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쿵푸팬더>에서 대사부 우그웨이는 시푸에게 이런 명대사를 날린다. "복숭아씨를 심으면 오렌지나 사과를 원해도 복숭아가 열린다." 뚱뚱하고 둔해 보이기만 하는 팬더 포가 용의 전사가 될 운명이라는 것을 믿으라는 의미인데, 한국 속담으로 치면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소리다. 그리스도인도 하나님의 자녀가 되면 하나님을 닮아 가는 데에 실패하지 않는다. 이런 자각이 없으면 죄로 인해 넘어지거나 미성숙한 자신의 내면을 볼 때마다 넘어지기가 쉽다.

▲ <성화의 신비> 박영선 지음/ 세움 펴냄
<성화의 신비>라는 책은 그리스도인이 구원받은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듯 거룩하게 변화(성화)하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함을 알려 준다. 선한 행동을 하거나 노력의 대가로 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착각이라고 성경 말씀을 통해 차근히 드러낸다. 저자 박영선 목사는 평안북도에서 출생하여 총회 신학원과 리버티 뱁티스트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현재 남포교회를 담임하고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이며 여러 저술을 하고 있다.

그는 기독교 신앙에 대해 이런 정의를 내린다. "기독교 신앙은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 이것이 신앙입니다." 예수님이라는 포도나무에 잘 붙어 있는 가지가 되어야 많은 과실을 맺을 수 있다. 인간에겐 불변할 진심과 열심이 없기에 주님께 매달리는 수밖에 없다. 죽기까지 주님을 따르겠다던 수제자 베드로도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으며 하나님께 늘 순종했던 다윗왕도 밧세바를 범하는 죄를 짓고 말았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께 붙어 있었고 그것이 그들 신앙의 핵심이었다. 그 외에도 아브라함, 모세 등의 성경 인물 이야기가 불완전한 인간이 성화되는 신앙 노정을 보여 준다.

질 나쁜 들포도나무 가지라 해도 참포도나무에 접붙임받으면 좋은 열매를 맺는다. 성화의 비밀은 관계를 통해 변화한다는 데에 있다. 누군가와 친해지면 알게 모르게 그를 닮는 쪽으로 변한다. 쇼핑을 함께 다니게 되면서 옷 입는 스타일이 같아지는 친구들, 노래방을 같이 쏘다니면서 창법이 비슷해지는 친구들이 떠오른다. 그밖에도 말버릇이나 좋아하는 음식, 머리 모양이 닮아 간다. 인간도 하나님과 관계를 맺으면서 자연스럽게 닮아가는 것이 아닐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더러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했다. 어릴 적 부모의 무한한 사랑으로, 혹은 연인의 열렬한 사랑으로, 혹은 스승의 따뜻한 인정으로, 혹은 친구의 친밀한 우정으로 인간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정체성을 찾고 확신 속에서 성장한다. 이런 중요한 관계가 어그러지거나 사라지면 자신감을 잃는다. 울며불며 상대방에게 매달리고 폭식과 자학의 나날을 보낸다. 다시 사랑받는 길을 찾으며 더 뛰어나거나 똑똑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단초로 볼 때 사람은 완전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없다.

사랑 그 자체이신 하나님만이 언약을 먼저 깨거나 변심하지 않는 신실함으로 우리 아버지, 신랑(신부), 친구가 되신다. 여기에서 정체성을 찾는다면 세상을 자신 있게 살 수 있는 배짱뿐 아니라 다른 이들을 넘치도록 사랑하는 거룩함을 지니게 될 것이다. 행동 여하와 관계없이 끊어지지 않는 관계가 있다는 건 큰 위안이 된다. 성화는 하나님의 자녀가 된 그리스도인에게 운명과도 같다. 복숭아나무가 자라면 거기서 복숭아 열매가 맺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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