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조차 4·19에 대한 논의가 시들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기독 학생들이 그 뜻을
되새기는 행사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올해로 42주년을 맞는 4·19 혁명을 기념하는 행사가 복음적 사회선교를 위한 ‘새벽이슬’과 연세대기독학생연합 주최로 4월 19, 20 양일 간에 걸쳐 열렸다. ‘공법을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사회 일반에서도 4·19에 대한 논의가 시들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열린 기독 학생들의 모임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4월 19일 오후 7시, 80여명의 학생이 연세대학교에 루스 채플 강당에 모였다. 찬양과 4·19 관련 영상물 상영에 이어 공의정치포럼 집행위원장 백종국(경상대학교)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강사로 나선 백 교수는 “현재 한국은 분단에서 통일로 가는 엄청난 기회를 맞고 있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백 교수는 “한국이 맞은 이러한 상황은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는데, 두 가지 문제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무지와 독단의 비극’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 바른 지식과 열린 마음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백종국 교수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백 교수는 4·19를 ‘혁명’이 아니라 ‘의거’라고 불러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주장했다.  4·19에는 혁명의 요건이라 할 수 있는 △사회체제의 변화 △역사적 비전 제시 △역사적 주체 조직화가 부족하기 때문에 ‘미완의 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이어서 누가 역사의 주인이냐는 물음을 학생들에게 던지고, 근면하고 성실하며, 주인을 위해 일하며, 보상을 바라지 않는 하나님의 종이 역사의 주인이라고 강변했다. 또한 “현재 각종 선출 공직의 숫자가 4500명 정도이다. 여기에 주님의 자녀이며 종으로 사는 사람이 진출한다면 이들이 역사를 바꾸는 주체가 될 것이다”고 학생들에게 도전했다.

이어지는 자유발언 및 질의·응답 시간은 많은 학생들 참여로 분위기가 사뭇 뜨거웠다. 이승만, 김영삼 정권처럼 그리스도인이 중직에 있던 시기에 부패와 악이 더 심했던 것을 기독인이 함께 반성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바른선거운동에 대한 제안이 있었다. 백 교수는 하나님의 기준인 인애, 공평, 정직으로 후보를 선출하자고 강조했다. 사회에 대한 무관심을 회개하는 기도로 시작된 기도회는 통일, 선거, 정부에 대한 중보로 이어져서 10시가 되어서야 모임이 마무리되었다.

▲기념관 앞에서 헌화를 마친 청년들이 『정치개혁과 사회정의를 위한 실천 선언문』
을 함께 낭독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4월 20일에는 30여명의 기독 대학생들이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국립 4·19 묘지에 모여, 관련 시설을 둘러보고 선언문을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화창한 봄 날씨를 즐기는 시민들이 공원을 가득 메운 가운데, 4·19 정신을 다시 새기려는 기독 대학생들은 먼저 기념관을 둘러보고, 관련 영상물을 관람했다. 4·19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자료와 유품을 보면서 학생들은 숙연해지는 모습이었다. 전시관을 나온 이들은 봉안소와 묘역을 둘러본 후, 기념탑 앞에서 헌화하고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정치개혁과 사회정의를 위한 실천 선언문』을 함께 낭독하고 『정치개혁과 사회정의를 위한 기도문』으로 함께 기도를 드렸다.

▲4·19묘역을 둘러보고 있는 참가자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이날 행사에 참가한 명지대학교 02학번 강줄기씨는 “대학 입학 전에는 4·19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행사에 참가하면서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사를 모르는 사람에겐 미래가 없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사라지는 4·19를 기억하고, 이를 현재의 삶에서 살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겐, 분명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역사를 모르는 사람에겐 미래가 없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정치개혁과 사회정의를 위한 기독청년 실천 선언문>

우리는 모든 역사가 하나님께 속했고 역사를 통치하시고 다스리시는 분이 우리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믿는다. 42년 전, 이 땅의 청년들의 하나가 된 외침은 독재권력에 맞서 목숨을 바쳐 싸우는 청년들의 행동으로 나타나 4.19혁명이라는 위대한 역사를 만들었다. 이는 하나님의 공의와 사회 정의를 저버린 독재권력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와 도전에도 여전히 그 본질은 바뀌지 않고 있다. 수많은 기득권 세력들에 의해 개혁은 좌절되고, 지역감정은 민족적 통일까지 가로막고 있으며 무엇보다 4.19혁명이 실현하려던 정치, 사회개혁은 여전히 풀어야할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외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역사의 과오는 청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과 좌절의 시대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은 이러한 희망을 더욱 부풀게 한다. 억눌린 대중들의 잠재의식이 거대한 개혁의 물결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하나님의 역사통치에 대한 회복을 의미한다.

우리 기독청년들은 지난 역사 속에서 민족의 등불과 같이 시대의 어두운 곳을 비추고, 민족의 소망을 일깨워 왔다. 그러나 지난 세기에 분열된 복음의 역사 속에서 우리 기독청년들은 개혁의 주체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던 부분을 회개한다. 더 나아가 우리 기독청년이 역사적 책임을 가지고 사회 속에서 행동과 실천의 삶을 살지 않은 것이 죄악임을 고백한다.

이에 우리 기독청년들은 지금도 역사를 움직이시는 분이 하나님임을 믿고, 새로운 역사의 도전 앞에 서서 복음의 능력으로 일어설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시대에 가장 시급한 과제인 정치개혁과 더불어 이 땅에 하나님의 정의와 공법을 실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실천해 나갈 것을 하나님 앞에서 다짐하는 바이다.

하나, 우리 기독청년들은 한국교회가 분열과 갈등으로 세상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가로막고 세속적 성공을 위해 교회가 추구해야 할 섬김과 참여의 행실을 게을리 한 것을 우리의 죄악으로 고백하고 회개합니다.

하나,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과정 속에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하여 우리의 젊음과 열정을 온전히 주께 드릴 것을 다짐합니다.

하나, 하나님의 온전한 복음은 복음전파와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한쪽으로 치우쳐 사회적 책무에 게을리 한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고 복음전파와 더불어 사회적 책임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하나. 우리는 올해 있는 두 번의 선거가 이 땅의 정치, 사회개혁을 위해 하나님께서 특별하게 부여하신 기회로 믿습니다. 이에 우리는 이번 선거를 통해 하나님께 이 민족을 온전히 바꾸시는 계기가 되도록 성심을 다해 기도할 것입니다.

하나. 우리는 그 동안 한국정치를 가장 부패하게 만든 것이 지역주의와 돈에 의한 정치라고 규정합니다. 이에 우리는 이같은 정치권력의 불의한 관행을 청산하고 공평과 정의를 기반으로 하는 하나님의 새로운 정치를 이 땅에 실현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하나, 투표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부여하신 평등적 가치와 권력견제의 핵심입니다. 이에 우리는 정치 지도자를 뽑는 올해 선거에서 정당한 투표권을 행사할 뿐 아니라 국민의 마땅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당연하게 인식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하나, 우리는 전체적인 부의 증가 속에서도 여전히 균등한 사회분배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불의한 사회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깁니다. 이에 우리는 약자들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생존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하나, 우리 시대에 통일은 가장 시급한 과제이며 한민족이 다함께 살 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나라가 통일로 이어지는 그 날까지 민족적 통합과 화해를 만들어 가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주후 2002년 4월 19일
4.19혁명 42주년 기념 기독청년 한마당 참가자 일동


▲화창한 봄 날씨를 즐기는 시민들이 공원을 가득 메운 가운데, 4·19 정신을 다시 새기
려는 기독 대학생들은 기념관을 찾아 관람하고 기도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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