, 살림의 식탁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는 과도한 육식 문화와 자본 집약적인 공장식 축산 방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인간이 과도한 식탐과 돈을 벌기 위한 욕망을 줄이지 않으면 동물의 수난과 살육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양재성 목사는 대량 살 처분은 하나님이 만드신 생명을 인간을 위해 무참하게 살육해도 되는 사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탄식하는 자를 해방시키기 위해 하나님이 내려오셨음을 믿는 기독교가 동물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청지기로서의 역할을 유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양 목사는 한국 사회는 한국교회에 생명·평화 문화를 열어 가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종교 내부에는 그런 역량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사회를 본 윤인중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생태운동본부)는 이 토론회가 구제역에 대한 논의의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했다. 윤 목사는 "이 자리는 '한국교회가 생명의 감수성을 지니는 것이 예수의 길'이라는 고백 속에서 마련했다. 어떤 길이 있는지 처음 가 보는 것이지만 진지하게 고민하고 머릴 맞대면 하나님이 길을 열어 주시지 않을까 한다"고 말하고 토론회를 끝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