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등탑점등연장을반대하는기독교대책위원회(대책위)'는 12월 29일 오전 11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앞에서 애기봉 등탑 점등 연장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애초 12월 21일부터 26일까지 6일간 점등하기로 한 애기봉 등탑이 1월 8일까지 연장 점등하게 되자 이에 반대하는 기독교 목회자들이 중심이 되어 열린 것이다.

▲ 민통선평화교회 이적 목사는 민통선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애기봉 등탑 점등 연장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중도
민통선평화교회 이적 목사는 애기봉 등탑 점등 때문에 민통선의 긴장이 심화되었고 그 주변 경계도 삼엄해져 함께 살고 있는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전했다. 그는 목사로서가 아닌 민통선에 사는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민통선 주민에게 불안을 심고 불편함을 주는 애기봉 등탑 점등을 하루빨리 철거하라"고 했다.

이어진 지지 발언에서 최헌국 목사(생명평화교회)는 애기봉 등탑 점등이 선교적 목적이라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주장은 현실과 반대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진정한 선교는 북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정부와 함께 등탑을 밝히는 데 힘을 쓸 것이 아니라, 대북 지원을 막는 정부를 설득하여 춥고 굶주린 북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며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자성을 요구했다.

▲ 최헌국 목사는 대북 지원을 재개하고 북한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것이 참된 선교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최중도
최재봉 목사(민족교회)는 이번 점등 연장이 김정은의 생일인 1월 8일까지 연장되는 것에 대해 "왜 하필이면 김정은 생일까지 성탄 트리를 점등하는 것이냐, 예수님을 위한 성탄 트리냐, 김정은을 위한 성탄 트리냐"며 교회와 정부의 대처를 나무랐다. 성탄 트리 점등의 목적이 예수님 오심을 기뻐하는 것에 있지 않고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한편, 기자회견 도중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장에 등장해 충돌이 일었다. 갑작스런 기자회견 소식에 놀란 교회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막으려고 했다. 서로 고성이 오갔고, 교회 측에서 강제로 현수막을 철거하자 충돌은 몸싸움으로 번졌다. 20여 분간 대치가 계속되자 또 다른 교회 관계자가 나와 사태를 수습했다. 그 관계자는 "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리다 보니 서로의 입장 차이 때문에 충돌이 생기는 것"이라며 양측에 양해를 구했다. 또한 대책위의 기자회견 내용을 교회에 전달하겠다며 충돌에 대해 사과했다.

▲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가 취재하는 기자의 카메라를 막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중도
▲ 흥분한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가 대책위 관계자에게 물리적 충격을 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중도
기자회견 뒤에 최문순 국회의원(민주당)에게 기자회견문을 전달한 대책위는 앞으로 애기봉 등탑 점등의 연장에 대한 공개서한을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에 보내는 등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다음은 '애기봉등탑점등연장을반대하는기독교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우리는 애기봉 등탑을 성탄 트리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성탄 트리인가, 김정은 생일 트리인가, 기독교계는 점등 연장을 원치 않습니다

12월 21일 귀 교회는 애기봉에 속칭 성탄 트리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국방부는 이를 1월 8일까지 연장 점등한다고 하였습니다. 국방부의 김민석 대변인의 발표대로라면 종교계의 연장 건의가 많아 이를 수용해 주었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교계의 같은 목회자들로서, 같은 크리스천으로서 묻고자 합니다, 종교계라면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말합니까. 우리까지 포함한 기독교계 전체를 말합니까. 아니면 불교, 천주교, 원불교까지 포함한 한국 종교계 전체를 말합니까.

하지만 우리는 같은 목회자들로서 그리고 같은 크리스천으로서 그와 같은 건의를 한 바가 없습니다. 이를 지적하는 것은 애기봉 등탑을 반대하는 많은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 주기 위한 질문입니다. 밝히건대 우리는 한국 기독교계의 목회자로서 또한 기독교인으로서 결단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점등 행위를 찬성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점등한 불빛을 성탄 트리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예수님은 이 땅에 평화와 박애를 실천하려 오셨던 분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분쟁 지역에 트리 점등으로 남북에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이는 평화의 트리로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2004년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남북 양측 공히 어떤 내용의 선전탑이나 구호도 일체 허용치 않기로 합의함에 따라 6년 7개월 동안 MDL 지역에 그 합의를 실천해 왔습니다. 그런데 연평도 사건을 기회로 애기봉에 의도를 알 수 없는 속칭 '성탄 트리' 점등을 하였습니다. 이는 2004년 남북 장성급 회담 합의를 우리가 먼저 깨트리는 약속 위반의 점등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애기봉 근처의 민북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김포 시민들은 제2의 연평도 사태가 터질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고 있습니다. 12월 21일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와 400여 명의 교인들이 공포의 등불을 켜고는 애기봉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민통선 주민들에게 예수님이 내리는 성탄 선물을 주지는 못할망정 폭탄 공포를 주고 떠난 것이 어찌 성탄 트리입니까. 이는 우리 동네에 포탄을 던져 놓고 도망간 예비 범죄자의 모습과 다름없는 행동 아닌가요.

넷째, 10월 21일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주관한 점등식에 무고한 국민 400여 명이 참석하였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북에서 포탄이 날아왔다면 이들의 목숨은 누구도 보장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만약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 자격으로 자원을 했다손 치더라도 말렸어야 했을 것입니다. 만약 점등식에 참여한다면 이를 주관한 교역자들만 이 위험한 점등식에 참여하는 것이 옳았을 것입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교인들도 우리 국민입니다. 그들의 목숨을 위험한 지경에 방치한 그 점등식이 어찌 평화의 트리라 할 수 있겠습니까.

다섯째, 애기봉 점등은 북에게 공격할 빌미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하필이면 성탄 트리로 공격할 빌미를 주는 것입니까. 이 빌미를 주는 점등이 과연 성탄 트리라 할 수 있을까요.

여섯째, 애초 12월 26일까지만 켜 놓을 예정이었던 등탑을 1월 8일까지 연장한 의도가 무엇입니까. 등탑의 연장 이유가 북한 김정은 부위원장의 생일까지 켜겠다는 의도입니까. 김정은 부위원장과 성탄 트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런데 하필이면 김정은 부위원장의 생일날과 맞추어서 불을 밝히겠다니요. 무슨 이유로 8일까지 불을 밝히겠다는 말입니까. 이 트리가 성탄 트리입니까? 김정은 부위원장의 트리입니까.

일곱째, 전방의 초긴장 지역인 애기봉에 애써 점등탑을 세운 이유가 무엇입니까. 많은 국민과 기독교 신자들까지 이 부분에 의아해하고 있습니다. 민족 안보를 위함입니까. 정권 안보를 위함입니까. 이런 수많은 의문점과 모순이 상존하는 등탑을 과연 성탄 트리라 명명하는 것이 옳은 행위인지요.

우리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지난 정권 때 북한에 병원 설립 등 많은 물자를 제공한 것을 기억합니다. 이는 민족의 화합과 평화를 위한 결단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교회가 정권이 바뀌자 느닷없이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하여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과 요구를 합니다.

1. 6·25 이후 초긴장 지역에 최고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등탑에 불을 밝힌 진정한 의도가 무엇입니까. 민족 안보입니까. 정권 안보입니까.
2. 김정은 부위원장 생일인 8일까지 점등 연장을 한 참의도가 무엇입니까.
3. 국방부의 점등 연장 발표가 종교계의 건의라고 했는데 전체 교계의 건의인가요. 순복음교회의 건의인가요.
4. 애기봉 근처 김포 시민과 민북 지역에 위치한 민통선교회 교인들과 대부분의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점등탑 불을 끄고 그들의 불안을 잠재워 줄 수는 없는지요.
5.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애기봉 점등은 긴장 촉발이며 북에게 공격할 빌미를 주는 행위라고 믿는 많은 국민들과 점등 연장을 반대하는 기독교계에 점등 연장을 철회하고 사과할 용의는 없는 건가요.
6. 대다수의 국민들과 기독교가 정의와 평화라고 믿는 크리스천들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이명박 정권과의 밀월 관계에서 이 점등이 이루어졌다고 믿고 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권력과 기독교의 유착이라는 오명을 쓰게 됩니다. 이에 대한 해명을 할 수는 없는지요.

2010년 12월 29일
애기봉점등연장을반대하는기독교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이적 목사(민통선평화교회), 김성윤 목사(서울 평화의 교회)
최재봉 목사(민족교회), 최헌국 목사(생명 평화교회)
김은영 목사(평화선교회), 민건동 목사(서울평화교회) <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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