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있는 작은 교회를 찾기는 쉽다. 하지만 '동네작은교회'(담임목사 김종일)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기는 어렵다. 십자가 달린 예배당이 없다. 소비코라는 회사의 강당을 빌려서 주일 예배를 한다. 이것도 잠시, 오전에 한차례 예배를 마치면 50여 명의 사람들이 '아지트'(agit)라고 부르는 세 곳에 흩어져 소그룹으로 모인다.

▲ 동네작은교회는 십자가 첨탐 달린 예배당을 소유하는 대신에 '아지트'를 만들고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을 꾸렸다. ⓒ뉴스앤조이 백정훈
▲ 동네작은교회가 만든 도서실. ⓒ뉴스앤조이 백정훈
'아지트'는 '예배당'이 아니다. 각 아지트는 평소에는 카페, 건강식품 가게, 도서실로 운영하고 지역 주민이 주로 이용한다. 소그룹이 모일 때만 교회가 사용하는 공간으로 변신한다.

아지트는 동네작은교회가 기존 교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도하는 선교 방법이다. 기존 교회는 건물에 매여 있다. 건물을 유지하는 데 대부분의 돈과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런 교회는 지역 주민을 향해서 쉽게 나아가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않고 사람들을 끌어모으려고 애쓴다. 결국 교회는 정체되고 세상과 유리된다.

동네작은교회는 세상과 분리된 공동체가 아니라 '세상 속에 머무는 공동체'가 되는 길을 택했다. 건물을 갖는다면 교회 자체의 필요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 주민을 위해서 갖기로 했다. 선교를 위해 불필요한 구조를 없애고 필요한 것만 취하기로 했다.

작은 교회라야 진정한 교제 가능

동네작은교회는 건물만 포기한 것이 아니다. 크기도 포기했다. 교회 전체적으로 30명 이상이 되면 분리해서 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현재 9개의 소그룹이 있다. 한 소그룹 인원도 12명 정도로 제한한다. 현재는 새로운 아지트를 만들고 소그룹이 독립해서 나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작은 교회가 또 하나 생기는 것이다.

작은 크기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교회가 작을 때 진정 교회다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0명이 넘어가면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지체 됨을 못 누리고 제대로 된 교제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종일 목사는 "인간이 만든 조직이나 공동체는 20명을 기준으로 나누어진다. 스무 명 정도까지는 가족의 느낌이 들고 서로를 잘 알고 깊이 있는 대화가 나누어지는 유기체와 같은 형태가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김 목사가 말했다. "몸은 살아 있는 유기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성장하고 세포 분열을 거듭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포 분열을 해야 살아 있듯 하나의 교회로 모여 커지기만 하는 것은 진정한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가 아니라 죽은 것이다. 교회 개척은 성장이 아니라 또 하나의 교회를 만드는 것이다."

유학 생활 중에 품은 초대 교회 같은 교회

▲ 동네작은교회 김종일 목사. ⓒ뉴스앤조이 백정훈
김 목사는 교회 개척을 준비하기 위해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유학 생활을 끝내고 개척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 주위에서 교회 개척을 위해서는 '건물, 신도시, 돈'이라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목사는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가지지 못했다.

그는 유학 중에 구상했던 새로운 교회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초대 교회의 '가정 교회'로 눈을 돌렸다. 초대 교회는 별도의 예배 공간을 가지지 않았다. 대규모의 사람들이 모이지도 않았다. 가정에서 소규모의 사람들이 모여 예배와 교제를 했다. 김 목사도 소그룹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2007년에 4명이 모이는 첫 번째 소그룹이 생겼다. 그해 12월에 20여 명이 모여 설립 예배를 했다.

김종일 목사는 가정 교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선교라는 교회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가정 교회 모델에 비즈니즈를 접목하고자 했다. '예수가 문화의 왕'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리고 지역에 도움을 주는 비즈니스를 찾는 것이다. 김 목사는 "아직 모든 것이 낯설다. 동네작은교회가 추구하는 모델이 없어서 교회의 모습을 그려 가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수동적인 신앙생활에서 벗어나야

교인들도 동네작은교회가 추구하는 교회의 모습이 낯설었다. 기존의 '교회관'을 바꾸어야 했다. 예전에는 교회에 서비스를 받으러 온다고 생각했다. 교회 생활은 주일 예배에 왔다가 설교 듣고 가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의사 결정에 참여해야 한다. 누군가 대신 결정을 내려 주거나 지시하지 않는다. 잘 차려진 식당에서 돈을 내고 식사하는 것이 아니라 소그룹에 자기가 먹을 것을 직접 싸와서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

현재 소그룹 리더를 맡고 있는 이상범 씨(33)가 소그룹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씨의 소그룹에서 선교 여행을 떠나는 한 자매를 후원할 때 있었던 일이다. 선교 여행을 가는 사람이 자신이 왜 선교 여행을 가고자 하는지, 어디를 어떻게 갈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사역할 것인지를 소그룹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설명을 들은 소그룹 사람들은 선교 여행의 목적과 의미, 방법에 대해서 질문하고 다시 대답을 들었다. 그 후 함께 그 자매의 선교 여행을 지원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했다.

이상범 씨는 빨리 성장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속한 소그룹은 새로운 아지트를 만들고 개척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2년 만에 처음으로 분리되어 나가는 소그룹이다. 이 씨는 2년 만에 개척을 시작하게 된 것도 빠른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아지트를 세우기 위해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그냥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필요가 무엇인지 조사하고 어떤 컨셉의 공간을 만들지 궁리 중이다. 이 씨는 "새로운 교회를 시작한다는 것이 부담되지만 설레기도 한다.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지역 사람들의 필요를 고민하면서 준비하다 보니 교회의 참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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