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신 장로 ⓒ뉴스앤조이 이승균
"앞에서는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뒤에서는 돈봉투가 전해졌다. 나는 남의 눈을 피해 화장실에서 전도지로 만든 봉투에 100만원씩을 담았다."

성남 대원감리교회(임은택 목사.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동 3397) 김종신 장로(50)는 2년 동안 남 모르게 가슴앓이를 해왔던 자신의 부끄러운 행적에 대해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열어 낱낱이 고백했다. 김 장로의 증언은 한국교회 선거실태가 얼마나 심각하게 썩어있는지에 대한 충격적인 고발이다.  

김 장로의 증언에 따르면 2000년 10월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선거가 진행되는 금란교회(서울 중량구 망우동)는 돈 봉투가 난무하는 금권선거로 얼룩진 부패의 현장이었다. 경기연회 감독에 출마한 임은택 목사 선거운동원인 김 장로는 선거권을 가진 목사와 장로들에게 전해줄 돈을 액수별로 구분해 봉투를 만드는 일종의 '선거자금 중간 배달원'이었다.

김 장로가 20만원 혹은 30만원 많게는 100만원이 든 봉투를 만들어 대원교회 선거관리위원장인 송기영 장로에게 전달하면, 송 장로는 총대들의 비중에 따라 차별적으로 돈봉투를 살포했다.  

김 장로는 총회 전날 밤에도 12시가 넘도록 총대들에게 돈을 뿌리는 대열에 동행했다. 선거 당일의 상황은 좀더 긴박하게 돌아갔다. 임 목사가 조금 밀리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오면서 그는 쉴새없이 울리는 핸드폰 메시지에 따라 그때그때 실탄(?)을 준비해야 했다.

자금 조달책인 임 목사의 조카 임흥식 장로가 필요한 돈을 공수해오면 사람들 눈을 피해가며 여기저기서 돈봉투를 만들었다. 나중에는 화장실에서 교회 전도지까지 사용해 100만원짜리 봉투를 만드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일반 세속도 아닌 교회에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부패상이 벌어진 당시 상황을 김 장로는 이렇게 회고한다.

"투표 당일 임 목사가 16표 정도 지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송 장로의 입에서 '돈 있는 대로 가져와라'는 말이 떨어졌죠. 1차 투표 때 1000만원을 받아서 100만원씩 10개의 돈 봉투를 만들었습니다. 2차 투표 끝나고 임 목사의 아들인 임지순씨가 와서 5-6표 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선거 중간에 1000만원을 뽑아 오라는 명령이 도착했죠. 임 장로가 돈을 찾아와서 저에게 주더군요. 그때 교회에 쌓여 있던 전도지를 갖고 화장실로 가서 100만원씩 싼 다음 호치키스로 찍어서 봉투를 만들었습니다."

김 장로는 대원감리교회를 20년 이상 출석하고 선거가 벌어지던 2000년 그해 장로로 임명됐다. 새내기 장로였던 그는 담임목사를 감독에 당선시키기 위한 돈봉투를 제조하면서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때는 신앙이나 이성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우리가 5표차로 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그냥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만이 저를 지배했죠. 옳고 그른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김장로가 돈봉투를 제조하는 며칠 동안 '당선만 되면 좋다'는 식의 생각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수시로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가'라고 스스로 반문하며, 존경하는 선배 장로나 주위 사람에게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곤 했다.

김 장로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돈 봉투를 받은 총대들 중 어느 누구도 거절한 사람은 없었다. 당연한 것처럼 받거나 드물게는 거절하다가도 못이기는 척 주머니에 집어넣고 만다는 것. 돈 받는데 익숙한 풍토 속에서 돈을 주는 부적절한 행위는 관행으로 정착되고 있는 셈이다.

김 장로가 만든 돈 봉투의 액수는 모두 3600만원. 20만원과 30만원짜리 봉투 1600만원, 100만원짜리 봉투가 2000만원이다. 그렇다면 대원감리교회가 임은택 목사 선거비로 쓴 돈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직접 자금을 동원했던 모 장로에게 한 3억은 썼느냐고 물었더니 그 장로가 무슨 소리냐고 하면서 한 6억원은 된다고 하더군요.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조달했는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대원감리교회가 감독선거를 위해 준비한 자금은 약 1억 8142만원에 불과했다. 모두 교인들의 특별헌금으로 조성된 돈이다. 임은택 목사도 5000만원을 내겠다고 했지만 현재 이 액수에 포함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건 정말 회개할 일입니다. 교회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전 지금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해서 교회로부터 마치 '마귀'처럼 취급당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썩은 것은 썩었다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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