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에 있는 새빛교회. 이 교회를 담임하는 신영식 목사는 2001년 부임한 이후 줄곧 표절 설교를 했다. 시리즈로 된 유명 목회자들의 강해 설교집을 그대로 읽거나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설교문을 베꼈다.

한 집사의 설교 메모 때문에 발각

신영식 목사의 설교 표절이 발각된 것은 이 교회 오명근 집사의 메모 때문이다. 오 집사는 평소에 설교를 주보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고 2001년부터 지금까지 설교를 메모한 주보들을 보관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옥한흠 목사의 홈페이지에서 예전 설교를 듣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옥 목사의 설교가 귀에 익었다. 오 집사는 자신이 주보에 메모했던 신영식 목사의 설교를 살펴봤다. 신 목사가 2008년 3월부터 2009년 8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했던 로마서 강해 내용이 옥한흠 목사의 강해 설교와 제목, 장절, 소제목, 핵심 내용까지 동일했다.

오 집사는 신 목사가 했던 그동안의 설교를 자신의 메모를 근거로 확인해 나갔다. 그 결과 신 목사가 부임한 2001년부터 행한 설교 대부분이 이동원, 하용조, 김서택 등 유명 목회자들의 설교집과 인터넷 까페에 돌아다니는 설교를 표절한 것을 알게 됐다. 그는 교회 이름과 신 목사의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이 내용을 <뉴스앤조이>에 세 번에 걸쳐 기고했다.

▲ 오명근 집사는 신영식 목사의 설교를 주보에 메모해 왔다. 이 메모 때문에 표절 설교가 드러났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 신영식 목사가 표절한 이동원, 김서택, 하용조 등 유명 목회자들의 저서. ⓒ뉴스앤조이 백정훈
▲ 2009년 말부터 시작한 갈라디아서 설교의 경우 김서택 목사의 책 내용과 제목, 장절까지 똑같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설교를 표절한 근자의 예를 들어 보자. 신 목사는 올해 1월 한 달 동안 전도에 집중하자며 전도 관련 설교를 했다. 다음은 오 집사가 메모한 1월 10일 설교의 시작 부분이다. 설교 제목은 '지금은 영적 추수의 때입니다', 성경 본문은 마태복음 9장 35~38절이다.

"21세기 디지털 시대. 하지만 40년 전만 해도 농경 사회. 농번기 때는 자던 송장도 일어나 일한다. (중략) 공생애 3가지 사역 ①가르치다 ②전파하라 ③치유하시다. 오늘날 이 땅의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들."

이날 설교는 부산 호산나교회 최홍준 목사가 쓴 <복음 전도>(두란노) 중에서 마태복음 9장 35~38절에 대해 설명하는 2부 1장을 표절했다. 다음은 '지금은 영적 추수의 때입니다'라는 소제목의 내용이다. 성경 본문과 제목이 신 목사의 설교와 같다.

"우리는 지금 '디지털 시대'니 '정보화 사회'니 하는 최첨단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40년 전만 해도 우리 사회는 농업이 주축인 농경 사회였습니다. (중략) 농번기 때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얼마나 바빴는지 모릅니다. 심지어 '농번기에는 자던 송장도 일어난다'는 말까지 있었습니다. (중략) 예수님이 인간의 모습을 입고 이 땅에 오셔서 보낸 3년 반의 삶을 정리한다면 크게 세 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 가르치시며, 전파하시며, 치유하시는 사역입니다. 이 사역은 예수님의 주된 사역이자 오늘날 우리 교회가 전수받아야 할 사역이기도 합니다." (57, 59쪽)

이날 설교는 책 내용을 거의 그대로 읽는 수준이었다. 아래 사진은 교회의 한 집사가 표절을 확인하기 위해 신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서 중복되는 내용에 밑줄 그은 것이다.

▲ 한 교회 집사가 신영식 목사의 설교를 들으며 중복되는 내용에 밑줄을 그은 책 사진. ⓒ뉴스앤조이 백정훈
이번에는 지난해 12월 27일 설교를 살펴보자. 신 목사는 빌립보서 3장 12~16절을 본문으로 설교했다. 이날 설교는 '창골산 봉서방'이라는 인터넷 까페의 설교문과 동일하다. 다음은 오 집사가 주보에 메모한 '잊을 것과 기억할 것'이라는 제목의 설교 시작 부분이다.

"중고교 시절. 국사 세계사 언급. 역사를 배우는 목적→역사의식 알기, 현재와 미래를 위한 교훈."

아래는 '창골산 봉서방'에 올라온 '잊을 것과 기억할 것'이라는 제목의 설교문 도입부다. 성경 본문은 빌립보서 3장 12~16절이다.

"중·고등학교에서는 국사와 세계사를 배웁니다. 저의 학창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저로서는 연대표를 암기하는 일이 가장 힘이 들었습니다. (중략) 그러나 우리는 역사를 배워야 합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중략) 역사를 배우는 궁극적인 목적은 역사의식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도입부뿐만 아니라 이날 신 목사의 설교 전부가 앞서 언급된 설교문의 내용과 일치한다. 신 목사는 설교의 대지를 크게 3가지로 잡았다. △하나님의 은혜가 있는 과거를 기억하자 △잘하고 잘못한 과거를 잊자 △뚜렷한 미래의 방향을 바로 정하자가 그것이다. '창골산 봉서방'의 설교 대지도 △과거에 받은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합시다 △잘하고 잘못한 과거를 잊어버립시다 △뚜렷한 미래의 방향을 정하시기 바랍니다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공격한 예화까지 똑같았다.

신영식 목사, "설교 준비의 고충을 아느냐"

신영식 목사의 설교 표절을 확인한 오명근 집사는 이 사실을 먼저 시무장로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장로들은 2개월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 집사는 지난 2월 2일 신 목사와 단독으로 면담을 했다. 오 집사는 신 목사가 8년 동안 설교를 표절했다는 관련 자료를 제시했고 확인을 요청했다.

신 목사는 "내가 어리석었다. 이 설교집, 저 설교집 유명한 목사님들 설교를 따왔다"고 했다. 그리고 "교인들이 교회를 선택할 때 목회자의 설교에 제일 비중을 두더라"며, "설교를 잘한다는 평판을 듣고 싶은 인간적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신 목사는 "여기서 모든 걸 스톱하자. 이게 확산이 되어 교인들에게 파문이 일어나면 교인들과 목회자의 신뢰 관계가 깨어진다. 그러면 신앙생활 재미도 없고 교회도 덕이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내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제는 그런 식으로 짜깁기하고 싶지 않다. 8년 됐다. 이제는 진짜 노력해서 약점 잡히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교회 안에는 표절 설교에 대한 소문이 퍼진 상태였다.

결국 신 목사가 2월 14일 주일 예배를 마치고 30여 명의 제직들을 불러 모았다. 신 목사는 교인들에게 심려를 끼쳤다며 '소회'를 밝히겠다고 했다. 8년 동안 설교를 표절했다는 언급 없이 최근 여호수아서 설교를 할 때 김서택 목사(대구 동부교회)의 설교집을 많이 '참고'하고 '인용'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교인들에게 설교를 준비하는 자신의 고충을 이해하고 너그럽게 봐 달라고 했다. 신 목사는 "(나처럼) 아직 훈련되지 못한 사람들 같은 경우는 여러 좋은 재료에서 좋은 것들을 따오는 것"이라며, "우리가 속한 장로교 신학에 맞는다면 얼마든지 그런 것들을 인용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오늘 내가 직접 준비한 설교 분량이 A4 용지 앞뒤로 6페이지다. 35분짜리 설교 준비도 꼬박 14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설교 한 편 만들기가 어렵다"며 설교 원고를 교인들에게 흔들어 보였다.

신 목사가 소회를 밝힌 후 장로들은 표절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3월 1일 교인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가 열렸다. 교인들은 논의 끝에 장로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대신 조건을 내걸었다. 표절 설교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진 사퇴하든지 재청빙 신임 투표를 하자고 했다. 신 목사는 공동의회에서 선출된 위임 목사가 아니라 임시 목사다. 새빛교회 정관에 따르면 임시 목사는 1년마다 재청빙을 받아야 하지만 신 목사의 재청빙이 공동의회 안건으로 다뤄진 적은 없다. 교인들은 이런 내용을 신 목사와 장로들에게 전달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지만 현재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신 목사는 교인들의 제안에 침묵으로 일관했고, 제목을 살짝 바꾸는 식으로 설교 표절도 계속했다.

▲ 교인들에게 표절 설교가 알려진 후에는 제목을 바꾸고 책 내용을 군데군데 짜깁는 식으로 표절 설교를 계속했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오명근 집사는 신영식 목사에게 지난 5월 3일 자로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신 목사는 여전히 모르쇠를 잡았다. 이에 오 집사는 재청빙 과정 없이 목회를 하고 있는 신 목사의 법적 지위를 물을 예정이다. 또 설교 표절이 저작권법에 저촉된다는 취지로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한 신영식 목사의 입장을 들었다. 신 목사는 자신이 설교를 표절한 것이 아니라 여러 자료를 참고하고 인용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무슨 책을 참고했는지를 교인들에게 밝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는 이를 교인들에게 알렸다"고 했다.

그리고 재발 방지에 대한 교인들의 제안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신 목사는 "교회의 몇몇 사람들이 소란을 일으키기 위해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이라며,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당회에서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오명근 집사가 사퇴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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