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시간강사를 추행한 전 한신대 신학부 교수에 대해, 법원이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시간강사를 추행한 전 한신대 신학부 교수에 대해, 법원이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시간강사를 강제 추행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가한 전 한신대학교 신학부 ㄱ 교수가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2월 14일, 검사와 ㄱ 교수가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벌금 800만 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지난해 2월 10일 1심 선고 직후 항소한 ㄱ 교수는, 2심에서도 범행을 부인해 왔다. 자신이 피해자를 끌어안은 것은 인사 표현이었고, 피해자를 보호·감독하는 지위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위력을 이용해 성폭력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ㄱ 교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성인 남녀 간 포옹이 인사의 방법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 의문이고, ㄱ 교수의 주장보다 피해자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ㄱ 교수가 시간강사인 피해자를 보호·감독하는 지위에 있다는 것 또한 여러 차례 대법원에서 확립된 판례가 있으므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대학교수인 피고인이 같은 대학 강사인 피해자를 추행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ㄱ 교수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유형력의 행사 정도가 가볍기 때문에 벌금형이 적절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ㄱ 교수는 이날 선고를 들은 직후 아내와 함께 재판정을 빠져나갔다. <뉴스앤조이>는 ㄱ 교수에게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그는 한숨을 내쉰 뒤 "없다"고 짧게 말했다. 

기장내성희롱성폭력근절을위한대책위원회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 후 3년이 지나도록 2차 피해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와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기장내성희롱성폭력근절을위한대책위원회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 후 3년이 지나도록 2차 피해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와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피해자와 연대해 온 기장내성희롱성폭력근절을위한대책위원회는 선고 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ㄱ 교수를 규탄했다. 기장 전국여교역자회 성평등위원회 김하나 목사는 "피해 경험자가 처음 피해를 호소한 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피해자는 도저히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일상이 흔들리는 경험을 해야 했지만, 가해자가 받은 형벌은 너무나 솜털 같다. 그런데 교회와 학교 안에서는 이 형벌마저도 무겁다고 말할 것이다. 학교가 더 이상 가해자의 보호처가 아니라, 한신의 정의를 이야기하는 피해자의 편에 서서 피해자를 보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장여성연대 정옥진 장로는 "목사이자 교수인 가해자는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신앙 양심을 회복하기 위해 회개하거나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자신의 전공 분야를 통해 학문과 교계에 이바지하고자 장시간 학업에 매진해 왔지만, 그의 꿈은 선배 목사이자 교수의 파렴치한 행위로 인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한국기독교장로회와 한신대학교, 더 나아가 한국교회는 무너져 내린 성폭력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한 방안과 재발 방지 방안을 하루속히 마련하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ㄱ 교수가 소속돼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노회가 ㄱ 교수를 정직한 데 이어 면직 절차도 밟아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2022년 1월 5일, 서울노회 재판국은 판결문을 통해 '가까운 시일 내에 원고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잘못에 대해 회개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ㄱ 교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과와 회개는커녕 피해자에게 '정치적 음모에 이용당했다'거나 '평소에 허그로 인사해 왔다'는 거짓말을 하는 등 파렴치한 행보를 지속해 왔다. 서울노회 재판국은 수년이 지나도록 피해 경험자에게 단 한 번 사죄하지 않고 잘못을 회개하지 않는 ㄱ 교수를 면직해 달라"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한신대 K 교수 성폭력 사건 2심 판결에 대한 입장

"한 지체가 고통을 당하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는다." (고전12:26)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나타나야 합니다. 그리하여 각 사람은 선한 일이든지 악한 일이든지, 몸으로 행한 모든 일에 따라, 마땅한 보응을 받아야 합니다." (고후5:10)

오늘은 한신대 K 교수에 의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초기 상담으로부터 1057일이 되는 날입니다. 2022년 3월 22일 시작된 한신대 K 교수 형사재판의 2심 판결이 오늘 나왔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피고인 K 교수에게 벌금 800만 원과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가해자 K 교수가 한신대 교수로 재직하며 교내 프로젝트의 연구원이나 강사의 자리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교목실장 직위(교수 채용 시 심사위원 등)를 악용하여 피해자에게 성추행을 가했다는 것이 원심에 이어 재차 인정된 것입니다. 원심에서와 같이 가해자 K 교수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의 용서도 받지 못했다는 점 등의 양형으로 원심 유지한 이번 판결을 환영합니다.

장장 4년여 동안 가해자 K 교수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피해자에게 잘못과 책임을 전가해 왔습니다. 지난 2022년 1월 5일 피고 K 교수(목사)가 소속되어 있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노회 재판국은 판결문을 통해 "가까운 시일 내에 원고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잘못에 대해 회개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였으나, 2024년 2월 14일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과와 회개는 실종된 채, 피해자에게 "정치적 음모에 이용당했다"거나 "평소에 허그로 인사해 왔다"는 거짓말까지, 파렴치한 행보를 지속하였습니다. 서울노회 재판국은 K 교수에 대한 판결에 따라, 수년이 지나도록 피해 경험자에게 단 한 번 사죄하지 않고 잘못을 회개하지 않는 K 교수를 '면직'하는 절차를 이어 주시기를 촉구하며 호소합니다.

무엇보다도 한신대 K 교수는 위력에 의한 성추행 범죄 사실과 지인들을 비롯한 교회와 사회 법정 등에서 이어 온 2차 가해에 대해 피해 경험자에게 진정으로 사죄하고 회개하십시오. 

2심 판결을 앞두고 피해 경험자가 제출한 엄벌 탄원서에는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거짓말로 사람을 두 번 죽이고 세 번 죽이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긴 시간 동안 피해 경험자는 수많은 절차와 과정과 법정 투쟁을 이어 오며 "선생님을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성폭행을 당한 것도 아닌데…"라는 등의 2차 피해로 고립과 괴로움이 가중되어 왔습니다. 고소하면 (피해자가) 낙인찍히고 눈치를 봐야 하며 매장을 당하기도 하는 사회에서, 이를 각오하고 고소를 한 피해 경험자의 용기로 오늘의 과정까지 이어 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한신대학교와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응답해야 합니다. 오늘까지 투쟁해 온 피해 경험자를 비롯한 수많은 피해 생존자들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용기 내어 공론화하며 없던 법과 제도를 만들어 온 여정이, 공동체의 일상과 문화까지 안전하고 평등한 공간이 되도록 애써 가는 걸음이 되도록 우리는 응답해야 합니다.

사건의 해결은 '판결'이 아니라 '피해자의 회복'에 있습니다. 2차 피해를 가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세심하게 만들어 가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피해 경험자의 마땅한 일상의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일궈 가는 여정으로 응답해 주시기를, 교회와 교단과 신학교가 2차 피해와 재발 방지를 위한 각고의 걸음을 계속 이어 가 주기를 간곡히 촉구하며 호소합니다.

기장 내에, 각 공동체에 성희롱과 성폭력이 근절되는 그날이 앞당겨지도록 피해자의 곁에서 함께 고민하며 걸어 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2024년 2월 14일

기장내성희롱성폭력근절을위한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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