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 한신대학교가 우즈베키스탄 어학연수생 22명을 학기와 비자 기간이 만료되기도 전에 강제 출국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11월 27일 한신대학교가 우즈베키스탄 어학연수생 22명을 학기와 비자 기간이 만료되기도 전에 강제 출국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전상건 총회장) 직영 신학교 한신대학교(강성영 총장)가 어학당에 재학 중인 우즈베키스탄 어학연수생 22명을 지난 11월 27일 강제 출국시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겨레>는 12월 11일, 일부 유학생이 법무부가 요구하는 체류 조건인 '3개월간 통장 잔고 1000만 원 유지' 기준을 지키지 못해 '불법체류자'가 될 처지에 놓이자, 학교가 이들을 별다른 조처 없이 버스에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데려가 귀국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한신대는 학생들에게 "외국인등록증 수령을 위해 출입국관리소에 가야 한다"며 행선지를 속이고, 용역을 동원해 출국을 감시하는 등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했다. 

한신대는 보도 하루 만인 12월 12일 국제교류원장 명의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학생들의 출국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신대는 "이번 일의 본질은 유학생들이 출입국 당국의 요구 사항들을 지키지 못해 불법체류자가 되어 향후 한국 재입국을 못 하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을 받기 전에 선제적으로 조처를 한 것"이라며 "학생들의 출국 과정에서 억압 행위는 없었다. 출국 여부를 자율에 맡겼고 실제로 돌아가지 않은 학생도 있었다"고 했다. 

한신대는 전직 이사 등 학교 관계자들에게도 따로 상세히 해명했다. 전 대학평의원회 의원 A 목사가 12월 12일 이사회 관계자로부터 전달받은 문자메시지에는 "버스를 타고 가는 과정에서는 출국을 해야 하는 이유와 상황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하고 출국이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다시 이해시키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마치지 못한 학기에 대한 환불 신청서를 받고 향후 다시 한신대에 입학을 고려할 시 우대 사항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오늘 출국하지 않아도 된다고 분명히 고지했다. 비행기표도 편의를 위해 미리 사 뒀지만 본인이 원치 않으면 타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기숙사 짐 정리 등은 교류원에서 도와주겠다고 설명했다"고 써 있다. 

출국 과정에서 유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휴대전화를 잠시 수거했지만 통화가 필요한 학생에게는 즉시 돌려주고 나머지 학생은 설명이 모두 끝난 후 출국장에서 바로 돌려줬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강압도 없었다"면서 "아직 정확한 조사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인 주장이 보도된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이 입장문은 한신대 총동문회 페이스북에도 게시됐지만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12월 13일 한신대 재학생들은 기도회를 열고 유학생들을 강제 출국시킨 학교를 규탄했다. 사진 제공 우즈베키스탄유학생강제출국조치에분노한한신대생들
12월 13일 한신대 재학생들은 기도회를 열고 유학생들을 강제 출국시킨 학교를 규탄했다. 사진 제공 우즈베키스탄유학생강제출국조치에분노한한신대생들

하지만 교단과 학교 구성원들은 학교가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유학생들을 향한 인권유린을 정당화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요람이자 '인권과 평화'를 기치로 내건 대표적 진보 신학교이고, 대외적으로 '글로벌 평화 리더 양성' 비전을 선포한 대학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점에서 구성원들의 비판이 드세다.    

보도 다음 날부터 기장 홈페이지에는 한신대가 입장을 발표하고 유학생들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한신대 졸업생들로 구성된 한신민주동문회는 12월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는 유학생 유치 제도에서 발생하는 가장 악질적인 인종 차별의 형태다. 한신대가 가진 교육 마인드 속 유학생은 '특정 국가 출신의 인간'에 대한 고정관념에 멈춰 있다. 이러한 차별적 의식에 쌓인 곳이 과연 교육의 전당인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한신대 재학생들도 성명을 발표했다. 현재(12월 14일 기준)까지 개인 1798명과 단체 91곳이 연서명한 성명서에는 "'유학생이 이탈해 불법체류자가 될 경우 이후 유학생 모집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여 이러한 결정을 했다는 학교 당국의 설명은, 학교가 외국인 유학생들을 학교 공동체의 구성원이 아닌 수입원 유치를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며 학교 당국이 유학생들에게는 기본적인 인권조차 필요치 않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고 적혀 있다. 

한신대 학생들은 12월 13일 학내에서 기도회를 열고 학교를 규탄했다. 김동호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과거 예수의 삶을 따라 진리와 정의를 위해, 약자와 민중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움직였던 한신대가 인권유린을 저질러 비참하고 원통스럽다"고 말했다. 

신학과 박승진 씨는 "(어학당이 속한 국제교류원은) 유학생들이 불법체류자가 돼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오기 전 사태를 급하게 수습하려던 게 아닌가. 거짓말과 협박과 압박이 포함된 게 한신대의 자유인가. 아무런 보고나 상의 없이 사건을 처리하고 절차를 진행한 것이 한신대가 추구하는 글로벌 리더의 자질인가"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유학생도 현장에 나와 학교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례 없는 행동을 저지르고 이제 와서 범죄를 덮기 위해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국제교류원 교직원들은 반드시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외국인들한테 잘해 주는 게 바로 이런 건가. 기분이 너무 나빠서 (더 이상) 설명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 학생 가족이 국민신문고에 올린 민원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진정을 접수해 조사하고 있다. 

한신대생들이 학내에 건 '추모 현수막'. 사진 제공 우즈베키스탄유학생강제출국조치에분노한한신대생들
한신대생들이 학내에 건 '추모 현수막'. 사진 제공 우즈베키스탄유학생강제출국조치에분노한한신대생들
'비자 발급 제한 대학' 상태
'어학연수생' 비자 발급 유지하려 강제 출국
"결과적으로 더 큰 문제 자초"

한신대는 2022년부터 2년 연속 교육부가 발표하는 '비자 발급 제한 대학'에 선정(2022년 어학연수 과정 제한, 2023년 학위 과정 제한)돼 신규 유학생을 제대로 유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인 신입생 모집이 어렵게 되자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해서라도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는데, 올해엔 학위 과정 유학생을 선발하지 못하니 어학연수생 모집에라도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학연수 과정을 수료한 학생은 '학위 과정 비자 발급 제한' 여부와 상관없이 같은 학교의 학위 과정에 진학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교 직원은 12월 1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매 학기 학교의 신규 어학연수생이 100명 정도인데, 평균적으로 절반 가까이는 한신대로 진학한다. 기존에는 베트남 학생이 많았는데 관리가 잘 안 돼서 작년부터 비자 제한 대학에 걸렸다. 올해엔 더 이상 학부생을 뽑을 수 없는 상황이니까 어학연수생 모집에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잔고 기준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게 학생 잘못이든 학교의 착오든, 해당 학생들은 12월 중에 비자 연장이 안 돼서 법무부 출입국으로부터 출국 지도가 내려지게 될 상황이었다. 그때 혹시나 학생들이 출국하지 않고 불법체류율이 높아지게 되면 어학연수 과정마저 비자 발급 제한에 걸리게 될 수 있으니까 담당 부서가 이렇게까지 한 것 같다"면서 "결과적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 일로 주변에서도 다들 한신대를 '한심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신대는 11월 7일 '외국인 유학생 배려 우수 대학'으로 TV 프로그램에 방영되기도 했다. MBC PD수첩 갈무리
한신대는 11월 7일 '외국인 유학생 배려 우수 대학'으로 TV 프로그램에 방영되기도 했다. MBC PD수첩 갈무리

<뉴스앤조이>는 학교 측 입장을 듣기 위해 강성영 총장과 박유철 이사장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이들은 응답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소속 교단의 입장을 묻고자 기장 김창주 총무에게도 연락했지만, 그는 12월 1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한신대 쪽에 묻는 게 좋을 것 같다. 말씀드릴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협의 없이 이주민 단체 '강제 퇴거'

이번 사건 발생 전에도 한신대가 협의 없이 이주민 단체를 내쫓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신대는 2011년 개교 7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오산이주노동자문화센터와 MOU를 맺고, 오산캠퍼스 지역사회센터 강의실을 대여해 주는 등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 설립을 도왔다. 이 센터는 화성·오산 지역의 이주민들을 지원하고,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교류 사업 등을 펼쳐 왔다. 센터가 운영하는 한국어 교실 등 프로그램에는 이주민 수천 명이 거쳐 가기도 했다.

그러나 한신대는 4년 여 만인 2015년 10월 돌연 임대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교육부 지침과 한국사학진흥재단 감사 결과 "교육용 기본 재산은 학생 교육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임대 사업을 금지토록 하였으며 기존 계약에 대해 재계약을 금지"한다는 이유였다.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는 센터의 운영 목적이 수익이 아닌 '더불어 가는 실천 지성'이라는 학교의 지향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상생 방안을 위한 협의 테이블을 마련해 달라고 제안했지만 학교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신대는 아시아다문화센터를 퇴거시키기 위해 명도 소송까지 제기했다. 결국 아시아다문화센터는 2020년 학교와의 소송에서 패소해 장소를 옮겼다.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 이용근 상임이사는 이전까지 협력해 사업을 진행해 오던 한신대가 갑자기 퇴거 통보를 해 어처구니없었다며, 이번 유학생 강제 추방 사건 또한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12월 1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당시 한신대는 교육부 지침 외에도 수익성 등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웠다. 학교의 교학 이념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것이었는데, 잘 활동하고 있는 단체를 내쫓는 게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다"면서 "이런 일이 일반 대학에서 벌어졌다고 해도 이해가 안 되는데, 나름대로 사회 참여를 주도해 왔던 학교가 벌이다니 도대체 믿기지 않는다. 7~8년 전부터 실용적이고 경영적인 마인드에 갇힌 분들이 학교를 이끌게 되면서 이번 사건도 벌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가 임대해 사용하던 병점역 앞 한신대학교 지역사회센터 건물. 센터가 장소를 옮긴 뒤에도 2년째 비어 있다. 네이버 로드뷰 갈무리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가 임대해 사용하던 병점역 앞 한신대학교 지역사회센터 건물. 센터가 장소를 옮긴 뒤에도 2년째 비어 있다. 네이버 로드뷰 갈무리
전문가들 "법무부 정책 기조가 불러온 재앙"
한신대도 과거 "현실성 없는 제도 폐지해야"

이번 사건을 두고 한신대만 비판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많은 대학이 공공연하게 유학생을 강제 출국시키기 때문이다. 2022년에도 전주 A대학이 유학생들의 '머그샷'을 내걸고, 감금하거나 강제 추방한 일이 <뉴스앤조이>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유학생들의 체류 자격을 통장 잔액 등으로만 판단하는 현행 법무부 정책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산에서 20년째 이주민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장창원 목사(오산이주민센터 대표)는 "학생들이 부득이하게 미등록자가 됐다면 이주민 관련 단체들이 나서서 보증했을 것이고, 부족한 잔고도 채워 넣는 데 도움을 줬을 것이다. 그러나 한신대는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것에만 급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한신대도 잘못했지만 정부 정책도 문제다.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이나 이주 노동자를 확대하겠다면서 관련 예산을 다 삭감하고 있다. 정부의 기조 속에서 신입생 감소로 외국인 유학생들을 많이 받아야 하는 학교는 부담되는 일을 벌이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 출국된 우즈벡 학생들을 대리하고 있는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도 12월 1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궁극적으로는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법무부의 정책 기조가 불러일으킨 재앙"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현재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정책이 굉장히 거칠다. 학교가 이렇게 무리하게 학생들을 쫓아내려고 했던 건 자신들이 받을 불이익이 두려워서이지 않나. 결국 법무부가 옥죄기 때문에 아래에서의 인권침해는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미등록 체류자를 단속하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왜 미등록 체류자가 발생하는지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신대도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통장 잔액'만으로 유학생 체류 자격을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11월 7일 MBC PD수첩 '인구 절벽 3부 외국인 유학생 모십니다'에서 한신대 국제교류원은 "출입국은 유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부모가 학비를 송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급여가 15만 원인 부모가 한국의 대학 등록금과 월세를 감당할 수 있겠나. 이런 현실성 없는 일률적인 기준은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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