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W.토저 지음 / 이용복 옮김 / 규장 펴냄 / 256면 / 1만 3,000원
에이든 토저의 <나는 진짜인가, 가짜인가>를 읽었다. 그는 간결하고 단호한 문체로 '이 시대의 선지자'라는 평판을 듣는 인물이다. 저자는 진짜 그리스도인은 어떠하며 가짜 그리스도인은 어떠한지에 대해 간결하고 단호한 필체로 써 나간다.

토저는 진짜 그리스도인의 모습으로 가장 먼저 십자가를 지는 삶을 들었다. 십자가를 지신 예수를 따르는 제자라면 그도 마땅히 십자가를 져야 한다. 그런데 이 십자가는 잘못을 행했다가 하나님의 징계를 받는 고난이 아니라 예수를 따르려는 자기 의지로 고난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어야 한다. 4영리로 대표되는 "예수님을 영접하면 구원받습니다"는 메시지 하나를 그리스도인이 되는 유일한 관문, 만병통치약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리스도를 헐값에 파는 일이 된다. 이렇게 헐값에 그리스도를 사고는 대가 없이 신앙생활을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늘어나자 근심한 토저가 진짜·가짜 논쟁을 일으킨 게 아닐까.

진짜 그리스도인과 가짜 그리스도인을 가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 나온다. 이 기준들이 한 그리스도인을 진짜, 가짜로 확정 지을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우리는 어느 한쪽에선 승리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실패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기쁨으로 섬기지만 특정 상황에서 순종하기 힘들어하는 이들이 있다. 하나님을 향한 열정은 넘치지만 지식이 부족한 신앙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연약함에 대해 내 입장에서 정죄하기 힘든 이유는 나에게도 내가 가진 연약함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대속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배워 왔기 때문에 이것이 어떤 깨달음이 되기보다는 이론이 되어 있었다. 폴 투르니에는 <죄책감과 은혜>에서 그리스도인들이 회심 이후에도 죄책감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죄책감은 예수님이 흘리신 보혈을 무가치한 것으로 추락시키고 기쁨과 감사의 삶을 누리지 못하게 막는다. 이에 대해 토저는 사실(fact)을 진리(truth)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학적 사실은 차갑고 비인격적이지만 그것이 생명을 주는 진리가 되려면 순종이 있어야 한다. 삶 속에서 사실을 믿고 인정하며 성령의 조명을 구해 나가야 한다.

토저의 글은 미지근한 우리에게 '이쪽이냐, 저쪽이냐', '차든지, 더웁든지'를 요구하는 표지가 된다. 진짜 신앙에 대한 갈망을 일깨워 주며 바울처럼 더 높은 푯대를 향해 달려갈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러나 '진짜'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올까? 모든 기준에 합당한 삶을 살고 "나는 이제 의롭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은 올까? 책을 읽고 완벽함에 대해서, 진짜 그리스도인이라는 타이틀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괴로워하는 데에서 그치면 안 될 것이다. 우리의 연약한 부분까지도 '진짜 그리스도'의 발아래에 내드리며 그분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진짜는 그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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