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투성이 회계장부가 아무 이상이 없다는 감사 보고서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장:최병두 목사) 포항노회(노회장:김원주 목사)의 오랜 숙원사업인 노회회관 건축을 위해 조직된 '회관건립위원회(위원장:박흥식 장로)'가 1999년 4월부터 2002년 2월까지 지교회 입금액을 회계장부에서 누락시키거나 토지 매입금을 시세보다 부풀리는 수법으로 최소 2억 3000만원에서 추정 불가능한 그 이상의 액수를 횡령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공금 횡령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회관건축위원회 주요 인사들 가운데는 현직 총회회계 등 교단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이 포함돼 있어 이번 사태의 파장은 교단 전체까지 미칠 전망이다.

지난 2월 임시노회에서 전격 구성된 '회관부지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김무석 장로)는 약 2개월 동안 건축위원회 회계장부와 각종 영수증, 통장, 토지매매 과정 등을 세밀하게 조사한 결과, 건축위원회 내에서 수억원의 공금 횡령이 있었음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 4월 10일 정기노회에 보고했다.  

이런 조사결과에 따라 건축위원회 임원인 박흥식 장로(위원장, 포항대도교회) 신성환 목사(서기, 제3중앙교회) 권무웅 장로(회계, 포항북부교회)와 감사 이동대 장로(포항중앙교회, 총회회계) 등은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공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법적 책임까지 면키 힘들 것으로 보인다.

< 건립위 회계장부, 총체적 부실 투성이 >

회관부지 특별조사위원회가 입수해 조사한 노회회관건축위원회의 회계장부는 일단 원본이 아닐 가능성까지 있는 것은 물론 상당수 페이지가 찢겨나가 있는 등 총체적인 부실덩어리다.

총 35쪽의 회계장부 가운데 1-15쪽, 18-21쪽, 28-29쪽은 찢겨 나가고 없는 상태. 장부를 관리한 회계 권무웅 장로는 현재 연락이 두절돼 장부가 찢겨 나간 원인은 확인할 길이 없다.

더구나 이 회계장부는 몇몇 사람이 급하게 작성한 흔적이 군데군데 엿보여 원본이라고 믿기에도 섞연치 않은 점까지 보인다. 우선 장부 25-16쪽은 수입란에 적어야할 금액을 지출란에 적어 기본적인 회계장부 작성 요령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기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회계장부 26쪽에 기록된 회관부지대금(1차) 10억9750만원은 처음 금액을 잘못 기입했다가 다시 덧대어 쓴 것이지만 정정한 곳에 도장이 찍혀있지도 않다.    

또 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건립위 회계장부는 영남시찰과 포항북부교회 영해제일교회 기계중앙교회 제2중앙교회 등 15개 교회에서 입금한 기금 중 9557만원이 누락돼 있고, 총 15억원에 이르는 노회회관 건축기금에 대한 적립이자도 제대로 기록되어 있지 않다.

건립위 회계장부에는 포항노회 영남시찰에서 99년 7월부터 2001년 10월까지 모금한 1억 2710만원 중 4710만원이 누락된 것을 비롯해 포항북부교회(조성기 목사)가 2000년 9월과 2001년 9월에 각각 입금한 715만원과 838만원, 영해제일교회 684만원(2000년 1월 21일), 기계중앙교회 212만원(2001년 9월 10일) 제2중앙교회 800만원(2000년 10월 24일, 2001년 12월 13일) 등 15개 교회가 모금해서 보낸 총 9557만원의 입금내역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 조사위는 99년 3월까지 적립된 금액에 대한 예상이자 7500여 만원이 회계장부 기록에 빠져 있는 등 각종 금융기관에 예치한 수억원의 기금에 대한 이자수입 역시 장부상에서 발견할 수 없었으며, 장부에서 누락된 규모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2억 3000만원에 이른다.

*지교회 납입금 누락내역

▲영남시찰 총 1억 2710만원 중 4710만원 누락

▲포항북부교회 715만2000원(2000.9.14), 838만5000원(2001.9.26) ▲영해제일교회 684만8100원(2000.1.21) ▲기계중앙교회 212만3640원(2001.9.10) ▲제2중앙교회 400만원(2000.10.24), 400만원(2001.12.13) ▲포항동부교회 750만원(2000.7.6) ▲포항중부교회 113만5200원(2000.10.2) ▲백석교회 12만7920(2001.4.1) ▲도구교회 230만원(2000.10.6) ▲신광남부교회 29만9000원(2000.9.19) ▲포항송도교회 249만4150원(2000.10.4) ▲태화교회 61만1870원(2000.11.21) ▲약전교회 22만원(2000.10.6) ▲대련교회 30만원(2001.10.15) ▲병곡교회 29만원(2000.11.5) ▲유계교회 38만1000원(2000년 분)

▲노회 매입 회관건립 부지 잔금 및 임대로 200만원 누락



< 부지 매입 과정에 대한 의혹 >

▲지출란에 수익금이 적혀있고 틀린 곳에 도장도 찍히지 않은 회계장부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현재 회관건립위가 매입한 땅은 포항시 북구 용흥동 산123-13번지 4000평과 용흥동 전545-2번지 1500평 등 모두 5500평이다. 건립위는 2000년 5월 30일 임원회에서 용흥동 산123-13번지는 평당 20만원, 용흥동 전 545-2번지는 평당 16만원에 각각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의대로라면 두 땅을 매입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10억4000만원.

그러나 추후 조사된 바로는 용흥동 산123-13번지 땅을 20만원보다 1만원이 오른 21만원(4000만원 추가)에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4000만원의 추가 비용은 임원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채 회계 권무웅 장로의 독단으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져 역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조사위원회는 건립위가 결정한 용흥동 산123-13번지 땅의 당초 매입가인 20만원도 실제보다 훨씬 부풀린 액수일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조사위가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건축위의 과거 행적이 매우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건립위는 2000년 3월 득량동 산14-1번지 8242평을 구입했다가 후에 계약을 파기하는 과정에서 매입가를 형편없이 부풀리는 편법을 실제로 자행한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위 보고서에 따르면 건립위는 득량동 8242평을 평당 8만원인 6억 4000만원에 매입했지만 같은해 2월 22일 실행위원회 석상에서 이 땅의 시세를 평당 13만원-15만원(10억 7000만-12억 3600만원)으로 부풀려 보고하고, 실행위원들에게 이 가격에 구입을 찬성하는 서명까지 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득량동 땅에 대한 계약이 만약 무효화되지 않았을 경우, 실제 계약가와 실행위원회가 결정한 매입가 사이에는 최소 4억 3000만원에서 5억 9600만원이라는 큰 차이가 발생한다.  

한편 조사위는 회계 권무웅 장로가 관리하던 노회유지재단 명의의 대구은행 통장거래 내역서를 조사하던 중 득량동 부지 구입시기인 2000년 3월 11일부터 15일까지 입금된 5억5000만원 중 22일 부지 계약금으로 2억원이 출금된 이후 24일에 3억5000만원이 다른 통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을 발견했다.

조사위는 중간에 사라진 3억 5000만원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는 수사권이 없어서 더 이상 추적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이 금액의 흐름만 추적되면 의혹이 상당부분 밝혀지리라고 믿고 있다. 결국 건립위가 현재 매입한 용흥동 부지마저 득량동 땅처럼 실제 구매가를 부풀렸다는 조사위의 의심을 사는 것은 과거 불투명한 행적에 대한 당연한 대가(?)인 셈이다.    

< 건립위원들은 입장은 >

현직 예장통합 총회회계인 이동대 장로는 건립위 감사라는 요직에 있었으며, 건립위 회계장부에는 6개월마다 이 장로의 서명과 직인이 찍혀 있다.

이 장로는 조사위에서 엉터리로 판명된 회계장부에 어째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내렸을까. 이런 문제와 관련, 이 장로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도의적인 책임이 있지만 직접적인 책임은 없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다.

즉 그는 "감사부장은 감사부원들이 감사를 모두 하고 나면 최종적으로 결재만 해 주는 자리이다"고 항변한다. 즉 일일이 장부를 살펴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장로는 조사위에서 드러난 여타 공금횡령 사실에 대해서는 "건립위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다.

건립위 위원장인 박흥식 장로는 포항 기독교계가 공동으로 세운 사회봉사시설인 선린애육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등 포항 지역 유력 기독교 인사 중 한 명. 박 위원장은 이동대 장로와 비슷하게 "도의적인 책임 외에는 없다"고 말하고 "구체적인 자금흐름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며 사태의 직접적인 불똥이 자신에게 튀지 않도록 슬그머니 물러섰다.  

박 위원장은 또 "직접 자금을 관리한 회계가 다 알지 않겠느냐"며 회계 권무웅 장로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위원장은 건립위원회의 상징적 존재일 뿐이다"는 말을 덧붙였으며,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지자 심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더 이상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한편 건립위 회계인 권무웅 장로는 아직까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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