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독 본문

독자 님 안녕하세요. <뉴스앤조이> 영상 담당 경소영 PD입니다.

그동안 <뉴스앤조이>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이따금 올라오는 영상들 잘 보고 계셨나요?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 달 이상 공들인 영상을 업로드하면 가슴이 두근두근거렸습니다. 댓글과 좋아요 하나하나에 요동치는 시간을 한동안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평정심을 되찾거든요. 저를 들었다 놨다 하는 독자님께 편지로 말을 거니 기분이 새롭습니다.

2023년 하반기에는 다큐멘터리 '퀴어 문화 축제 방해 잔혹사 10년 -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시사회와 공동체 상영회에서 많은 독자님을 직접 만나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실제로 <뉴스앤조이> 영상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눈 경험은 짜릿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솔직한 고민과 따뜻한 격려, 애정 어린 지적 모두 제게 피가 되고 살이 됐습니다. 그때 눈 마주치며 마음을 나눈 분들의 얼굴 표정을 떠올리며 이 글을 쓰고 있답니다.

제가 이렇게 독자 님께 감격에 겨워 편지를 쓰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올해 1월 <뉴스앤조이>에 재입사했기 때문이지요. 떠나 있던 기간에도 <뉴스앤조이>와의 협업은 계속해 왔지만, 한국교회와 교계를 더 가까이에서 보고 기록하기 위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제가 꼭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의 이 확신이 실제가 되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2024년에도 <뉴스앤조이> 영상 많이 시청해 주세요.

편집국 소영

목사의 제국이었던 교회에서 목사가 사라졌다

월천여사, 월억황제?

· '뭔 소리인가' 싶으시죠? '월천여사'는 남편에게 월 1000만 원을 생활비로 받는 여자, '월억황제'는 한 달에 억대의 돈을 버는 황제 같은 남자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 헛웃음이 나오는 말이지만, 작년 이맘때만 해도 ㅇ교회 교인들은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했다고 합니다.

· 담임이었던 천 아무개 목사의 가르침이었는데요.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친다던 천 목사의 말에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 여성은 집에서 남편을 보필하고 자녀를 잘 양육해야 하며, 남성은 사업을 해서 돈을 크게 벌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 실제로 기혼 여성 교인들 사이에서는 '오늘은 남편에게 어떤 것을 해 줬는지' 인증하는 문화도 있었다고 합니다. 퇴근하면 환영 노래를 불러 준다든지, 상다리가 휘어지게 식사를 준비한다든지 그런 것들요. 출근하는 남편의 양말을 신겨 주는 일도 있었다고 하네요.

인생을 걸었는데

· 천 목사의 가르침대로 해서 정말 부부 관계나 자녀와의 관계가 좋아진 교인들이 있었습니다. ㅇ교회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매주 간증을 했다고 합니다.

· 물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사람도 많았습니다. 천 목사는 이들에게 믿음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대했다고 합니다. 끝내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교회를 떠났죠.

·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매주 간증하는 이들을 보며 그들을 동경했고, 더더욱 천 목사에게 매달렸다고 합니다.

· 문제가 해결된 사람들은 '기적을 맛봤다'며 떠나지 못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떠나지 못했죠. 그렇게 ㅇ교회는 천 목사의 제국이 되어 갔습니다.

· 비대해진 권력은 부패합니다. 지난해 초 천 목사의 성폭력과 재정 비리가 드러났습니다.

· 천 목사에게 '인생을 걸었던' 교인들에게 천 목사의 실추는 인생이 무너지는 경험으로 다가왔습니다.

· 천 목사가 가지고 있던 골드바와 은 유가증권. 시가로 10억 원이 넘습니다. 교인들은 교회 돈이 이렇게 사용되고 있는 줄 전혀 몰랐습니다. 

한결같은 교단 목사들

· 인생을 걸었던 목사에게 배신당한 교인들에게, ㅇ교회가 속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평남노회 목사들은 줄줄이 상처를 줬습니다.

· 피해자에게 '성폭력이 아니라 마사지였다'는 거짓 진술을 요구했습니다.

· 천 목사에게 수억 원의 퇴직금을 챙겨 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교회 재산을 노회로 귀속하겠다고 했습니다.

· 노회 한 목사가 예배당을 내놓았다며 빨리 사라고 부추겼습니다.

· 교단 탈퇴를 선동하고 예배를 방해했다며 교인들을 고발했습니다.

· 교단을 탈퇴하려면 노회에 3억 원을 내라고 했습니다.

· 교인들은 목사들이 원하는 건 결국 돈이었다는 사실을, 그 욕망을 목사들이 이렇게 투명하게 내비칠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 분쟁이 생긴 교회에 개입하는 교단의 목사들은 어쩜 저렇게 한결같은지 모르겠네요.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

· 이 정도 일을 겪었으면 교회라는 조직이 질려 버릴 만합니다.

· 실제로 300~400명이던 교인들은 많이 흩어져 100여 명이 되었습니다.

· 남은 사람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그 시간들을 버텨 왔습니다. 천 목사를 따르던 지난 몇 년의 시간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그 상처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으니까요.

·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마음도 불쑥불쑥 올라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녀들과 남아 있는 교인들을 보면서 견뎠습니다.

· 함께 기도하고 함께 눈물 흘렸습니다. 흩어지지 않고 모여 있으니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말이죠.

· 얼떨결에 생긴 비상대책위원회였지만, 비대위는 교인들에게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교회가 더 큰 혼란을 겪지 않게 했습니다.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

· 남은 사람들은 교회 이름을 '새기쁨교회'로 바꿨습니다. 장소도 옮겨,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교회를 이어 가게 됐습니다.

· 새기쁨교회는 여느 분쟁 교회와 다른 점이 많습니다. 분쟁을 야기한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이 교회를 지켜 냈고, 분쟁도 반년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정리가 됐습니다. (물론 천 목사와의 소송은 남아 있습니다.)

· 새기쁨교회 교인들은 작년 이맘때만 해도 '월천여사', '월억황제'로 대표되는 천 목사의 이상한 가르침을 신봉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천 목사가 사라졌다고 해도, 수년간 이어 온 신앙생활이 그렇게 짧은 기간 안에 바뀔 수 있을까요?

· 또 한 가지 교인들의 고민은, 천 목사의 말이 다 틀린 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가 강조했던 '칭찬, 축복, 격려'의 문화는 오히려 분쟁 상황에서 교인들이 서로를 돌보는 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을 구분하는 일이 새기쁨교회 교인들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 부디 교인들의 말마따나 '정상적이지 않았던' 교회를 '교회다운 교회'로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국 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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