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국가의 안위와 번영을 위해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저는 어린아이들까지 합해도 1,000여 명이 채 안 되는 작은 교회 목사입니다. 대통령님과는 거의 신앙적 색채가 비슷한 보수 교회의 목사로서 장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작은 교회도 성도들의 뜻을 존중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좇아 목회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거늘 대통령님의 수고는 얼마나 깊고 무겁겠는가?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특별히 이번 서해안에서 발생한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대통령님을 무한한 고뇌의 절벽으로 몰고 갔을 것입니다.

북한의 행태가 도무지 상식적이지 못함은 이미 온 세계에 알려진 바와 같습니다. 문제는 그들의 어깃장 나는 태도에 우리가 어떻게 지혜롭게 대응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우리는 그들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잘 알려진 대로 착륙하고 싶은데 착륙할 수 없는 고장 난 비행기입니다. 언제 어디로 추락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고장 난 비행기입니다.

북한에 비상사태가 발생하고 스스로 나라를 유지해 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판단할 때, 북한 지도부가 취할 길은 몇 가지가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 분이 대통령입니다. 그들이 외형상 국가를 유지하되 지금보다 훨씬 중국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속국 체제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겠지요. 그런가 하면 '이래도 못살고 저래도 못산다'고 판단할 때, 그들이 패망 원인을 한국 정부에 돌리면서 이판사판식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겠지요. 그 외 몇 가지 경우를 예상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모두 불가능한 가설들뿐입니다.

주 안에서 진실로 사랑하는 장로 대통령님!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중대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첫째, 저들이 이런 식의 부분적 도발을 해 오면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사태의 보고를 받은 대통령께서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명령(당부)을 하셨다고 합니다. 국가를 보위할 대통령으로서는 천 번 만 번 당연한 명령이지요. 그런데 밖으로 흘러나가서는 안 될 대통령의 보안 명령이 흘러나갔고, 그 후 여론이 악화하자 대통령께서 이렇게 명령하셨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추가 도발 시 다시는 도발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응징을 해야 한다." "군은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북 미사일 기지도 경우에 따라서는 타격하라."

대통령님, 이 말씀이 사실입니까? 이 말씀이 대통령님의 진실한 의중입니까? 그렇다면 큰일입니다. 국가의 안위를 전투 중인 현지 사령관에게 맡기겠다는 말씀입니까? 교전 수칙이란 국지적 도발을 현명하게 대처하여 전쟁의 확산을 막자는 것 아닙니까? 현장 지휘관의 오판이나 과잉 대응 가능성을 간과한 새로운 교전 수칙을 연구하라는 대통령님의 지시는 국가의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할 뿐입니다. 참으로 놀랍고 두렵고 안타깝습니다.

이번 사태 때도 2차 공격을 받았을 때 왜 공군기를 출격시키지 않았느냐고 고함치는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기가 찼습니다. 너무나 몰상식한 발언이 공개 방송 중 국회의원들의 입을 통해 쏟아졌습니다. 비행기가 출격하면 전면전으로 갈 확률은 수십 배 증가될 것입니다. 북한은 얼마든지 무모한 짓을 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북한이 국가의 기간 시설을 공격하는 준전면전을 시도하면, 그렇다고 우리도 그렇게 하겠습니까? 근거 없는 논리나 격정으로 북한의 만행을 상대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북한의 만행을 백배 천배 보복하지 않는다 하여 누가 대한민국을 바보라고 하겠습니까? 이미 북한과는 체제 경쟁도, 이념 경쟁도, 국부 경쟁도 끝났습니다.

형님이 참고, 어른이 참고, 가진 자가 참아야 합니다. 조금만 더 참고, 조금만 가슴을 넓게 펴시면 7,000만 겨레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천배 만 배 보복을 생각하지 마시고 인내와 사랑으로 전쟁 예방에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이것이 이번 사태가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입니다.

이번 사태가 주는 두 번째 교훈은 지금이 기회라는 사실입니다. 북한의 도발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그렇게 먹을 것 좀 달라고 통사정을 했는데도 대통령님께서 안 주시니까, 그래 그러면 너 죽고 나 죽자 이런 심보를 부린 것 아닙니까? 언제 저들이 우리한테 그렇게 통사정하면서 좀 도와 달라고 할 때가 있었습니까? 저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시고 완전히 무릎 꿇으라 하지는 마십시오. 그들의 자존심을 너무 짓밟지는 마십시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의 대북 정책이 저들의 콧대를 너무 세워 놓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 정권은 그들의 헛된 자존심을 일정 부분 꺾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이명박 효과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달라고 할 때 주어야 합니다. 그들이 달라고 할 때가 기회입니다. 우리에겐 대통령께서 결단만 하시면 얼마든지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않습니까? 주고 싶어도 없으면 어찌 줄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북녘 동포들의 굶주림을 민족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습니까? 줄 수 있는 지금이 기회라는 것을 어찌 깨닫지 못하십니까?

더군다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 언제나 우리의 운명을 옥죄었던 미·일·중·러 등 주변 강대국들이 말이라도 "남북문제는 당사자들이 대화로 해결하라"고 권고하지 않습니까? 이때야말로 민족 공동체의 지혜를 모아 민족 생존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대통령님, 사랑하는 장로님, 장로님이나 저나 조국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기도하는 하나님의 사람입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였습니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화평케 하는 자는 대가를 지불하는 자입니다. 남과 북의 깊은 갈등과 증오와 미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통령님의 눈물과 희생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 강경민 목사. (사진 제공 <복음과상황>)
대통령님이 국민에게 호소하십시오. 북한을 살리는 것이 민족 공동체가 번영하는 길임을 대통령님께서 국민에게 호소하십시오. 오늘의 비난을 두려워 마십시오. 우리 시대에 평화 통일이 성취되지 않으면 먼 훗날 역사는 집권 여당이나, 통일부 장관을 비난치 않을 것입니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님이 역사적 과오에 대한 모든 책임을 홀로 지게 될 것입니다.

장로님, 함께 기름 부음을 받은 목사로서(같은 장로로서) 간곡히 부탁 올립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조국에 평화의 기운이 넘치게 하소서. 대통령님은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대한민국에 그런 능력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일을 위해 대통령님을 부르셨음을 엄히 기억하소서! 건투와 건승을 빕니다.

2010. 11. 26.
강경민 목사 올림

강경민 / 일산은혜교회 담임목사·성서한국 이사장
* 이 기사는 <복음과상황>에도 실렸습니다. 필자의 허락을 받고 게재합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