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목사와 그 친·인척이 교회 사유화를 넘어 <국민일보>를 사유화하는 작업이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다. 조 목사의 부인 김성혜 씨(한세대 총장)와 장남 조희준 씨가 사돈인 노승숙 <국민일보> 회장을 사퇴하게 하고, 차남 조민제 <국민일보> 사장까지 물러나게 하려는 시나리오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조용기 목사가 본격적으로 부인 편을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 밖으로 드러난 모습이다.

그러나 이것은 밖으로 보이는 현상일 뿐, 이 너머에는 조용기 목사 집안과 여의도순복음교회(여의도교회) 그리고 <국민일보> 사이의 사연이 깊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으면서도 겉만 긁고 있었다. 조 목사 개인과 여의도교회, <국민일보> 그리고 한국교회를 위해서 이제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가족 간의 지분 싸움

사실 세계 최대 교회가 된 여의도교회의 오늘에는 조용기 목사만이 아니라 그의 장모 최자실 목사도 있었다. 그녀는 사위인 조용기 목사와 함께 오늘날 여의도교회의 공동 주역이라 할 만했다.

그러나 1989년 최자실 목사가 죽자, 여의도교회에는 오직 '조용기 목사'만 남았다. 조용기 목사는 세계적인 목사가 되어, 여의도교회는 물론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와 동일시되었다. 조 목사의 부흥은 곧 동생인 조용목 목사(은혜와진리교회)로까지 이어졌다.

이미 신과 방불한 권위의 조용기 목사 이후를 감히 말하는 사람은 없었으나, 사실상 후계 문제는 일찍부터 주목의 대상이었다. 동생 조용목 목사가 형제간 불화로 떠났기에, 조용기 목사의 아들들과 부인을 주목하는 것은 당연했다. 다행히(?) 조 목사에게 목회자 아들이 없었기에 목회 세습은 불가능했지만, 이미 기업화된 교회의 다양한 재산은 자식을 비롯하여 친·인척의 전리품이 되었다.

장남 조희준 씨는 1997년 <국민일보> 사장, 1998년부터 2001년까지 <국민일보> 회장을 지냈고, 이후 여의도교회 및 <국민일보>와 연결된 회사를 경영하는 등, 그는 조 목사 장남으로서 막대한 특혜를 누렸다. 그러다 2001년 횡령 및 조세 포탈 혐의로 구속되었고, 집행 유예로 풀려난 후에도 벌금 50억 원을 내지 않아 일본에서 도피 생활 중에 체포되었다. 그는 주변의 여러 사람이 벌금을 대납해 주어 가까스로 풀려났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국민일보> 입성을 모색하고 있다.

차남 조민제 씨 역시 <국민일보> 계열 회사들을 거쳐 지금은 <국민일보> 사장으로 있으며, 삼남 조승제 씨도 여의도교회 관련 회사를 운영하였다. 조용기 목사 또 다른 동생 조용우 씨는 이미 <국민일보> 제1대 사장을 지냈고, 조 목사 누이들은 여의도교회 관련 사업을 맡아 운영했다. 이 정도가 아니다. 차남 조민제 사장의 장인 노승숙 씨는 <국민일보> 회장을 지내다 김성혜 총장의 압력으로 최근 물러났고, 셋째 매제 김원태 씨는 여의도교회 총무국장, 넷째 매제 설상화 씨는 여의도교회가 연관된 엘림복지원 상임이사를 거쳐 이번에 문제가 된 엘림직업전문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자실 목사의 딸 김성혜 총장은 상대적 소외감(?)을 가졌을 것이다. 교회에서는 조용기 목사의 부인으로 이름 없는 실세였고 한세대 총장도 맡고 있지만, 정치적 막말도 서슴지 않아 유명한 동생 김성광 목사(강남순복음교회)를 제외하면 그 위광은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가족 관계로 보면 이번 사태는 그동안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 왔던 조 목사의 부인 김성혜 총장이 장남 조희준 씨, 매제 설상화 장로와 힘을 합하여 차남 조민제 사장과 사돈 노승숙 회장을 쫓고 <국민일보>를 장악하려는 것이다. 이게 본격화되면, 여기에 다른 직계·방계 가족들이 친소 관계에 따라 합류할 것이다. 비유하자면, '여의도그룹'의 창업주 회장이 물러나면서 직계·방계 가족들이 서로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며 회장 재산을 미리 정리하는 것이다.

"목사님 살아계실 때 재산 정리를 해 놓아야 시끄러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총장님(김성혜)의 생각이다." (<국민일보> '비대위 특보' 1호 중) 그들은 은연중에 본심을 드러내고 있다. 조용기 목사와 그 가족의 생각 속에는 여의도교회도, <국민일보>도, 다른 관련 회사들도 개인 재산일 뿐이다.

여의도교회와 <국민일보>의 사유화 문제

지금 겉으로 볼 때는 <국민일보> 모든 직원과 노조가 비대위를 구성해, 감히(?) 조 목사 집안과의 싸움도 마다치 않고 실질적 독립을 쟁취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비대위는 '특보'에서 조 목사 인척의 잘못된 욕심으로부터 회사와 언론 자유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노승숙 회장과 조민제 사장이 처음 <국민일보>를 맡을 당시에도 여의도교회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실세였기에 지지했다. 물론 김성혜 총장·조희준 씨보다 노승숙 회장과 조민제 사장이 더 낫다는 점이나, 노승숙·조민제 체제 동안 <국민일보>가 성장했다는 점은 사실일 수 있다.

다만, "<국민일보>는…공익 매체로, 특정 이해 집단의 탐욕을 채우는 '세상의 기업'이 아니며", "<국민일보>는 어느 한 개인이나 집안의 소유물이 아니다"라고 간간이 주장하지만, 내가 볼 때 이들은 한국교회와 사회에 호소하기보다는 여전히 조 목사의 권위로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오히려 원로목사님(조용기 목사)의 뜻을 저버리고 비리 의혹을 산 … (중략) … 우리 임직원은 원로 목사님과 이영훈 당회장님, 1,500 장로님, 78만 성도님의 은혜에 힘입어…." ('비대위 특보' 1호, 결의문 중)

또, 비대위는 '특보'에서 <국민일보>가 한국교회의 공동 재산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상 한국교회와 사회적 공공성에 호소하기보다는 조 목사 붙들기에 연연하고 있다. <국민일보>가 정말 '공익 매체'로, 특정 이해 집단의 탐욕을 채우는 세상의 기업이 아니고, 어느 한 개인이나 집안의 소유물도 아니라면, '조 목사의 놀라운 은혜'에 기댈 게 아니라 <국민일보> 지분을 100% 소유한 국민문화재단(이사장 박종순 목사)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과 한국교회의 공익 매체임을 행동으로 증명하는 방법이다. 스스로 독립 의지가 없으면 누구도 독립시켜 주지 못한다. 내부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국민일보>는 지금처럼 '조용기 목사 가족 일보'를 할 것인지, 공익 언론으로 다시 태어날 것인지를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여의도교회와 성도들을 향한 진심 어린 충언

지금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된 것을 보며, 슬퍼하고 분노하고 기가 막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절반은 성도들의 자업자득이다. '조용기 목사 개인이 얼마나 잘했느냐, 못했느냐'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은혜의 도구인 목사를 은혜의 주체이신 하나님만큼 떠받들고, 사람에게 있을 수 없는 절대 충성까지 바친 열매가 지금의 사태다.

70만 교인을 자랑한다고 했지만, 7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한 교회의 교인이 되어 각기 다른 지역에 흩어져서도 화면만 바라보며 울고 웃었던 것이 문제의 뿌리다. 목사 자식의 사업을 도와준다고 교회 재산을 담보 잡아 뒷돈을 대 주어도, 관심도 없고 오히려 그걸 바로 잡으려는 사람들을 핍박한 것도 문제의 뿌리다. 정년이 되어도 "목사님이 없으면 교회도, 교단도 없다"며, 영원토록 함께해 달라고 눈물로 매달린 것도 문제의 뿌리다. 이제 조 목사의 뒤를 이어 그 가족들까지 교회와 모든 기업을 두루두루 다 해먹겠다고 나서도 '하나님이 하실 일'이라며 애써 태연할 그것도 결국 문제의 뿌리다. 

2006년,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가 여의도교회 문제를 비판할 때 "왜 '남의 교회' 문제를 너희가 참견하느냐?"고 엉뚱하게 분노했던 그 결과가, 오늘 조 목사 가족들이 '남의 것'(조 목사 가족에게는 교회와 그 연관 재산들은 다 자기들 것이라는 말)을 참견하느냐고 따지는 문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의도교회의 문제는 결국 교회가 '하나님 것이냐, 아니면 목사 것이냐' 하는 교회 주권 분쟁이다. 그리고 여의도교회와 조 목사는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의 정서를 대변하기에, 개혁연대는 2006년 조 목사 은퇴 문제에 집착하면서, '조용기 목사 은퇴를 통한 교회 주권 바로 세우기'라는 생소하지만 지극히 정당한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여의도교회가 이번 기회에 지성전 독립과 재정 투명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조용기 목사를 '존경은 해도 숭배는 하지 않는' 교회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충언한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이 일은 여의도교회와 기하성 교단 그리고 <국민일보> 모두가 조용기 목사에게 목숨 줄을 걸고 살아온 그 고리를 끊는 문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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