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스캇 펙 지음 / 신승철 옮김 / 열음사 펴냄 / 459면 / 1만 3,000원
"우리는 사랑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성장하는 것이며, 또 우리가 사랑 그 자체를 위해 일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다(<아직도 가야 할 길>, 298쪽)."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책을 처음에 아무렇게나 폈을 때 2부 제목이 '사랑'이란 걸 알게 되었다. 책을 읽어 가며 이것이 1부와 3부, 4부를 아우르는 주제라고 느껴졌다. 성장에 관한 내용이라 여겼던 책이 사랑에 대해 깊이 다루고 있어서 적이 놀랐다. 과거에 한 번 읽긴 했지만 그때 어떻게 읽었는지 처음 읽는 것처럼 신선했다. 이 책을 쓴 스캇 펙 박사는 하버드대학과 캐이스 웨스턴 리저브에서 수학했다. 미 코네티컷 주 뉴 밀퍼트에서 정신과 의사로 개업해 있으면서 밀퍼트 종합병원 정신건강치료센터의 책임자로 재직했다. 종교와 정신심리학을 밀접하게 연결시킨 책을 써 왔다.

그는 사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자기 자신이나 혹은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 이것은 목적을 육체적 성장도 아니고 물질적 성장도 아니고 요즘 시대에 와서는 구질구질해진 '정신적 성장'에 둔다. 이 목적을 위해 자기의 생각과 태도를 수정하고 발전시키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자기 훈련을 잘할 수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훌륭하게 훈련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즉,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타인을 사랑할 수는 없다. 자기에 대한 사랑과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은 동시에 가능하며 사실 분리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타인을 더 잘 사랑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더 잘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사랑이 일방적인 자기희생, 곧 주기만 하며 고갈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 확대라는 것은 더욱 채워지고 성장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자기중심성을 포함하고 있다.

사랑의 정의에서 '의지'라는 단어에 묻어나는 것은 사랑은 부지런한 사람이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관계를 만드는 노력 없이는 성장을 북돋워 줄 수 없다. 스캇 펙 박사는 인간의 원죄가 게으름이라고 말한다. 아담이 선악과를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알아보려 하지 않았던 것이 게으름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되어 있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 무언가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직면해야 한다.

사랑은 이렇게 에너지가 많이 들고 그래서 모든 인류를 대상으로 할 수가 없다.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자신을 펼치기만 해 사랑이 엷어지는 것'을 피해야 하는 것이다.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서 사랑하려는 것은 상대에게 거짓말을 하는 결과를 낳고 만다. 이 선택에는 많은 요인이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사랑을 받은 사람이 그 사랑으로 인해 정신적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사랑의 길을 걷기란 벅찬 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그러나 나를 보살피고 성장을 돕는 무언가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도처에서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나곤 하는데 예를 들면 내가 위험한 사고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왔던 것을 들 수 있다. 스캇 펙 박사는 그것의 이름을 '은총'이라는 종교적 개념으로 부른다. 은총은 나의 성장을 포기하고 사랑을 포기할 때조차 존재한다. 변두리에서 우주의 중심으로, 사랑의 세계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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