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마음 속 사랑의 빈 그릇을 채우기 위해 결혼을 하였지만 실패하였다. 부부들에겐 질문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결혼한 후에 사랑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간이든 쓸개든 빼 줄 것 같던 연인은 온데간데없다. 이들은 눈에 콩깍지가 쓰였다며 연애 시절을 한탄하기도 한다. 이제 남은 방법은 두 가지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비참한 생활을 지속하는 것,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운명의 사랑을 찾아 떠나는 것.

▲ <5가지 사랑의 언어>/ 게리 채프먼 지음/ 장동숙 옮김/ 생명의말씀사/ 1만 원
<5가지 사랑의 언어>는 세 번째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결혼 생활을 지속하면서도 사랑을 회복하는 것이다. 저자 게리 채프먼은 20년 넘게 결혼 생활 상담가로서 직접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 감정"이 평균 2년 정도 지속되고 그 이후에는 노력하여 서로 사랑을 채워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여기저기서 들어 알고 있다. 그러나 노력들이 허사로 돌아간 많은 부부들은 비통한 마음을 안고 저자에게 찾아왔다.

게리 채프먼을 찾아온 진은 삶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허무하다고 털어놓는다. 일을 하고 밥을 먹고 TV를 보기만 할 뿐 남편에게 사랑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남편인 노르만은 잔디도 깎고, 설거지도 하고, 온 집안 청소도 한다. 그러나 진과 함께 시간을 내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말을 하며 진은 울었고 함께 있던 노르만은 그동안 진을 위해 했던 봉사들이 그녀에게 전혀 가닿지 않았음을 깨닫고 놀란다.

두 사람은 사랑의 언어가 달랐다. 진이 쓰는 사랑의 언어는 '함께하는 시간'이었고 노르만이 쓰는 사랑의 언어는 '봉사'였다. 그동안 노르만은 진이 "우리 사이엔 대화가 없어요"라고 말할 때 대화란 "잘 잤소?"와 같은 말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상담 이후, 매일 밤 의자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데 15분을 쓰게 되었다. 진은 저녁 식사 준비나 설거지 같은 것을 더 잘 하게 되었다. 곧 그들에게 제2의 신혼이 찾아왔다.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말이 중국에선 "워아이니", 미국에선 "아이러브유", 일본에선 "아이시떼루" 등등 다양하다. 미국사람에게 "아이시떼루"라고 말하면 그는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사랑한다는 표현도 그러하다.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육체적인 접촉'이라는 표현들 중에서 상대방이 사랑을 가장 잘 느끼는 언어를 사용해서 마음을 전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상대방은 사랑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미움과 서운함만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게리 채프먼은 우리가 자신의 '사랑의 언어'를 깨닫고 상대방에게 요청할 수 있게 해 주며 상대방의 '사랑의 언어'를 익히고 그것으로 사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사랑의 언어가 같은 부부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웬수' 관계로 변해 버렸거나 감정이 냉각된 부부에게 이 얇은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부가 모든 문제에 일치할 필요는 없지만 차이를 적절히 조율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때 사랑의 그릇이 차 있다면 더 온화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나는 폴 투르니에와 그의 부인이 함께한 노년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그들은 수십 년간 영적 모험 속에서 함께 자랐고 말이 없어도 통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후 그의 부인은 폴 투르니에의 가슴에 안겨 숨을 거둔다. 사랑 안에서 그들의 삶은 풍요로웠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만 노년에 영혼을 나누는 친밀함에 이르는 부부는 단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폴 투르니에, 게리 채프먼…, 그곳에 먼저 도달한 이들은 우리에게 함께하자 손짓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