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출발할 때부터 지금까지 30회에 가까운 글을 통해 우리의 교회건축의 문제와 지향할 방향을 제시해 보았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어주심을 감사드리고 미력하나마 한국교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글부터는 전 세계에 걸쳐 지난 20세기의 100년 동안에 건축된 대표적인 교회건축을 소개해 보려한다. 소개될 각각의 교회당들은 당시의 새로운 신학과 교파 그리고 지역과 민족의 특징을 반영하여 설계되었으며, 건축은 물론 교회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교회들이다. 미래의 새로운 목회를 위한 환경과 도구 그리고 그 표현양식로서의 교회건축을 꿈꾸는 교회들에게 여기 소개될 교회들은 단지 그 겉모습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내용에서도 많은 교훈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또 하나, 새로운 글이 실리는 시기를 확실히 몰라 독자들이 매우 불편할 것 같다. 필자도 다른 분들의 컬럼을 보기위해 새 글인가 싶어 몇 번씩 들어가 본 일이 있다. 따라서 필자는 매달 첫 주에 한번씩 가급적 정기적으로 새 글을 소개하려한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바란다.


1. 미국 오크파크의 유니티 교회당
(Unity Temple in Oakpark, Illinois, Frank Lloyd Wright, 1906-08)

▲유니티 교회당의 전경

이 교회당의 설계자인 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20세기 현대건축을 일으켜 세운 미국의 건축가이며 세계의 건축에서 3대 거장중의 한사람으로 추앙받아 왔다. 그는 이 교회당이 지어진지 50년 후에 자신의 작품들을 돌이켜 보면서 감동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그 내부공간이 건물의 실재로서 나타나기 시작한 첫 번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그 예배당 안의 지붕을 덮고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스라브 아래에 앉아 있던 그때, 당신의 눈은 사방에 펼쳐진 구름들 속으로 향해 나갔다. ........ 나는 오랫동안 이 테마를 위해서 일해 왔다. 왜냐하면 내가 그 건물을 지었을 때 그 건물의 실재는 그 벽과 지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 안에서 살고 있는 ‘공간’에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에서 서쪽으로 약 8마일 정도 떨어진 오크파크에 위치한 유니티 교회의 교회당 건축은 20세기 초에 시작된 근대건축운동을 선도한 대표적인 작품이며, 고딕의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와 신학에 적합한 혁신적인 교회당 건축이기도 하였다. 사실 고딕의 전통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교회건축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차 세계대전 이후인 1920년대부터 이었다. 라이트는 그보다 훨씬 전에, 아직은 교회건축이 고딕의 영향아래 있을 때, 이미 과거와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이 유니티 교회를 완성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이러한 일은 라이트와 유니테리안 지도자들의 교회건축에 대한 혁신적인 생각이 일치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으로, 건축이 건축가의 앞선 생각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였다.

당시 시카고 유니테리안의 대표적인 지도자였던 젠킨 로이드 존스(Jenkin Lloyd Jones)는 고딕 성당과 같은 전통적인 교회당 대신 새로운 사회에 적합한 혁신적인 교회 디자인을 역설하였고, 유니티 교회(Unity Church)를 담임하고 있던 로드니 조호노트(Rodney F. Johonnot) 목사도 뚜렷하고 진보적인 종교적인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교회당 건물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유니테리안 지도자들의 생각은 과거의 건축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건축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던 건축가 라이트의 생각과 일치한 것이었다.

▲평면도

이 교회당은 라이트가 콘크리트로 설계한 첫 번째 작품이었다. 지금은 콘크리트가 보편적인 건축재료이지만, 당시에는 철과 유리와 함께 20세기 근대건축을 가능케 한 대표적인 새로운 재료이었다. 철근과 함께 사용하는 이 재료는 액상으로 만들어져서 형틀에 부어넣고 일정시간이 지나면 굳어 힘을 발휘하는 재료로서 가소성과 내화성, 그리고 일체성을 가진 훌륭한 재료이었다. 따라서 라이트는 이 콘크리트를 통해 유니티 교회당의 아이디어를 문자 그대로 일체로 만든 하나의 구조 안에서 표현할 수 있었고, 또한 매우 경제적으로 건축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라는 재료의 엄격함과 육중한 느낌을 완화시키기 위하여 외부의 콘크리트 표면에 자갈이 보여지도록 하여 부드러운 감촉성을 줌으로써 보다 인간적이고 친근한 건물을 만들었다.  

건물의 배치와 형태구성의 기본개념

교회당 건물의 배치와 형태구성의 기본개념은 지극히 단순하다. 도로에 면해 있는 긴 대지를 가득 채운 교회당은 보다 높은 정방형의 강당(예배당)과 이보다 낮으면서 도로에 직각으로 배치된 좁고 긴 직사각형의 부속 건물(Parish House)이 약간의 간격을 띄고 도로에 따라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그 사이에 폭이 좁고 높이가 낮은 연결부가 끼워졌는데, 이들은 모두 도로에 평행한 하나의 중심축에 대칭으로 배치되었다. 여기서 예배당은 하나님께 예배드리기 위한 건물이며 Parish House는 교인들의 교제와 교육과 봉사를 위한 즉, 사람을 위한 건물이다.

이 건축개념은 교회당 입구 상부의 높은 콘크리트 벽면에 새겨진 “FOR THE WORSHIP OF GOD AND SERVICE OF MAN” 이라는 Uniterian Universalist 신앙의 2개의 기본적인 원리로부터 기인되었다.

이러한 라이트의 건축관은 기능주의 즉,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그의 스승 루이스 설리반의 건축관을 계승 발전시킨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개의 건물은 동일한 형태 구성 방법으로 이루어져 통일성을 가짐으로써 둘은 하나가 되었다. 그것은 마치 하나님과 인간이 하나 됨을 뜻하는 듯하다.

한편, 교회당의 모습은 완고하고, 비타협적이며 내향적이다. 이는 교회당이 도로에 직접 면한 탓으로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최소한의 창 이외에는 건물 전체를 벽으로 구성한 기능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물 상부의 사방으로 길게 내밀은 처마와 그 밑에 연속된 고창(高窓)들은 건물 밖에서 내부공간의 존재를 인식하게 해주며, 강당과 Parish House 및 그 연결부의 서로 다른 높이들은 내부공간의 성격을 암시해줌으로써 건물에 친근감을 주고 있다. 이것도 라이트의 기능주의의 산물이다.

형태구성의 또 다른 중요한 의도는 교회당의 식별을 위해 기념적이며 강력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라이트는 고대 신전들의 단순한 형태가 가지는 강력한 힘과 그 기념성에 주목했다. 따라서 라이트는 입방체의 매스를 4모서리에서  동일하게 수직으로 분할하여 힘 찬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수평의 스라브 지붕을 얹어 이들을 다시 하나로 묶었다. 그리고 그 지붕을 열주(列柱)로 받쳤다. 이 모든 요소들은 완벽하게 대칭적으로 구성되었다. 이로 인해 이 건물에는 Temple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교회당은 이제까지의 전통적인 고딕식 교회당의 모습을 부정하고 교회건축에 전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것은 새로운 시대를 위한 교회건축의 혁신이었으며 그러면서도 과거의 고딕건축에 대치될 만큼 기념적인 독특한 이미지를 주었다. 따라서 유니티 교회당은 같은 거리에 있는 3개의 다른 전통적인 교회들의 정상에 씌워진 뾰죽탑과 같은 관습적인 상징을 제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건축 자체로서 뚜렷이 드러났다.

한편 이러한 고대 신전적인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라이트와 교회는 이 건물이 신에게 바칠 신전(Temple to God)이 아닌, 신을 위해 일하는 인간에게 적합한 교회당(Temple to man)을 만들고자 하였다. 따라서 그것은 회당이었다. 그래서 그는 건물의 사용자들의 목적에 적합한 아름다운 방과 아름다운 비례의 건물을 만들었다.

교회당의 입구는 두 건물 사이의 연결부에 두었는데, 이 곳은 강당과 Parish House로의 통합된 입구인 동시에 두 건물을 기능적으로 연결시켜주는 통로이며 또한 교회의 로비 역할도 겸하게 하였다. 그 앞에는 도로와의 사이에 작은 앞마당을 두어 교인들을 맞아준다. 또한 이 연결부는 양측의 건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아 두 건물의 형태를 명확히 해주면서 내부의 기능을 밖으로 표현하고 이곳이 교회당의 입구임을 알린다.

내부공간의 구성

▲예배당 내부
이 교회당 건축의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는 내외부 공간의 연속성에 있다. 주 출입구 문과 창에는 가볍게 유리화를 새겨 넣은 투명한 유리를 통해 빛과 시선이 관통하여 내부와 외부사이에 연속성을 부여하였다. 라이트는 이를 "light screen"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기법은 강당과 Parish House에서도 사용되었다. 두 공간 모두 사방의 벽 상부에 설치된 light screen을 통하여 건물 밖의 열주와 처마 그리고 하늘을 볼 수 있게 함으로써 역시 내부공간이 외부로부터 단절된 공간이 아닌 그 연속선상에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강당은 전체 평면이 정방형인데, 4 모서리 안쪽에 역시 정방형을 이루도록 4개의 기둥을 배치하여 건물의 기본 구조로 삼았다. 내부공간은 이 기둥들에 의해 구획되는 정4각형 안쪽 중앙부의 천장이 높은 주 공간과 그 4면의 주변부 중 3면에 2개의 중층들로 이루어진 회랑들 그리고, 입구 홀 쪽에 설치된 강단으로 구성되었다. 중앙부와 3면의 회랑들은 모두 회중석이다. 회중석은 모두 약 400석 정도인데, 이러한 공간구성으로 인하여 모두가 설교단에 가깝게 관계를 맺을 수 있어 말씀과 음악연주 모두에 친밀함을 준다.

내부 공간 디자인의 주제는 빛이었다. 이 빛은 하늘로부터 강당 중앙부의 높은 천장면 전체에 격자틀에 끼워 설치한 황갈색 유리 패널의 천창과 4면의 벽 상부에 설치한 연속된 창(clerestory)을 통해 강당 안으로 내려온다. 이 빛으로 강당 내부공간의 분위기는 밝고 부드럽고 따뜻하다.

강단 뒷벽은 파이프 오르간을 가리며 수직선을 이루는 참나무 그릴을 설치하여 발코니로 구성된 다른 세 면과 식별성을 줌으로써 강단이 강당 공간 전체의 시각적 중심이 되게 하였다. 그 밖의 벽들과 천장과 기둥들과 발코니들은 가느다란 참나무 띠에 의해 묶여 있어 연속성과 운동성을 준다. 이러한 선의 디자인은 천장으로부터 매달려 내려와 공간의 중심을 이루는 조명기구의 디자인에도 적용되어 전체적으로 디자인의 통일성을 이루고 있다.

라이트는 또한 예배자들이 이 강당의 내부공간에 들어올 때 공간에 대한 특별한 체험을 가질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그는 이 강당으로의 진입동선을 입구 홀로부터 낮고 어두운 발코니 아래의 긴 회랑을 거쳐 강당의 뒤로 돌아 올라가게 하여 밝고 높은 강당의 내부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간의 극적인 전개가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한편, Parish Hall은 가변 칸막이에 의해 3개의 실로 분할사용하거나 하나로 통합할 수 있도록 하여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강당을 예배 외에도 다목적으로의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나 Parish Hall을 분할, 또는 통합사용이 가능하도록 가변성을 준 것은, 이 교회가 이미 100년 전에 교회당 건물을 주일 이외의 평일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그래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열린 교회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최근에야 이러한 생각들을 하기 시작한 우리 교회들의 모습과 비교된다.  

결국, 라이트가 이 교회당 건축에서 추구한 것은 철저한 기능성과 합목적성 그리고 통일성과 단순성, 다목적성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완공 후 100년이 다 되어가는 이 교회당 건물이, 당시의 콘크리트기술이 초보단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1971년에 비록 보수하기는 했지만, 지금도 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훌륭히 쓰여지고 있다는 점도 우리가 새겨보아야 할 문제이다.

우리는 지은 지 기껏해야 2-30년 밖에 안 되는 교회당을 완전히 헐고 새로 지어야하지 않는가? 그것은 건축기술의 문제만이 아니라 건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부족에도 중대한 원인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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