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에 열린 각 교단 총회 풍경. 남성 총대들이 대부분이다. 한국교회에 여성의 자리는 없는 걸까. 시계방향으로 예장고신, 기침, 예장합동, 예장통합. ⓒ뉴스앤조이
예장합동 총회 둘째 날 오전인 9월 28일,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가 회의장 입구에서 유인물을 배포하고 있었다. 여성 안수를 허락해 달라는 내용의 유인물이었다. 이들은 "대부분의 교단이 여성 안수를 시행하고 있다. 이미 여성 안수에 대해서는 많은 신학적 논의가 있었고, 성경의 진리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합동은 여성 안수 시행을 계속 미루고 있다"며, 교단 산하 신대원을 나온 여성 학우들이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 타 교단으로 빠져나가는 인력 누수 현상을 걱정했다. 이들은 총신대 신대원 출신 여성들이 목사 안수를 받지 못해 목회에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

안수를 받지 못하니 선교 현장에서 여성의 입지는 더욱 좁다. 유인물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교단에서 배출하는 여성 선교사는 1년에 1명 정도에 불과하다. 선교사를 자원하는 여성이 적은 이유는 성례권이 없기 때문이다. 세례·성찬을 집행하는 예배를 하려면 성례권이 있는 남성 선교사 또는 목사를 불러야 하는데, 이를 경험한 현지인들이 여 선교사를 무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이들은 여성 목사 안수가 안 된다면, 여 선교사가 성례라도 집행할 수 있게라도 해 달라고 총대에게 요청했다.

현재 진행 중인 여성의 교회 정치 참여 운동은 교단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된다. 어떤 곳은 이미 여성 목사를 배출했는가 하면, 어떤 곳은 여성에게 항존직조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매년 각 교단 총회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뜨겁게 토론한다. 올해도 어김없었다.

현재 주요 교단 중 기감·기성·기장·예성·예장통합 등이 여성에게 목사·항존직 안수를 허락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안수 제도가 있다고 해서 참정권 확대 운동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지난해 기장(총회장 김종성 목사) 양성평등위원회(양성평등위)는 총회 총대가 20명 이상인 노회는 의무적으로 총대에 여성 2명을 포함해야 한다는 '여성 참여 증진 헌의안'을 제출했다. 이 헌의안을 1년간 연구·검토한 헌법위원회(헌법위)는 올해 총회에서 총회 총대가 '20명 이상인 노회'를 '30명 이상인 노회'로 수정했다. 양성평등위의 원안대로면 여성 총대 비율은 5%가 확보되지만, 헌법위의 수정안대로면 3.7%다. 결국 양성평등위가 제출한 원안이 채택됐지만, 이 결과를 내기 위해 기나긴 토론 과정을 거쳐야 했다.

기장의 총대 비율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예장 고신의 여성은 항존직이 되기도 버겁다. 오죽했으면 한 총대는 이렇게 말했을까. "고신 교단의 여성은 순한 양인 것 같다. 나 같으면 양성평등에 어긋난다고 인권위원회에 제소라도 했을 것이다." 올해 총회에서 신설한 '항존직에 준하는' 여성 권사를 둔다는 조항을 두고 한 말이다. 이 총대는 여성을 차별하는 것은 우리 세대로 족하다며 여성 안수를 시행하자고 했지만,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법개정위 관계자는 "권사 안수 문제를 이야기하면 여성 목사의 안수까지 다뤄야 한다. 지금 그런 것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장백석(총회장 노문길 목사)은 작년에 여성 목사 안수를 시행하기로 결의했다. 법적·제도적 검토를 위해 여성안수연구위원회(여성안수연구위)를 구성해 1년 동안 연구하게 했다. 여성안수연구위는 올해 총회에서 교단 헌법과 상충하지 않기에 바로 여성 안수를 시행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총대들이 이 보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3시간여의 토론 끝에 여성 안수 문제를 노회에 묻기로 했다. 노회에 묻는 경우는 헌법을 개·수정할 때인데, 헌법에 합치한다는 여성안수연구위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로써 여성 목사 안수는 당분간 어렵게 됐다.

기침(총회장 윤태준 목사)은 강서지방회가 여성 목사 안수를 시행하자고 청원했는데, 총회는 이 안건을 통과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동의를 얻을지를 두고 긴 시간을 사용했다. 정작 해야 할 여성 목사 안수에 대한 신학적인 토론은 얼마 하지 않았다. 총회장 윤태준 목사는 이전 총회에서 오랜 시간 토론했기에 더 이상 토론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여성 목사 안수는 부결됐다. 과반수로 할지, 2/3 이상의 동의를 얻을지를 놓고 토론했는데, 모두 반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결국 주요 교단의 총회에서 여성 목사 안수와 정치 참여 확장 논의는 더딘 발걸음을 계속했다. 교인 10명 중에 7명은 여성이다. 그러나 정작 교회를 운영하고 움직이는 것은 남성이다. 양성평등의 논리가 사회·시대적 상식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교회 안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여성 안수 제도 시행, 이제 거북이걸음을 끝내고 여성의 정치 참여 기회 확대로 달려가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