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탤런트 박용하 씨가 자살했다. 지난 3월 최진영 씨에 이어 올 상반기에만 두 명의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은 연예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7년 통계에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로 나타났다. 그리고 지난 10년 사이에 자살자는 두 배나 늘었다.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일부 목사들은 '자살하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전 국민이 추도하는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 개신교 인사들이 '자살은 죄'라는 논리를 들이대 비판을 받았다.

 

정말 자살은 죄인가. 그렇다면 개신교인들은 전혀 자살 충동을 느끼지 않는가. 이 민감한 질문에 대해 김기현 목사가 그의 저서 <자살은 죄인가요?>를 통해 답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7월부터 바른교회아카데미가 열었던 세미나에서 발표한 논문, '자살에 관한 몇 가지 신학적 성찰'을 정리해서 묶었다.

그는 성경이 '자살은 죄'라고 단정하기보다 침묵하고 있다고 했다. 사울, 아히도벨, 삼손, 가룟 유다가 자살했지만 이렇다 할 말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살에 대해 침묵하면서 하나님이 요구하는 자세는 겸손이라 했다. 특정인의 죽음을 도덕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고, 너무 요란하게 떠들고 비판하는 것은 침묵이 암시하는 겸손하라는 의미를 망각한 것이라는 말이다.

또 모세, 엘리야, 욥, 요나가 자살 충동을 겪었던 것을 예로 들면서, 개신교인도 자살 충동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들의 자살 충동이 하나님에 대한 저항인 동시에 삶에 대한 욕구의 발로였다고 해석했다. 2007년에 조성돈·정재영 교수가 실시한 '자살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10.3% 가량이 자살 충동을 느꼈고, 개신교인들 중에 19.2%가 자살 충동을 느껴 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김기현 목사는 자살에 관한 사회 현상을 분석하면서, 조심스레 성경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관계를 단절하는 자기중심적 교만'을 죄라고 봤을 때, 자살은 자신과 이웃, 하나님에 대한 죄다. 하지만 생명을 살리기 위한 예방 차원이 아니라 죽은 이를 비방하기 위해 죄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동시에 정당화할 수 있는 죽음, 즉 죄가 아닌 자살도 있다고 했다. 폭탄이 터질 때 자기 몸을 던져 동료를 구하는 자기희생적 죽음은 비난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가 자살에 관해 말을 함에 있어서, 그리고 궁극의 해결책을 탐구하기 전에 유의해야 할 태도가 있습니다. 아니 피해야 할 자세입니다. 하나는 고압적인 종교적 논조입니다. 심한 증오감과 혐오감에 사로잡혀 차마 상종 못할 것으로 몰아붙이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차가운 과학적 접근입니다. 생명과 자살을 그저 통계나 수치로 환원하는 것은 삶에 대한 경외나 인간의 인격성에 대한 존중과 거리가 먼 것입니다. 모두 율법적인 태도입니다." - 본문 68쪽

혹 자살을 미리 예방할 수 없을까. 그를 위해 교회가 할 일은 무엇인가. 김기현 목사는 이 질문도 피해 가지 않았다.

김 목사는 가치관이 혼동되어서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성공과 성취, 물질적 번영의 잣대로 자신을 평가하면서 스스로를 인생 낙오자로 규정해 죽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잘못된 욕망을 금하고 과도한 욕망을 자제할 수 있다면 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하나님의 은혜와 복음을 제대로 알고 성공주의, 기복주의를 극복하도록 교회가 돕는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교회의 공동체성 회복도 중요하다고 했다. 각 사람의 삶과 밀착해 자살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각 사람이 고통을 당할 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생각하며 종착지가 있음을 기억하도록 도와야 한다. 교회가 제대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면 자살이 일어난다. '자살은 구성원의 삶을 돌보지 못한 공동체의 실패'라고 한 김기현 목사의 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자살이라는 비극적 결말만 볼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자살에 이르게 한 과정에 대한 면밀한 성찰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 해 1만 3,000명, 하루 35명꼴로 자살하는 한국 사회에서 교회는 자살자에 대해 반복적으로 정죄하고 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과연 교회에 남겨진 몫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자들에게 한 번 더 낙인을 찍는 데에 있는가, 아니면 사람들을 자살로 이끄는 '죽음에 이르는 조건'에 항의하고, 이를 개선하는 일에 분연히 나서도록 촉구하는 데에 있는가를 단호하게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 본문 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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