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밀러의 <재즈처럼 하나님은>은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해 낸다. 하나님을 재즈에 비유하는 제목부터가 그렇다. 하나님이 다가오신다는 표현 역시 '흙먼지 길을 걸어 내게 오신'이라고 쓴다. 이런 묘사들은 명료하고 우회할 길 없는 문장들과는 다른 멋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비유들은 가리키는 대상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나는 맛있는 캔디를 아껴 먹듯 <재즈처럼 하나님은>을 읽었다. 각 장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느낀 경험들이 담겨 있었는데 믿지 않는 친구들에게 하나님을 소개하고 싶은 그의 마음이 엿보였다.

책 서두에는 아버지가 어렸을 때 집을 나갔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래서 하나님이 아버지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그분이 우리 집에 입주하여 내 어머니와 한 침대를 쓰고 싶어 하는 뻔뻔하고 넉살 좋은 남자처럼 생각되었다.' (p11) 이렇듯 밀러는 하나님이 아버지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아주 재미나게 표현해 놓았다. 그러나 나는 눈물이 났다. 무심한 명랑함으로 코팅되었을 뿐 드문드문 드러나는 문장에는 상처가 엿보였다. '자식을 버리는 아버지들이 그렇게 많은데 하나님은 어쩌자고 아버지로 자처하시는 걸까?' (p14)

▲ 아버지 없는 소년
그 책을 다 읽은 뒤 책 표지 뒷날개의 저자 소개에 대한 마지막 문장을 보게 되었다. "캠퍼스 사역자, 강사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는 아버지 없는 가정을 돕고 멘토링 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그에겐 상처가 있다는 나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듯 했다. 그리고 나는 그가 쓴 다른 책, 아버지 없이 자라는 아이들의 이야기 <To Own A Dragon>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한국에 번역된 제목은 <하나님의 빈자리>였다. '좋은 아빠를 동화 속에서만 본 이들을 위하여'라는 부제가 뒤따랐다.

<재즈처럼 하나님>이라는 세련되고 섬세한 작품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기다리며 읽기에도 좋았다. 그러나 <하나님의 빈자리>를 들고 집에 오는 길에 나는 이것이 내 방에서 읽어야 하는 작품이란 걸 느꼈다. 흡사 그의 상처를 들고 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책의 표지는 노랗고 귀여웠다. 발랄한 어조의 밀러가 '이게 나의 상처야'라고 말하면서 질질 짤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책을 펼치자 다소 건조하긴 했지만 여전히 쾌활한 그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나는 예전부터 따뜻한 코미디를 좋아했다. 재미있지만 그 안에 어두운 진실을 피하지 않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도널드 밀러의 다음 책 <천년 동안 백만 마일>이 기대가 되는 이유이다.

아버지가 없다는 건 별 문제가 아니기도 하고 문제이기도 하다. 세상엔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이 있다. 아버지가 있더라도 그에게서 좋은 영향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그래서 도널드 밀러는 이것을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주 독자층을 남자로 잡았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아버지가 없는 남자 아이의 아픔이란 것이 있다. 도널드 밀러는 처음에 그 아픔의 피해자였지만 이제 그것을 극복하고 다른 아버지 없는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아버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그가 부러웠다. 하지만 나에겐 다른 역할이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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